예정대로라면 오늘 집으로 와야 하는 남편이 어제 전화를 했었다
이번 주에 안 갈 거라고
일요일 오후 서둘러서 출발한 이유가 목요일 돌아오는 일정 때문 아니었냐고?
그렇게 물어도 더 있겠다는 대답이다
그러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전화 주세요 하고 끊었다
토요일마다 서울 가는 스케줄에는 지장이 없게 취미생활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게 내 의견이고
한 번씩은 빠질 수도 있지 뭐 그리 빡빡하게 구냐는 남편의 대답이다
결국에는 안 오시는 걸로 되어
며느리에게 사정을 설명하기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편한 시간에 통화하자고
우리가 주말에 못 가게 되었다고
미안한 엄마 마음을 며느리에게 잘 전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
계약서에 작성한 내용은 아니지만
하겠다고 했으면 필요로 하는 마지막까지 성의를 다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나하고는 참 다르시네
남편이 안 온다고 하니까
남편 방 청소와 화장실 청소도 미루고 마트 장 보러 안 가도 되고
모든 게 느슨해졌다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루 전날 욕조에 물 가득 채워 목욕하던 날
미끄러운 바닥에 조심하느라 힘을 주어 꽉 잡는다는 게
하필이면 샤워기 꽂이를 잡아서 샤워기가 댕강 부러졌다
잡으려 했던 건 그 옆의 튼튼하게 고정된 꼭지였는데 샤워기 머리를 잡는 바람에 기물파손이 되었다
목욕탕 샤워부스에 설치된 샤워기는 이사 온 처음부터 고장이 나서
그 걸 고치지 않고 욕조 샤워기를 사용했는데 둘 다 못 쓰게 되었네
그리하여 오늘은 마트에 가서 두 개를 사 올 생각이었으나
현관 쪽에 있는 화장실 샤워부스에서 머리를 감고 며칠 더 버텨도 되겠다
한 번씩 꽃나무와 채소에 물을 주라는 부탁을 받았으니
상추며 쑥갓이며 마트에서 사다 먹자고 해도 키우는 재미로 일 년 내내 재배 중이다
해운대 꽃밭과는 달리 햇볕이 충분하지 않아서 여리여리 맛이 없다
바나나 껍질 갈아서 끓인 물 식혀서 거름으로 줬던 양란에
꽃봉오리가 엄청 많이 달렸다
우리 집에 온 지 10 년이 넘은
늙어서 볼 품이 없어진 잎사귀에서 새 줄기가 나오네
네 송이가 한꺼번에 폈을 때가 더 멋졌는데
먼저 핀 두 송이는 꺾어서 남은 두 송이를 보니 빈자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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