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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고향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by 그레이스 ~ 2023. 4. 22.

영국에 살고 있는 어느 블로거가 

몸이 아파서 약기운에 몽롱하여 고향을 그려보는 날이라는 글에

류근 시인의 글을 인용해 적어 놨더라

 

그 글을 읽고 불현듯 떠오르는

형제 카톡방에 올라온 오빠의 글과 그림이 생각나서 찾아봤다  

 

시골 할머니 집 뒤안에는

장독대 옆에 큰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고 그 옆에 작은 연못도 있었다

그 뒤로 길게 대밭이 있는 안쪽으로 2 차 대전 당시의 방공호도 있었지

화단에는 찔레꽃이 화사하고

돌담 위로 구렁이가 기어가는 걸 봤다는 동생의 댓글도 이어지고  

평면도에 빠진 내용도 추가로 얘기하고 

밥상에 자주 올랐던 반찬들 이야기로 즐거웠다

 

넓은 바깥 마당에서는 타작도 하고

봄방학에는 보릿대로 인디언 천막처럼 막사를 지어서 야영을 하기도 했었다 

고향 집이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이유는,

옛 동네가 전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창원시가 만들어져서

우리들 어릴 때의 추억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향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고향에 집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고향 집 뒤안에 앵두나무 한 그루 있는 사람은 좋겠다

지금쯤 연분홍 앞섶으로 활짝 피어서 그늘마저 글썽이게 하는

두어 평 추억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돌담 위로 박새가 즐겁게 흰 뺨을 갸웃거리며 이끼를 밟는,

풍경을 간직한 사람은 좋겠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모처럼 간고등어 구워놓고 부르는 사람은 좋겠다

느리게 가는 봄 개울 건너, 고향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고향에 집이 있는 사람은 좋겠다

고향에 어머니가 있는 사람은 참 좋겠다   - 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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