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이는

유준이는 엄마에게 집착하는 시기에 들어서 

잠시도 눈에 안 보이면 울음을 터드릴 듯이 엄마를 찾는다 

아예 외출을 해서 집에 엄마가 없다는 걸 인식한 후에는 오히려 잘 노는데 

엄마가 집에 있을 때는 

윤지 혹은 다른 형제와 있는 꼴을 못 본다 

오로지 혼자서 독차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렇게나 좋아했던 할아버지와 외출하는 것도 시들한지 

킥보드 타러 가자, 놀이터 가자, 지 씨 마트 가자고 꼬셔봐도 

할아버지와 가더라도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하네 

 

결국 저녁 찬꺼리도 살 겸

엄마와 윤지와 유준 셋이 하나로 마트에 다녀왔다 

아이들은 뭔가를 사는 재미에 마트에 따라 가는 거라서  

금방 부서질 작은 장난감이 든 과자를 사고 요구르트도 사는데 

토요일에 유준이가 집어 온 것은 120 번 타요버스

120번 버스라고 사 왔더니 

박스를 열어보니 비스킷이 들어있다 

기대했던 버스가 아니라고 울고 난리가 났네 

 

엄마가 몇 번이나 버스 아니고 과자라고 설명을 해줬는데 

유준이는 이해가 안 되었던 거지

옆에서 윤지가 

엄마가 버스 아니고 과자라고 말했잖아! 

나는 들었는데 왜 그래 (너 잘못이라고 해 봐야 소용이 없다)

 

결국 엄마가 당장 주문하자고 달래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걸 보고 잠잠해졌다 

일요일 새벽배송으로 현관 앞에 온

타요 버스 120 번 

 

유준이가 기대했던 건 앞에 있는 작은 사이즈인데 

훨씬 큰 버스가 와서 기쁨이 몇 배나 되었다 

부드럽고 포근한 봉제 버스는 안고 다니거나 뺨을 비비는 용도이고 

작은 사이즈는 놀이용인데 

건전지로 움직이는 새로운 버스가 생겼으니 횡재한 듯이 좋아한다 

버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몇 번이냐고 물었더니 

초록색 천 번이란다 (가장 좋아하는 색이 초록색이다)

 

당연히 초록색 천 번 버스도 봉제 제품이 있다 

유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경찰차 시리즈도 있고 

 

아이는 30 개월 전후에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가장 강해지는 시기라고 육아책에도 나온다 

빠르면 24 개월부터 30 개월까지라고 하는데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서 더 빠를 수도 있더라 

윤호 유라가 22 개월 즈음 일본 가루이자와 여행 가서 

같이 놀기는 커녕 유모차를 뒤에서 미는 것도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이 손만 잡아도 경기할 듯이 싫어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들과 놀아 줄 생각에 꿈에 부푼 듯이 기대하고 갔더니

오직 엄마만 찾아서 얼마나 쇼크를 받았는지... 말도 못 한다  

돌아와서 육아책을 다시 읽고

아이 심리에 대한 공부를 다시 했었다 

 

그 때의 쇼크로 윤지가 그 시기가 되었을 때는 당연한 듯이 이해했고 

요즘 유준이가 엄마만 찾는다고 아줌마가 푸념해도 

청소년 사춘기처럼

아기가 꼭 거쳐가는 시기라고 그러니 너그럽게 생각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