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서로 마음 상하는 날 없이 평온하게 보낸다는 생각에
다툼 없던 게 언제부터 인지 찾아보니
서울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화를 내면서 거친 말투로 다른 운전자를 욕하는 걸 듣고 있다가
집에 와서 따졌던 그날과 다음 날 아침에 전기포트 사건으로
큰소리로 남편에게 대들었던 그 이후로
서로 감정이 날카로워지는 일은 없었으니 조용하게 4 개월이 지났네
전화를 안 받아서 연락을 할 수 없었다거나
갑자기 일이 터졌다거나
그 런 경우에 남편이 잘못을 인정하면 잔소리 안 하고 넘어간다
핑계 대지 않고 잘못을 인정할 때는 내가 고생을 했더라도 화가 안 나더라구
영등포에 일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자연스레 과거 이야기가 나와서
추석 전 날 밤낚시 갔던 일이며
런던에서
몸살이 나서 물 한 컵 가지러 갈 수 없는 상황에
당신은 골프에 빠져 마누라 내팽개치고 골프장으로 갔었다고
서럽게 울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했더니
까맣게 잊었던 일이 생각났는지 남편의 안색이 변했었다
그 이후로 거칠게 말하지 않으려고 더욱 조심하는 듯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평온하게 보내는 나날이 얼마나 오래갈지 궁금하다
비 오는 아침에
필터에 걸러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며느리가 하와이 다녀오면서 사다 준 커피를 찾는다
커피를 꺼내 주고는 거실로 나와서
나중에 치우러 가서 보니
본차이나 커피잔 받침이 그야말로 밑받침이 되었네
계속 일본 커피를 마시더니 오늘은 하와이안 커피로 바꾸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