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남편은 7 시가 되기 전에 먼저 식사를 했다 하고,
(요즘 날마다 일찍 일어나서 다섯 시와 여섯 시 사이에 혼자 아침을 드신다)
양배추와 파프리카를 채칼로 썰어서 소스를 뿌려 먹으니 맛있었다면서
식빵을 노릇하게 굽는 나에게 똑같은 걸 만들어 주겠다면서 채칼로 파프리카를 썰다가 손을 다쳤다
악~! 소리에 놀라서 쳐다보니 피가 뚝뚝...
아이구야 이 일을 어쩌나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는 듯 아찔했다
얼른 키친타월을 뜯어서 지혈하라고 주고 약장에서 거즈 박스를 꺼내 한 묶음 들고 왔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그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어 심하게 화를 내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본인이 침착하게 대처를 해서 제법 시간이 걸리도록 누르고 있어서 지혈을 하고
세레스톤지 크림을 듬북 발라서 거즈로 감싸고 수술용 장갑을 손가락 부분을 잘라 골무처럼 씌웠다
한 시간쯤 지나고 다시 풀어서 빨간약으로 소독하고 후시딘을 발라
다시 수술용 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잘라 씌웠다
엄지와 장지 손가락 두 개를 다쳤으니 당분간 오른손은 불편하겠다
손이 불편하니까 운전은 내가 하는 걸로
10 시에 보정동 주민센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오는 중에
내가 잘못해서 자기가 다쳤다는 말을 또 한다
당신은 참~ 나하고는 다르네요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가 부주의했나~ 미처 깨닫지 못한 잘못이 있는지
잘못의 책임을 나에게서 먼저 찾고
상대방의 잘못일 경우에는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어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데
당신은 우째서 자기는 빼고 다른 사람 탓을 먼저 하냐고
다른 사람 탓을 할 게 없으면 물건 탓을 하거나 세상 탓을 하거나 화가 다 풀릴 때까지 그러더라
아침부터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듣고만 있었는데
새 파프리카를 썼으면 괜찮았을 텐데 반토막 남은 파프리카를 사용하라고 한 내 탓이라는 말을 또 하시네
내가 야채를 먹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당신이 자청해서 하다가 다치고는
왜 남 탓을 먼저 하는지 그 속을 모르겠다 했더니 그 후로는 말이 없다
화가 났을 때 그 감정이 다 풀릴 때까지 계속 짜증을 내는 건 교육으로도 고쳐지지 않는 성격 탓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