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년 전 추석 전날,
현관 벨소리에 부엌에서 일하다가 그냥 나갔더니
명절 선물을 들고 온 신사 분이 나를 쳐다보고는 사모님은 안 계시냐고 물었다
순간 사태파악을 하고는
사모님은 마트에 가셨다고 하고는 선물은 두고 가시라고 했더니
자기네 회사 사장님이 꼭 사모님 뵙고 인사 전하라고 했단다
명함을 두고 가시면 잘 전달하겠다고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남편이 사장 명함을 가진 이후에도 가사도우미를 안 쓰고 계속 혼자서 일했으니
청소하거나 음식을 많이 만들 때는 헌 옷을 입고 있었다
괜찮은 실내복, 말하자면 홈드레스도 여러개 샀으나 일을 안 할 때 입는 거고
어제 베란다에서 말린 옷을 걷어와서 접다가 낡은 티셔츠를 보고 옛 생각이 났다
목이 늘어난 셔츠에 여기저기 전부치던 밀가루 자국이 묻었으니
파출부 아줌마로 생각할 만 했었다
이제는 찾아 올 사람도 없으니 청소할 때만 헌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목이 늘어진 셔츠가 평상복이 되었다
색 바래고 늘어진 헌 셔츠를 10 장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놓고 땀에 젖을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 갈아입는다
고관절에 관절염이 생겨 조금만 무리해도 통증으로 고생하니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하는 게 부담이 되어
바닥을 닦을 때는 방석을 깔고 앉아서 이동을 하니 불편하다고 바퀴 달린 의자를 사 달라고 부탁해서 철물점에서 사 오셨다
청소를 한꺼번에 못 하고 오늘은 안방 다음 날은 거실 그다음에는 부엌
그런 식으로 나누어하니 닦는 건 일주일에 한 번이다
남편이 부산으로 출발한 수요일부터 파업을 한 듯이 게으름 피우고 한 번도 청소를 안 했다
느긋하게 책 읽고 누워서 뒹굴 거리고 티브이 보고
오늘은 생필품 사러 마트에도 가야 하고 최소한의 청소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