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쌀을 다 먹고 햅쌀을 사려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어제 마트에 갔다
남편도 동행해서 과일이랑 채소 무거운 것들도 제법 담았다
돌아오는 길에, 집으로 가는 게 아니고 방향이 다르다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지팡이 사러 간단다
내가 싫다고 했는데 왜 그러냐고 했는데도 계속 가는... 전혀 되돌릴 마음이 없는 거다
(일본 카마쿠라에서 점심 먹으러 가서 지팡이를 두고 왔다)
내 의사는 도무지 들으려고 안 하는 남편을 보니 화가 치밀어서
"병신이라고 무시하는 재미에 신이 났구나"
"싫다 하면 왜 그러는지 물어봐야지 왜 왜 내 의사는 무시하냐고"했더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바로 차를 돌려서 집으로 왔다
일요일 밤, 어느 카페에서 걷는 게 불편하다는 나에게,
65년생 회원이 자기는 펄펄 날아다닌다는... 그 글에서 상대적인 우월감이 섞인 뉘앙스를 느꼈다.
그래서 하루종일 속으로는 울적하던 중에
남편이 장애인 지팡이 사 주겠다고 불을 질렀던 거다
용인으로 이사 와서 처음 장애인 지팡이를 사러 갔을 때도 나는 사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었다
몇 번이나 싫다고 했으나 내 의견을 묵살하고 기어이 사러 갔었지
나는 이성적으로는 지팡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장애인 지팡이를 거절했던 거다
그 후에 발가락이 골절되어 기브스를 했을 때 요긴하게 썼었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도 사용할 사람이 싫다 하면 그 의견도 존중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왜 당신은 내 의견은 무시하고 자기 결정에 따르라고만 하냐?"
"나는 정말 무시당하는 이 기분이 너무 싫다"
작심하고 불만을 쏟았더니
남편은 예상치 못한 나의 반격에 충격을 받은 듯 계속 내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재작년에 샀던 장애인용 지팡이
작년 가을, 유라가 발에 기브스한 할머니 흉내를 내느라 지팡이를 짚고 있다
어두워지면 다른사람에게 보행이 불편한 사람이라는 걸 알리는 불빛이 4 방향으로 나온다
'우리 집(+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월 둘째 주말 (8) | 2023.11.11 |
---|---|
노랗게 단풍 든 앞 뜰 (8) | 2023.11.03 |
지하 주차장 바닥 공사 (10) | 2023.10.25 |
초밥을 충동구매한 이유는 (4) | 2023.10.23 |
하준이의 선물 (11) | 202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