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함이 있는 붙박이 창고에 핸드백을 보관했었다
꺼내서 우체국 5호 박스 세 개에 차곡차곡 담고
옆에 세워져 있던 여행용 가방을 꺼내니
커다란 손가방 안에 아주 오래된 명훈이 가방이 여기에 있었다
1982년 봄 동네 바자회에서 10p를 주고 샀던 명훈이 가방
1파운드가 100 페니이니까 200원이 안된다
명훈이는 이 가방을 아주 좋아해서 영국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학교에 가져가는 보조가방으로 몇 년을 썼었다
남편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이신 최교수님이 이웃에 살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바자회도 선배님이 데리고 가 주셨다
명훈이 옆에 앉은 아줌마가 최교수님
선배님의 남편이 영국 주재 대사관 부관으로 발령받아서 대학교에 휴직을 하고 가족이 함께 오셨다
다섯 살 세훈이와 여섯 살 명훈이 모습이 반갑고도 아련하다
84년 12월 말에 귀국해서
85년 서울 구경 갔던 중에 대치동 미도 아파트에 살던 최교수님 댁을 방문했었다
그 당시 아들 수현이가 고 3이었는데 어쩌자고 그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잤을까?
6.3 빌딩 구경도 하고
아침에는
어제 은행 갔다가 던킨 도너스에서 사 온 꼬마 도너스 한 통을
어제 오후에 먹고 3개만 남아서 롤 케이크 대신 커피와 디저트로 먹었다
풀 한 포기님에게 답글을 써놓고 부엌에 가서 선반 위의 설탕통 사진을 찍었다
작은 사이즈의 유리 설탕통은 1982년 크리스마스 휴가에 기차로 스코틀랜드 갔다가
돌아오는 건 1월 1일이 지나고
소현 아빠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어른 넷 아이 셋 두 가족이 타고 런던으로 왔었다
잠시 쉬어 가려고 들어 간 스코틀랜드의 어느 휴게소에서
기념품 코너에서 발견한 설탕통 2 천 원 정도였을까?
그 옆의 일본 찻잔은 유명한 도예가의 작품이라고 했는데
선물로 받았을 때는 설명서가 있었으나
거의 30년 전이라서 케이스와 설명서가 없어졌다
가끔 남편이 저 찻잔을 사용해서 부엌에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