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혹은 모래 남편이 올 거라서
베란다 화분대 위에 있던 작은 화분들을 남편이 오기 전에 버리려고 다 들어냈다
꽃줄기는 잘라서 식탁 위 화병에 꽂아놨고
나머지는 뽑아서 흙을 털고 쓰레기 봉지에 버리려고.
당신이 버리려면 마음 아플까 봐 내가 정리했다고 말할 참이다
어제 오후에는
바지와 치마를 다 꺼내보니
놀랍게도 곰팡이가 핀 치마가 하나 있었다
부산을 떠나오기 전에 전부 세탁소에 보내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거풍도 시켰는데...
15년 전 현대백화점 수입품 매장에서 샀었다
런던에 살 때 예가 브랜드를 좋아해서 옛 생각에 반가웠고 앞 트임이 멋있어서 샀을 거다
오늘 수영장 가면서 세탁소에 맡기고 가려고 잊어버릴까 봐 종이백에 넣어 수영복 옆에 뒀다
에스카다 여름용 모직 스커트는 치마 끝이 특색 있고 예뻐서 샀었다
밤색 모직 치마는
안감 아래에 겉모양과 같은 스타일로 이어서 2단으로 된 앞 트임이 걸을 때는 더 멋있다
검은색은 여동생 주고 밤색은 남겨놨었다
봄 가을 치마까지 포함해서 정장용 7 개 전부 이번에 나눔 해야겠다
그리고 50대 후반에는 자주 조문 갈 일이 생겨서,
부부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조문 갈 때 입으려고 샀던 겨울용 긴 주름치마
요즘은 용인 산다는 핑계로 조의금만 보내니까 직접 조문 갈 일도 뜸하다
그래도 혹시나 남겨 둬야겠지
바지는 전부 박스에 다시 담았다
이사 가서 입어보고 안 맞으면 유명 브랜드 모직바지는 나눠주고 아닌 건 버리려고
놀랍게도 레오날드 실크 바지도 하나 있다 (실크 재킷과 한 벌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