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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세상에나~!!!

by 그레이스 ~ 2024. 9. 4.

오늘은 안방과 목욕탕 사이의 작은 복도에 있는 창고 안 선반에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아주 오래된 가방을 꺼냈다 

선반의 맨 위에 겨울한복 여름한복을 담은 상자 두 개와

속옷 두 벌, 비단 고무신, 맞춤 한복용 백 두 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꺼냈는데 

그 뒤에 뭔가가 더 있어서 내려놓고 보니 루이뷔통 가방이 나온다 

1984년 11월 말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에서 샀던 거다 

그전 해에 런던에서 샀던 똑같은 가방을 

메이시 백화점에서 날치기를 당해서 달아나는 걸 뻔히 보고도 잡지 못했었다 

펑펑 우는 나를 달래느라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가서 루이뷔통 매장에서 똑같은 걸 사 주셨다 

 

1999년 여름 이후로는 안 썼으니

사용 안 한지는 20년도 넘었고 하자가 생겨서 여동생에게 줄 수도 없었다 

(여동생에게는 그 후에 샀던 더 비싼 루이뷔통 가방을 줬다)

뉴욕에서 찍었던 사진에는 런던에서 산 가방이고

멀리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휴스턴에서 찍은 사진에는 뉴욕에서 산 새 가방이다 

1999년 봄 부산 해운대로 이사 가서

그해 여름에 엄청난 습기에 가방 속에서 곰팡이 냄새가 났었다

곰팡이 냄새 없앤다고 탈취제를 너무 많이 뿌려서 가방이 못쓰게 되어버렸더라고

가방을 망쳐서 속상했지만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박스에 넣어 놨던 거다 

 

그 후 20년이 지났으니 탈취제 때문에 딱딱해진 가죽이 이번에 꺼내니 저절로 부서진다 

가방 수선집에 부탁해서 손 보면 

수영장에 화장품 파우치와 수영복 넣어 다니는 가방으로는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정리를 하다보니 별별 게 다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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