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여러 장의 옛 사진들을 카톡방에 올려주는 오빠 덕분에
요즘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제 올려 준 6 장 중 하나
정병산과 소목 고개라면서 신방 국민학교 아침 조회 시간 사진이다
오빠는 사진마다 설명을 상세하게 써 주어서 우리들에게는 역사 공부도 된다
정병산 너머 대봉림에서 신작로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할머니 집이 있는 신촌이 나온다
두 살 아래 남동생이 태어나서, 나는 세 살에 할머니 집에 맡겨졌다
오빠는 첫 돌 지나고 바로, 엄마가 입덧해서 할머니가 데리고 가셨고
내가 가게되어 세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기르신 거다
신방과 소목 고개가
이 나이에도 그리운 이름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할머니 집에 맡겨져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고 있으면
오빠와 나를 데리고 소목 고개 넘어 신방으로 갔던.....
그러니 고개 마루에서 신방 학교가 보이면 엄마를 곧 만난다는 기쁨에
어린 마음이 얼마나 좋았겠나 (우리 집은 학교 안에 있는 사택이었다)
대봉림 동네에서 소목 고개를 넘어 신방으로 가는 그 길은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 시절의 가장 또렷하고도 강렬한 기억이다
할머니는 아들 집에 가시면서
곡식이며 채소며 가득 머리에 이고 가시니까
고개마루에서 머리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자고 하신다
그러면 오빠와 나는 강아지풀이나 풀꽃을 꺾기도 하고 예쁜 돌을 줍기도 하고
그 다음 사진은
성주사 절 앞에서 아버지와 해군 장교였던 이모부,
그리고 외가 쪽으로 친척 아저씨 세 사람이 찍은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무렵의 사진이다
워낙 미남이라고 소문이 났던 이모부는
그 옛날의 형편없는 사진에도 영화배우 같았던 그 모습이 남아있다
아버지는 이모부와는 다른 남성적으로 잘 생긴 얼굴이셨다
훈장을 받으셨을 때는
65세 정년 퇴임을 앞 둔 시기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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