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후 10년이 되는 해에
아버지의 생애에 관한 글과 사진으로 문집을 내기로 결정하고
글을 쓸 자료 준비 차,
친정 가서 가져온 아버지의 영국 여행 앨범 한 권을 책장에 보관하다가
이사하면서 낡은 앨범은 버리고 사진만 박스에 담아 왔었다
이번에 다시 중요한 것만 남기려고 펼쳐 놨다가
모든 사진 뒷면에 써 놓으신 아버지의 설명을 읽으면서 그날을 떠올리며
또다시 메모의 소중함을 실감하면서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으로 전부 남겨 두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이셨으니 여름방학을 하고 출발하셨다는 건 기억하지만
83년 7월 26일 오전에 런던 도착하셨다는 것을 아버지의 메모를 보고 알았다
도착 다음 날에는 어디를 갔었는지
8월 한 달간의 여행 행선지를 전부 알 수 있고
내가 아버지께 사 드린 옷과 안경 맞추었던 내용도 거리 사진 뒷면에 나온다
윈드미어 호수에서는 카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넜고 한 번에 12대의 승용차를 실었다는 내용도 있다
셰익스피어 생가 마을의 민박 집에서는
주인 내외, 5살 즈음의 딸 3인 가족이고
아침 식탁 준비하는 안주인에게서 향수 내음이 풍길 정도로 몸가짐 옷차림이 단정했음
1박 1식, 어른 9 파운드 아이 6 파운드 1파운드 = 12000원
하워즈 에밀리 브론테 기념관 동네 민박은 어른 7, 아이 3
결혼 1년 된 부부가 살림 장만하려고 민박을 시작했다고 함
새댁이 수줍어하면서 식사 시중을 함
폭풍의 언덕 소설 속 주인공 집 모델이 되었던 그곳을 찾아가서
아버지는 수첩에 내용을 메모하시는 중 (저렇게 적은 내용을 나중에 사진 뒷면에 옮겨 적으심)
그러니,
이렇게나 소중한 자료들을 어찌 버릴 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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