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런던에서 아들과 이야기하다가
이 일을 어찌 할꼬!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아들이 하는 말 ;
앞으로도 일에 충실하고 열심히 하겠지만 그건 일 자체에 성실하겠다는거지
더 빨리 승진하고,연봉을 더 많이 받기위해 애쓰고... 그럴것 같지가 않다고...
그렇게 사는건 내 인생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어요.
엄만 니가 팀장이 되고,중역이 되고,그다음엔 아시아 본부장이 (전체는 인종적으로 어려우니까) 되어서
연봉을 100 억 정도 받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무슨소리냐 했더니
"되어서 나쁠건 없지만 그게 사는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죠" 그러더라구
얘가 왜이러냐?
비유를 하자면 서울법대 다니는 아들을 보며 장래의 대법관을 꿈꾸고 흐뭇해하는 엄마에게
판검사가 뭐 대수에요?하는것과 같은 쇼크라고 할까?
난데없이 철학자가 되려나 싶어서 내 속이 답답하고 근심스러웠는데,
(그래도 믿는 구석은 - 타고난 그 승부욕을 어쩔거냐?- 남에게 뒤처지고는 못 견딜껄?-내 예측)
엊그제 자기 홈페이지 게시판에 몇편의 글을 써 놨는데...
영문이어서 해석은 커녕 읽을 수도 없었던 글 하나를 번역본으로 다시 올려놨네.
똑같은 걸 번역으로 다시 쓰려니 중간쯤에 싫어서 죽는줄 알았다며
통화중에 하는 말이,
어머니를 위해서 번역본을 다시 썼다네.
옮겨보면 (너무 긴 글이니 관심이 없는 사람은 통과 하세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 이론과 자아실현에 관한 글인데 앞 부분은 생략하고
필요한 부분부터;
이 이론이 대화에 등장했던 이유는
과거에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왔던 요소들이 더 이상 그만큼 모티베이션이 되지 않음을 요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해에 걸쳐서 경제적 안정과 사회경제적 위치를 확보하기위해 노력했고
비록 지금은 아직 부와 지위를 가지고 있지않지만 운좋게도 미래에 그것들을 얻기 용이한 위치에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자신에 대해 그냥 만족하고 기분 좋다기보다는
여전히 뭔가가 부족함을 느꼈고 그 부족함은 더 많은 돈이나 더 높은 지위에 의해 해결되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부족함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는 하고 있었고
그래서 요즘들어 예술이나 지식추구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이론을 다시보면서 또다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그 느낌이 정상적이며
그런 사실에 대해 혼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매슬로우는 가장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을 다른 단계와는 좀 다르게 취급했다.
그는 다른 네가지 의 단계들은 "결핍성 욕구"로서
거기에 해당하는 욕구들은 그것이 충족됨에 따라 동기부여의 기능을 잃는 반면,
"자아실현"은 "성장성 욕구'로서 적극적인 욕구이며
그 욕구를 충족하였다고 해서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이 부분이 그의 이론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단계에 해당하는 욕구에 대해 더 자신감이 생길수록 동기부여로써의 샹대적 중요도는 점점 줄어 듦을 느꼈다.
여러해 동안 적지않은 노력을 들인 끝에 내가 목표로 삼았던 것들이
내가 그것을 성취함에 따라 점점 덜 중요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나에게 돈과 지위가 더 이상 뛰어남의 척도가 되지 못할때
내가 너무나도 단순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별볼일 없이 평범(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의미에서)하다는 느낌과
'존경'레벨에 있는 욕구들 (지위,돈,다른 사람으로 부터의 인정.등등)을 내가 아무리 뛰어나게 성취해봤자
새로운 의미의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거북하였다.
하지만 이 이론에 의하면
돈,지위,주위로 부터의 인정이 동기를 부여하지않는다고 해서 혼란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 나의 사회적 위치가 나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면
더 많은 돈과 명예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위의 얘기들이 내가 '존경'단계의 욕구들을 모두 완벽히 성취해서 통달했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부분은 꽤 자신이 있고,좀 덜한 부분도 있다.
또한 내가 어렵지않게 레벨 4 에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나의 그런 위치가
실직이나 다른 사람들로 부터의 나쁜 평판과같은 외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기에
사실은 불안한 위치임을 알고있다.
단지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만약 내가 운이 좋아서 4 단계에 계속 있게 된다면
그 4 단계에 속하는 욕구들의 중요도는 계속 줄어들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매우 정상이라고 보는 이 이론에서 나는 위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때 너무나도 자주 자아실현이라는 개념에 대해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에게 그것이 얼마나 관심밖의 대상이며 중요하지않는 개념이냐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놀랍다.
오랫동안 친구들 중 누군가가 '자아실현'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 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나머지 네 단계 욕구들의 무게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아실현에 대해 거의 생각조차 하지 못해왔다는 것은 슬픈 일일게다.
물론 우리를 자아실현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결혼이나 아이를 갖게되면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할 텐데 자아실현이 우선순위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난 자아실현의 욕구가 다른 욕구보다 낫다든지,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할때 인생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래, 그런 이유들로 난 자아실현을 원한다.
언제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세월 묻혀있다가 그 중요성을 재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진전이라하겠다.
여기까지가 명훈이의 글
돈이나 높은 지위 명예로도 채워지지않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
그것을 예술과 지식추구로 채워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참 다행이네
그렇게 축적된 것들이 더 높은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테니...
명훈아~
네 홈페이지엔 절대로 댓글을 쓰지말라고 했기에 여기 엄마 맘을 남긴다.
조금 걱정했었다 이게 슬럼프인가 하고...
저는 절대로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살면서 자기의 삶에 한 번씩 브레이크를 걸어보는것도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면 못하는거예요..
명훈씨는 보기 드문 듬작한 남자입니다..
-
그레이스2007.12.06 09:03
돈을 많이 버는것도 지위가 높은 것도 더 이상 대단하게 생각되지않아요.
그래봤자,
최고로 올라가봤자 은행원아니겠어요?
아니!!그럼 뭐가 되고싶은데?
사실 시험이나,시합,경쟁,그런 승부를 가리는 일에는
약간의 걱정과 긴장감 그리고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는...
경쟁 욕구가 강한 타고난 승부사의 기질을 가진 녀석이 그런 말을 하니 내가 놀랄 밖에.
-
슬럼프라기보단 남들보다 빨리 고지에 오르고 보면 여러가지 유혹들이 많을텐데 self-control 할수 있는 능력이 있는거라보고싶어요.
답글
남편왈 ... 돈을 만지는 사람이 자신의 돈버는데는 좀 무관심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중간에 잠깐 다른곳에 눈돌리다보니 더 높은곳에 오를수 있었고 더 높은 연봉을 받을수 있음에도 남편은 지금이 좋다고 하네요. ^^;
친한언니 남편은 국내에서 대학만 나오고 현재는 유명 외국계 증권 회사 서열 2위로 있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한눈판게 아쉽고 속상할 때도 있어요.. 근데 참 사람이란게 돈앞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가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을 할때도 생기더군요
돈이란게 내가 쫓으려하면 할수록 도망가는거고 돈이 날따라와야 한다는 옛말이 딱 맞다 라는생각이 들어요..
우리딸이 결혼할때 쯤에도 이런 멋진 청년이 있음 참 좋겠어요 ....^^ -
2012.09.22 11:26 신고
참 아드님께서 저보다 두살 위신데.... 게다가 저때는 지금의 제 나이보다 어리신데 정말 수준이 차이가 나네요... 학교 다니며 교육학 공부하며 배웠던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다니 대단하십니다.. 지금 아기 낳고 키우느라 푹 퍼져있던 저에게 자극이 되네요.. 주어진 시간을 좀더 살뜰히 살고 또 육아책뿐만 아니라 인문고전도 읽어야겠다 생각합니다. 아드님 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것을 영어로 적었다니... 초보영어를 가르치면서도 영작이면 땀이 나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답글-
그레이스2012.09.22 19:515년 전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일이 생각나고 감회가 새롭네요.
두살 아래라면 79년생이네.큰며느리와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의 이야기니까, 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내용은 아닐테고,
그당시 친구들과 자아실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만 그 이후 잊고 살았는데,
런던에서 근무하던 그 즈음에 통속적인 성공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말을 나에게 했었고,
얼마 후에,
책을 읽으면서 메슬로우의 이론과 자기자신의 감정을 비교분석해봤다는 내용~
큰아들은, 전문서적 말고도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예요.
참~!! '아들의 배려' 라는 제목은
그 당시에 자기 블로그에, 일상생활이나 의견을 영문으로 썼었는데,
읽지못하고 궁금해 할 엄마를 배려해서 쓰는 글마다 모두 한글로 다시 올려준게 고마워서 제목을 그렇게 썼어요.
-
'큰아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이 다녀간 자리. (0) | 2007.12.30 |
---|---|
인연 그리고 운명. (0) | 2007.12.20 |
청첩장 (0) | 2007.11.23 |
반성문.2 (0) | 2007.09.23 |
꿈은 사라지고... (0) | 200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