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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비싼 수업료.

by 그레이스 ~ 2008. 9. 22.

봄에 주식에 투자하고싶어 안달이 난 둘째가 상의를 해 왔었다.

요행을 바라는 일에 마음 빼앗기지말고 본업에 충실하라고 만류를 했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이고 또 말려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동의를 했었다.

 

지 돈인데  의논안하고 결정한들  어떡하겠어?

사실 100% 지 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

공중보건의로 36개월포함해서 48개월 동안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적금들어서 모은 것이인데,

그동안의 생활비는 아버지께서 보내주셨기에 혼자서 결정하기엔 부담이 있었으리라.

어쨌던 생애 첫 소득을 그렇게 넣어놓고 내게 말은 안해도 날마다 시이소를 타고 있었겠지.

 

최근,너무 낙담할까봐 전화를 해서 타일렀었다.-

결혼하고,애기 태어난 후 그 애기 몫으로 생각하라고...길게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조언을 했는대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견디겠던지

목요일에 다~ 팔았다고 다음날 (금요일) 전화하면서 속상해서 죽겠다고 넉두리였다.

금요일에 도로 급상승해서 그냥두었으면 8%를 만회했을 텐데...하믄서!!

 

아이고~~~~ 기막혀라!!

그냥둬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원금 대비 약 25% 손해란다.

분하고,속상하고,기막히고,억울해서 다시 하겠다는 녀석을

정신의 타락까지를 들먹여가며,

땀흘리지 않은 소득에 눈돌리지말라고...겨우 설득을 했었는데,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다시 마음이 흔들려서 또 전화가 왔었다.

 

일요일 - 마침 아버지가 받아서 -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니 나이 오십 즈음에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고 잘 살아왔다고 후회없을려면...

작은 것이라도 본업에 충실해서 땀흘려 번 돈으로 이룬 것이라야 너 자신이... 니 삶이 만족스러워진다.

주식에서는 설령 수익이 나더라도 쉽게 번 돈으로는 소비규모만 늘리고, 사람이 점점 허황되게 변한다.

그리고,

죽을 만큼 노력하는... 삶에 맞서 투쟁하는 그런 자세를 잃게된다.(재능을 100% 활용 못하는)

등등으로...

너무 억울해 하지마라.

젊은시절에 실패를 해보는건 인생에 약이된다.(그런데 같은 실패는 한번으로 족하다.)

그 손해 본 돈은 충분히 가치있었고 아까운게 아니었다.

절제하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또 위기에 편승하지않고 버티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았을 테니까.

그래도 미련이 남았을 아들에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돌발변수에 대한 추측도 말씀하시고...

 

이렇게 아들의 주식투자 스토리는

나머지 돈을 은행에 넣어두기로 최종 결정을 짓고 끝이 났네요.

 

나 또한 살아오는 동안 생활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유혹을 받고,

마음 흔들리고,

다시 가다듬어서 마음의 신발끈을 고쳐매고...

그렇게 반복해왔는지...

아들에게 정도로 (바른 길로) 살아라고 충고를 하고나니

요즘의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됩니다.

생각없이 하루하루가 소비되는 건 아닌지?

내 일상 중에서 보람되고 가치있는 일이 무엇인지?

 
  • 옥쌤2008.09.22 19:02 신고

    저희 남편과 제가 살면서 제일 잘하는 일이 있다면..
    주식 안하는거지요..ㅎㅎㅎ
    이런 재주도 타고나야되는건데..
    우리 둘은 안하는게 돈 버는거란걸 일찍 깨달아서리..ㅎㅎ

    답글
    • 그레이스2008.09.22 19:28

      안하는게 돈버는 거 진리라니깐!!
      주변에 보니까,
      조금 오르면 헤퍼지고,
      내리면 속끓이고...

  • 체리2008.09.22 21:31 신고

    정말 주식....
    처음에 얼마나 가슴 졸이며 지냈는지 저도 근 1여년만에 원금으로 회복�지만 기다리는 지루함 답답함
    정말 말할수 없을정도로 삶이 피페해지더군요.
    그래서 전 손을 뗏구요.
    남편은 저번의 실수를 알기에 아주 소량의 금액만 투자해놓고 있지요.
    근데 한가지 배운것이 있다면
    여유를 가지고 기다림을 배우는법이었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누리는건 아무한테나 오는 행운이 아니지요.
    그 운을 기다리면서 또 투자하고 또하고
    해서 주식투자해서 돈벌었다는 사람보다 망했다는 사람이 더 많나봅니다.
    전 조금먹고 가늘고 길게 싸자 ㅎㅎ 주�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8.09.22 23:52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한창 잘나가던 그때가 90년이었고,곤두박질 친것은 91년 봄이었을텐데...
      첫 경험이자 그걸로 끝!!
      그 이후로는,
      적금들고,목돈 만들고...
      그렇게 차근차근 살았네요.

  • 프로티아2008.09.23 05:18 신고

    뭐든 돈드리고 배운 건....
    머리에 확~ 세겨지지요....
    그래서 사서 고생도하는가 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8.09.23 10:00

      해보기전에는 다 잘할것 같은게 사람 마음이니까~
      그렇지만,
      아니다 싶을 때 물러설수있는 용기도 필요하지요.

      갬블러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 따로 있잖아요?
      여리고 소심한 사람은 노이로제 생기기 쉬운게 그 바닥이라서...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잘못을 저지러거나,
      나쁜 상황이 벌어져도 숨김없이 털어놓고 의논하는 - 그 자세를 고맙고도 기쁘게 생각한답니다.

  • 희망2008.09.23 08:48 신고

    에고 저희 신랑도 작년말 저지른 증권땜시 고생하고 있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땐
    한푼이 아쉬운지라 생각날때마다 괴롭혔는데
    이젠 한숨쉬고 그냥 묻어드라 해야 겠어요^^

    항상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8.09.23 10:04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선
      헤집고 다그치지않는것도 상대에 대한 배려겠지요?
      본인이 더 괴로울테니까.

      강도를 만났다던지... 다른쪽으로 비유를 하세요~

  • June2008.09.23 09:57 신고

    아버지의 좋은 말씀이 둘째의 마음뒷편에 잘 자리잡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싼 수업료를 냈으니 다음엘랑 절대로 그런 일은 않하겠지요.
    좋은 삶의 스승인 아버지가 계셔서 앞으로 문제 없을것입니다.
    얼마나 대견하십니까?

    답글
    • 그레이스2008.09.23 10:18

      아들은,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때,
      제일 먼저 의논하는게 부모이더라구요.
      혼자 고민하고... 악화시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요.
      참 고맙게 생각한답니다.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야단치는 것보다 설명을 듣고,같이 의논하고,사태를 수습하는 걸 먼저 했기에 그런 습관이 생긴 모양이네요.
      (혼내는건 모든 일을 끝마친 후에...)

  • 수정2008.09.23 12:29 신고

    저두 이미 반토막 나서 한동안 울화병으로 한동안 잠을 설쳤답니다....가슴도 벌렁 벌렁거리구....근데 어찌할 수 없어서 이젠 그냥 저금한 셈치고 잊고 삽니다...돈주고 좋은 경험 한거죠^^ 아마 둘째 아드님도 그럴거예요...정말 살수록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답글
    • 그레이스2008.09.23 15:17

      수정씨도 주식했구나!
      전국민이 투자했다는 말이 맞네~

      처음부터 내가 알고있는 사항이라서,
      만날때 마다 - 처분하지 않으면 손해 아니다. 그냥 기다리라.- 여러번 얘길 해었는데도
      첫경험이니 담담할 수가 없었겠지요?
      사실은,
      친척중에 주식에 올인해서 아파트 날리고 지금 전세사는 가족이 있어요.
      그래서 시댁 친척들은 모두 주식은 도박과 같다고 믿고있는데...

      말리는 나에게 둘째가 하는 말이,
      물이 무서우면 수영을 배워야지 피하면 되냐고 그러더니...
      그래도 한번 해보지 않았으면 두고두고 미련이 있을꺼잖아요?
      내가 했으면 잘 해냈을텐데... 하면서요.
      남편은
      지금 경험한게 잘된 일이라고 그러네요.

  • 김정아2008.09.24 05:52 신고

    그래도 얼마나 대견스러운 아드님인가요.
    그런 큰 결정을 부모님께 물어서 하시고요.
    손해를 좀 보았어도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으니 다행이네요.

    답글
    • 그레이스2008.09.24 11:02

      위험부담에 대한 책임감도 좀 걱정이 되었겠죠?
      (아버지를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니까 많은 부분을 의논합디다.)

      가족부양과 생활에 대한 큰 책임이 없을때,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허락도 했었고요.

      어제 은행에 넣는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 까만콩2008.09.25 02:24 신고

    그러게요 ,,, 남들이 다 한다고 편승한 저도 있답니다.
    독일에서 나오는 현지수당으로 아껴 아껴 살면서
    한국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꼬박 꼬박 모았더니
    꽤 큰액수가 모여 있었답니다.
    지난 겨울 한국 들어갔을때
    PB 센터 팀장이 왜 그렇게 큰돈을 이자도 얼마 없는 월급 통장에 놓아두는냐며
    펀드 투자를 종용 당해(?) ,,,
    무식이 용감하다고 ,,,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라는 안이한 맘으로 투자했다가
    요즘 속 끓이고 있는 중이랍니다.
    울 남편 피땀 흘려 벌은 돈인데 ,,, 벌써 13% 마이너스가 나버렸어요.
    은행에서는 2009년 겨울까지 그냥 잊고 살면 원금 회복 될거라 하지만
    이젠 은행 믿고 싶지 않네요.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누굴 믿겠어요 ,,,,ㅠ.ㅠ

    그래도 전액 투자 하지 않고 한번 해볼까 라는 맘으로 반만 투자했으니
    다행이라고 위안 삼고 있답니다.
    저도 비싼 수업료 고스란히 바쳤답니다 ,,, ㅠ.ㅠ

    답글
    • 그레이스2008.09.25 10:46

      친한후배 미국있는동안 대치동아파트 전세금 증권회사 맡겼다가 날렸던 사건이...
      종종 그런일이 있더라구요.

      원금회복 될때까지 그냥 기다리는게 상책이네요.

  • boss2008.09.25 13:49 신고

    히로코가 일본의 N증권 출신입니다만...
    옛날에 자기가 투자한 주식 떨어져서 갖고 있던걸 팔아
    결혼식 자금으로 이용했었습니다...
    이후로 주식과는 담 쌓다는...ㅎㅎ

    답글
    • 그레이스2008.09.25 20:01
      노무라 증권에서 리먼의 아시아법인 전부를 인수했다네요.
      이번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 모양이예요.
    • boss2008.09.29 00:13 신고

      리먼의 중동유럽법인도 인수했다고 하는군요...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단돈 2달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