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가 사는 방식.

집을 구매자에게 넘기기전에 큰가구와 물건들을 치우려 강원도 시골집에 가셨다.

부산집으로 가져와도 쓸모가 없을테니,

필요한 사람에게 주던지 재활용품으로 보내라고 부탁했었다.

(작년에 새로 구입한 거실쇼파와 오래됐지만 아직 깨끗한 장식장 정도가 아까운 물건이다)

 

어제... 하루종일 잔디를 깎고, 나무들을 다듬고 했다길래

"이제 넘겨줄 집인데 뭘 그리 고생을 하냐고... 정리만 하고 오셔요" 그랬더니,

"눈앞에 일을 보고 그냥 못넘어가는게 내 성격이잖아?"

무성하게 풀이 자란걸 보고 어찌 그냥 두냐고...

며칠 더 머물면서 다듬고 정리해서 넘겨주겠다고 한다.

 

10년을 넘게 정성을 들여 가꾸었으니 아쉬운 마음이야 오죽할까?

하나하나 손길을 주면서 작별인사를 하겠지...그게 남편의 성격이다.

 

내게 아무런 이득이 없는 일에도 열심히...  정성을 다하는... 부지런함이 생활습관인 사람.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한마디 더 할수가 없었다.

 

식물과 동물에게도 저렇게 정성을 다 하는 성격이니...

동생들에게도 긴 세월 한결같이 베푸는 형이었다.

가난한집 장남이었으니 줄줄이 동생들을 책임지는 일은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그런데...

그 친절과 보살핌이 마약이 되어버렸다.

 

뗏목위의 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듯이...마셔도,마셔도... 갈증은 더하는 것처럼.

집을 사줘도... 식당을 차려줘도... 케잌점을 차려줘도... 일년만 지나면...

 

이번에 또 망해먹었단다.

남편 심정이 어떠할까?

 

그 괴로움과 아픈마음이 헤아려져서 내가 느끼는 실망감과 분노를 내색할 수가 없다.

내가 사십대였을땐 고스라니 감정을 터트렸었다.

그런데, 이제는 돈의 아까움과 분노보다 남편에 대한 연민이 앞선다.

 

좌절감...

무너져내리는 심정을 내게 보이지않을려고

중순쯤 가겠다던 강원도에 서둘러 떠나는 걸 눈치챘었다.

 

불쌍한 남자...

흙과 나무들 속에서 헝클어진 마음을 가다듬기를...

 

 

참 좋은 형님이시네요.
요즈음 그런 형님 드믈지요.
동생들을 돕도록 해주는 그레이스님도 마음이 넓으신 맏며느리 시구요.

저희도 지난 3월말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셨지요.
제가 결혼할때 지금 정형외과 의사인 시동생이 고등학교에 다녔었는데...
상과대학에 가겠다는걸 남편이 의과대학에 가라고 권했습니다.
미국유학시절 매학기 시동생 대학등록금만은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학위 끝나고 취직하자마자부터 한국에 시어머님 생활비 보내다가
그냥 미국에 모시고 왔습니다.
시어머님 한국에서 사시던 아파트는 오래 세 줬다가
결국 시누 시동생이 처분해서 나누어 갖게하고...

시어머님 장례에 시누, 시동생, 동서가 미국에 왔었습니다.
시어머님이 수술받으시고 병원에 중환자실에 계셨었는데...
시동생이 우리한테 장례비등 주고 싶어서 동서한테
"병원비 형님네 돈으로 썻으니 돈 드려야 된다고..." 거짓말을 했답니다.

만딸러 (천 이백만원?)을 갖고 미국에 왔었습니다.
남편이 깜짝놀라 동서한테 의료보험이 있었다고...
장례비 조차도 한푼도 받지않고 만딸러 그냥 주었습니다.

시어머님 반지, 목걸이, 밍크코트등 좀 괜챦은 물건들은
시누이 다 가지고 가게 하구요.
시동생네, 시누네랑 여행이라도 가거나 외식하면 남편이 다 돈을 냅니다.

그렇게 사니 마음이 편합니다. 이런게 윗사람 노릇인것 같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0.11.15 22:26

  청이님~~~~~~~~~^^ 하고싶은 말이 태산이지만, 말을 할 수가 없네요.
  남편이 대기업에서 24년을 근무하고 나와서
  뜻밖의 행운으로 외국 회사에 스카웃되어서 많은 연봉을 받게되었지요.
  많이 넉넉해졌으니 시동생들 집도 한채씩 사주고,식당도 차려주고... 그러나, 그게... 그것으로 끝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