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마시는시간

내가 위로가 되고 방패막이 되고자...

by 그레이스 ~ 2009. 9. 23.

나는 왜 드라마에 흥미가 없었나?

 

런던 주재원으로 갔었던 때 두 아이는 5살,6살.

한국에서 유치원 경험도 없었던... 그래서 공동체 생활이 처음이었던 큰 아이.

영국아이들 속에 동양애는 오직 자신뿐 -그 두렵고 낯설음이 오죽했으랴?

어설프게나마 소통이 되는 엄마는 아이에겐 유일한 의지가 되었을 터.

아이들에겐 엄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맥가이버 같은 존재였었다.

 

빠른 속도로 영어를 습득하고 엄마보다 더 앞서나갈 때 쯤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들.

아무런 준비없이 겨우 한글만 익혀서 3학년으로 전학이 된 큰 아이는 학교에서는 3학년 수업을 받고

집에 돌아오면 1학년,2학년 과정을 통합한 엄마의 보충수업을 들었었다.(둘째는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동아전과, 표준전과로 사전공부를 해둔 엄마는

아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였다.

그때 아이들에게 엄마의 생각을 설명해주고  한가지 약속을 했었다.

 

아빠가 회사에 가시고 돈을 벌어오는게 아빠의 의무이고 책임이듯이,

밥하고 빨래하고 너희들 돌보는 것은 엄마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이 모든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 앞으로 파출부를 쓰는 일 없이 내힘으로 하겠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는 것은 너희들이 해야하는 의무이고 책임이니,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일은 없을 테니 너희들의 능력 껏 너희 힘으로 해야한다.

모르는 것은 엄마가 도와주겠다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을 했었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3학년을 마칠즈음엔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되었고,4학년을 마치고는 잘하는 부류에 들었었고,

5학년이 되어서 전과목 수를 받았었다.

 

니가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다고...

나는 참 복이 많은 엄마이라고...수시로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었다.

5학년이 되면서부터 도움이 필요없는 수준이 되었지만 엄마에 대한 신뢰는 변하지않았는지,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전해주신 

 "저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보다 우리 어머니를 더 존경합니다"라고 했다는 아이의 말에

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자고 결심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시험부터 전교 1등을 하는 아이는 공부 잘하는 한가지 이유로 엄마의 사십대를

화려하게 만들어 주었지.

 

혼자서 공부하는게 익숙해져서 약속대로 과외나 학원에 안가도 공부 잘 하는 방법을 터득한 아이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했는데...

그때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테레비를 끄고 나도 조용히 책을 읽는 것.

 

그렇게...

둘째가 대학에 입학하는 해 까지 10년동안 떠들썩하던  모래시계도 그 무엇도 드라마는 본적이 없었다.

억지로 참았던게 아니라,무엇에 취한 듯 내가 원해서 그렇게 살아온 사십대...

내가 위로가 되고 방패막이 되고싶어서 스스로를 무장하느라 그렇게 세뇌되었던 듯.

생각해보면 언제나 즐거운 추억으로 떠올려지는 그 시절

그리고 수많은 에피소드들...

 

이하 생략.

 

지난번에 내가 가입한 카페에서 젊은날에 10년동안이나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다고 했더니

왜냐고 이해가 안된다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적었네요.(제목은 그때 썼던글 그대로)

 

아들들이 대학생이 되고난 후로는 드라마를 챙겨보고 좋아도 하지만...

간간히 나오는 거슬리는 장면 때문에 몰입이 안되고 건성 건성...이번에도 8시 주말극에

서른 넘은 아들들에게 몽둥이 휘두르는 엄마가 어찌나 한심하고 천박스럽게 보이던지...

 

우리나라 드라마는 왜???

다큰자식에게 함부로 빰때리고, 고함지르고, 억지부리는... 부모를 그렇게 한심한 수준으로 만들까요?

두번다시 8시꺼는 안봤는데,

2주전에 뒤늦게 우연히  "탐나는 도다"를 보고 귀양다리 선비에 푹 빠져버렸어요.

나는 아마도... 감정을 절제하고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주인공을 좋아하나 봅니다.

이번주에 끝난다는데...

 

참 아쉽고 서운해서 드라마 게시판, 디씨 갤러리 이곳저곳을 오늘도 기웃거립니다.

평생 처음해보는 짓으로 DVD 도 사겠다고 신청하고요.

아들들아~~~ 엄마가 요즘 이러고 논다.

 

  • 정명실2009.09.23 15:46 신고

    그레이스님 안녕하세요.

    탐나는도다 저도 재미있게보는데요. 감정 절제, 자기자신 잘 다스리는 사람 저도 좋아합니다.

    그런사람이 되려고 노력도 하고 ,공감이 가서 얼른 글 올립니다.

    평소에 블로그 재미있게 보고 있구요,

    답글
    • 그레이스2009.09.23 19:46

      명실님~^^ 반가워요~~~
      저는 드라마 보면서 싫은 장면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리거나 꺼버리는 편이어서 진득하니 보는 경우가 드물어요.
      특히나 전체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버릇없거나 경망스럽거나 지나치게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보면 비위가 상해서...
      차라리 역사스페셜 종류를 더 좋아합니다.
      탐나는 도다는 참 재미있는데 시청률이 낮아서 조기종영한다고 하니...

      다음주에 서울 가기로했어요.
      연락을 드릴께요~

      제 블로그는 유령으로 들리는 사람이 많아요~
      가까운 친구와 동생까지도 흔적없이 소식만 보고간다고 그러더군요.

  • 씨클라멘2009.09.23 16:23 신고

    역시 대단하신 엄마이십니다.
    저도 존경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9.09.23 19:51

      주연씨~ 그건 예전 이야기이고...
      드라마보고... 게시판 뒤적이고... 이러고 논다니깐.
      그리고 이제는 부지런하지도 않고...

      명훈이가 지난 겨울에 "어머니 시간도 많으신데 새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건 어떻겠어요?" 물어보길래,
      "얘! 나... 이제 공부하기싫다."
      "그냥 놀란다" 그랬다구~~~

  • 씨클라멘2009.09.23 16:28 신고

    언니..잘 지내시지요?
    어지름증 휴유증도 없고요?

    저는~
    요사이 친한 친구들이 셋이나 암수술 받고
    친정 어머니도 입원 하셨고..
    이제 저도 그럴 나이구나,,실감이 되어 맘이 많이 약해진 요즘입니다.
    그래서 인생수업이란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젠 상실과 두려움에 대해 공부해야 할 때임을 느끼면서 마음 무장 중입니다.

    근데..제 가족, 지인들에게 위로가 되고 방패막이 되어주어야 할 필요가 많아져서인지
    요즘 제 얼굴이 너무 단호하고 무서워진거 있죠?
    긴장과 결의에 찬 표정...
    그래서 종종 거울을 보면 낯설고 좀은 서글퍼지고그러네요.

    답글
    • 그레이스2009.09.23 20:05

      어제 일주일만에 병원가서 검사를 했는데,
      눈동자 흔들리는게 많이 좋아졌다고 순조롭게 나아지는 중이라고 하네.
      다행히도 시키는데로 약을 먹으면 재발은 안한다니까 지시하는데로 8주간 병원다니고 약을 먹어야지.

      주연씨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서 괜찮아.
      조금만 반가운 일이 생겨도 금방 활짝웃는 걸~

  • Beatrice2009.09.24 09:50 신고

    와..그레이스님 대단하세요~~^^

    저두 어릴적에 엄마한테 공부를 배워서 그 당시에 엄마는 모르는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레이스님은 공부잘하는 두 아드님 덕분에 가르치는 즐거움을 누리셨는데,

    저는 별로 그러지 못해 엄마께 그런 즐거움을 못 드린것 같네요..^^;;;;;;;

    근데 그레이스님은 디씨갤러리도 가세요??ㅎㅎㅎ

    제가 좋아하는 교수님도 그 곳에 자주 가신다는 걸 알고 놀란적이 있는데 티비보고, 디씨갤러리 가고...

    그런것들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두 티비를 잘 안보는 편이였는데

    요즘은 아주 가끔씩보니 사람들과 새로운 소재로 소통할 기회도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얼마전에 좋은 모습일 때 아빠가 더 그리워 질거라는 그레이스님의 말씀 공감해요...
    작년엔 졸업전시때 아버지가 어찌나 생각이 나던지.... 돌아가시기전, 아빠와 학교에 온적이 있었어요.
    저희 아빠는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했다가 연대를 가셨는데 서울대를 다니지 못한 아쉬움이 크셨나봐요. 그래서 그때 학교 정문을 통과하면서 아버지께서 졸업식때 꼭 와서 사진도 찍고 축하도 해줘야지..라는 말씀을 하신게 생생한데 결국 그러지 못한게 많이 서운하고 아쉽고 그러더라구요.
    하늘나라서 지켜보셨겠지만 제가 너무 좋아한다는 경제학과 교수님처럼 아버지덕분에 맺어진 아버지의 사람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해주니 더더욱 생각이 나더라구요.

    요즘은 지인들 결혼식을 가면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래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아버지로 인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였는지, 그런것들을 위해 애쓰신 아버지의 노고가 너무 컸음에도 마냥 누리기만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져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지내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혹시 꿈에서라도 만나면 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부끄럽지 않게 말하고 싶어서요....^^

    아무튼, 저는 그 그리움과 아쉬움을 힘들어도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보내자...로 극복하려는 것 같아요.^^

    • 그레이스2009.09.24 20:10
      디씨 갤러리는 흔적없이 유령으로 다니지만 유행하는 어휘는 다 알아요~^^
      두 아들과 남편은 전~혀(아마도 100%) 드라마를 안보니까 재미있는게 생겨도 공감대라는 건 없어요.
      그냥 혼자서...
    •  
  • June2009.09.25 10:16 신고

    많이 편찬으셨나 봅니다.
    이제 우리나이즈음에는 더욱 건강하셔야 할텐데...
    항상 조심하셔야겠읍니다.
    건강을 지킨다는게 꼭 우리뜻대로 되는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겟지요?

    저도 여행도 다녀오고, 아들네가 이사한곳도 다녀오고,
    딸네집을 오가자니 괜스레 분주한것 같어요.

    늘 건강하셔야 할텐데...

    답글
    • 그레이스2009.09.25 11:18

      제이님~^^
      제가 쫌 뜸 했지요?
      친정어머니 기일이 가까워오면 기분이 가라앉고... 그래서 더 무리를 하게되네요.

      몸도 마음도 많이 피곤했었는데 계속 무리를 했더니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전에는 이틀씩 밤샘을 해도 괜찮았는데... 이젠 몸이 안따라주네요.

      지금 미용실에 펌 하러와서 머리에 셋팅했놓고 컴퓨터앞에서 놀고있어요.ㅎㅎㅎㅎ
      명절이 가까워져서인지 아침시간인데도 사람이 많아요~

    • June2009.09.26 11:13 신고

      늘 건강하셔야 할텐데...
      요사이는 몸이 불편할때가 제일 시무룩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니 무리하시지 마셔요.
      내가 아프면 나만 손해(ㅎㅎ)잖아요.
      제 친구들이 웃기는말로 요사이는 보약을 만들거나 있으면
      남편을 주는게 아니라 내가 먹어야 한다나요
      그러니 그레이스님 좋아하시는것으로 드시구요 그레이스님 편안하신대로 지내셔요.
      애~구~ 바같 선생님이 이글보시면 고약한 여편네라고 하시는것 아닌가 모루겠네요 ㅋㅋ

      잘하셨읍니다.
      미장원에 가셔서 머리를 이쁘게하시고 나면 기분이 많이 전환되실것입니다.

  • 해린엄마2009.12.11 03:51 신고
  • 이렇게 열심히 사셨으니 자부심을 가지실만 합니다.
    본보기가 되는 부모가 된다는것이 절대 쉬운일 아니라는걸 매일매일 새록새록 느끼거든요.
    우리 부모님과 남편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이래서 애낳아봐야 부모 마음 안다는 말이 있나봐요.

    그레이스님의 글들은 읽을수록 많은것들을 고민하게 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9.12.11 09:49

      본보기가 된다는 게... 점점 가속도가 붙게 됩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보기에 모범을 보이자' 했는데,
      다음에는 '남편과 자식에게...'
      그다음에는 내 가족과 이웃에게...
      그런식으로 범위가 넓어져서 내자신을 다그치게 되더군요.
      돌이켜 생각해봐도
      지나온 시간들이 대견하게 느겨집니다만 힘들어서 다시 되풀이 할 자신은 없어요.
      이제는 너무 편하게만 살아서
      몸과 정신이 다 게을러져 버렸어요.
      머리속의 묵은 때를 씻어내야 할텐데...

 

'차 마시는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문을 뛰어오른 잉어들 처럼...  (0) 2009.11.12
35주년.  (0) 2009.10.24
엄마와 딸.  (0) 2009.09.17
자동차 구입 - 아버지의 카리스마.  (0) 2009.07.27
부자가 되는 (성공하는 ) 마음가짐.  (0) 20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