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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자동차 구입 - 아버지의 카리스마.

by 그레이스 ~ 2009. 7. 27.

명훈이가 회의 중이어서, 세훈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형이 자기돈으로 자기차 사면서 아버지 결제를 받는 것인데...

아버지는 뭐~ 그렇게 태클을 거시냐고?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싫은 소리를 한다.

명훈이가 사려는 차의 색깔이 맘에 안든다고 반대를 하시면서 내일 다시 통화하자고 하셨다나?

정작 본인보다 세훈이가 맘이 상했나보다.

 

형식적인 수순으로 아버지께 여쭈어봤는데... 반대를 하시다니!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난 후의 두 아들의 표정이 짐작이 된다.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부터,

뭔가를 요구하면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보자~ 고, 어린 마음 다칠까 봐 당장의 거절을 피했었다.

 

백화점에서 장난감을 갖겠다는 서너 살 때부터... 아빠한테 물어보구~? 

아빠 오시믄~ 말씀드리자,

아버지 오시면 의논해볼게라고 말하는...

 

불필요한 것 혹은 내가 거절하고싶은 것일 때는 회사로 전화를 해서

애들에게 안된다고 거절하라고 사전에 연락을 해두고...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면 여러 번의 설득을 거쳐서라도 동의를 받아내고.

그렇게 모든 결정은 아버지의 허락 후에 하는 걸로 습관이 들어서

 

이렇게 어른이 된 후에도 형식적으로라도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으라고 시킨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필요한 조언을 곁들여서 허락을 하시는데,

가끔은 완강한 고집에 이런 일이 생기네.

 

싫은 소리 하는 작은아들에게 다독이는 말을 해줬다.

세훈아~

반대의 생각을 가진 어른에게 최대한 진지하고 예의 바르게 자기의 원하는 바를 설명하는 일이

너희들의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훈련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보고,

준비하고,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학생 시절부터 그렇게 훈련을 했기에 지금껏 너희들이 반듯하게 자라는데 도움이 되었을 테고...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성의를 다해서 남을 설득하는 수고쯤은 해야 되지 않겠니?

그게 니 감정을 다스리는데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내 말을 듣고 세훈이가 다소곳해져서 "알겠습니다" 한다.

 

명훈이가... 귀국하고 나서도 당장 급하지 않다면서  차 사는 걸 미루더니

어제 낮에, 생각해두었던 차를 보고 왔다고 전화가 왔었다.

(그전에는, 다닐 회사가 결정되고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난 후에 차종을 결정하겠다면서

당분간은 불편함을 견디겠다고 했었다.)

 

수입차를 보러 갔지만, 국내 브랜드의 깨끗한 중고차를 살까도 망설인다며... 내 의견을 물었다.

나도 내 생각을 몇 마디 거들었고.

최종적으로 BMW 흰색으로 결정을 했다면서

저녁에 시승을 하고는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찬성이지만 밖에 계시는 아버지와 통화를 하라고 대답했었고.

그랬는데, 뜻밖에 흰색이 맘에 안 든다고 하시면서 다른 색으로 바꾸라고 하셨단다.

 

남편에게 정색을 하고

서른 살 넘은 아들이 지가 번 돈으로 지 차를 사면서 왜 아버지께 승낙을 받으려 하겠냐고?

아버지에 대한 예의 아니냐?  아들의 속마음을 파악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 후에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명훈이가 원하는 데로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다.

 

고집이 세나 마음 여린 호랑이 남편과  

어리숙한 척 사람 홀리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살아가는 이야기.

 

  • 미소2009.07.27 18:14 신고

    온화한 표정아니실까요^^ 건강하시죠?
    아빠를 설득하는 일은 어느집이나 있는 일이네요. 아빠 생각을 여쭙고 아이들의 생각을 전하고... 제 생각을 말하고.
    긴 시간이 걸리때도 있지만 그럴때마다 상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 참 마음편할 때가 있습니다.(반대로 확~ 결정하고 싶을때도 있어요 ㅎㅎ)

    • 그레이스2009.07.27 20:13
      여유롭고 온화한 표정보다 어리숙한 표정이 더 통한다니깐 ㅎㅎㅎ
      이번에 만났을때 여동생이 그러더군.
      언니는 적절한 비유로 남을 설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좀~ 과장해서 설득의 고수라고 할까?
      남편에겐
      진지하게 상의를 할 때도 있지만,
      예의상
      조심하는척,어려운척 그냥 여우짓을 하는거랍니다.
  • hyesuk2009.07.28 07:30 신고

    저희 아들 한 일주일 형들이랑 합숙 어찌 좀 안될까요?..ㅎㅎㅎ
    보고 좀 배우게..

    • 그레이스2009.07.28 10:46

      아마도... 재원이가 형이 있었으면 엄마가 훨씬 쉬웠을꺼예요.(남동생이 있던지)
      세훈이 보니까 뭐든지 형을 따라할려고 그러더군요.
      칭찬듣는 일에는 서로 경쟁하고...
      아들이 둘이어서 더 편하게 키웠었네요.

  • fish2009.07.29 12:49 신고

    결혼하자마자 처음 시댁에서 차 사주실대가 생각나네요..
    저희는 흰색을 골랐는데 시아버님이 흰색은 안된다 해서 잠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다른색으로 결정봤지요.

    요새 아이들은 타협하는것도 설득하는것도 다 서투른 경우가 많아요. 너무 오냐오냐에 아이들이 원하기도 전에 부모가 턱앞에 놓아주니 말에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남에 대한 배려나 양보를 잘모르더라구요.

    전에도 그랬지만 떨어져 살다보니 자연스레 큰 결정들을 할때 아이들이 아빠와 더 많이 상의를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남편이 너무 물러요... ㅎㅎㅎ

    • 그레이스2009.07.29 18:15

      수희씨~^^
      싱가포르도 방학일텐데 서울 안오나요?

      남편도 흰색이어서 안된다고 합디다.
      너무 튀어보인다나?
      bmw 흰색은 구경도 못해봤다면서...

      예전에,
      우리 시어머니께서 날더러 모질고 독한 엄마라고 야단치시더라구요.
      아이가 ... 먹고싶어하는 과자를 달라는데로 주는법 없이(아이가 떼쓰고 울더라도)
      하루에 두번 아침 10시, 오후 3시,간식시간에만 그릇에 담아서 주는 걸 보시고는 어찌 그리 독하냐고...
      떼를 써봤자 안통한다는 걸 첫돌 지나고부터 배운셈이지요.

      사고싶은게 있어도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만 가능했기에
      왜 살려고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칭찬듣고 선물을 받을만한 일을 했는지?
      아니면 앞으로 얼마동안 어떤일을 할 것인지?
      엄마,아빠를 설득해야했으니... 쉽지않았겠지요?

      어느집에나 남편들은 후한편이죠.
      그래서 사전작업이 필요해요.(혼자서 결정하지말라고)

  • June2009.08.01 23:00 신고

    아버지께서 얼마나 대견하시고 기분이 좋으셨겠어요.
    아버지께 말해주는것이 좋으셔서 그냥 한마디 하시는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집도 그렇거든요

    명훈씨나 세훈씨 모두 의젓하고 참 마음에 드는 청년들입니다.

    • 그레이스2009.08.01 23:21

      남편은 아들이 전화해서 허락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나봐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형식적인 절차도 더 따지게 되는 것인지?

      아주 옛날 제가 중학생일때...
      며칠 연속으로 술에 취해서 들어왔다고 아버지께서 할머니 방에서 무릎꿇고 야단맞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다큰 자식들이 여럿인데...
      우리들은 마당에서 조마조마했어요.
      설마???
      남편이 그러지는 않겠지요?

  • LEESOOHYUN2009.08.06 19:35 신고

    어머니(저희 엄마와 같은 나이대의 분들을 어머니라고 합니다) 블로그를 우연히 찾아 오게 되었는데 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저도 결혼을 하게 되면은 이렇게 자녀를 키우고 싶다 부터 저희 엄마와 동일점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친구 신청을 했어요.. 저는 다음 블로그는 사용하지 않고 싸이월드만 하고 있는데 이것도 관리 못한지 오래 되었네요.. 위에 글을 읽으면서 제가 부모님께 하는 것과 너무 흡사한것이 반갑기도 하구요.. 저는 30살..거제도 대우조선 야드 내에 선주사에 근무하고 있고 해상법 공부하려고 이래저래 고군분투 하고 있는 싱글 처자 입니다... 어머님 글 잘 읽고 많이 배웁니다..

    • 그레이스2009.08.06 20:22

      반가워요~ 아가씨^^
      아들보다 어리니까 어머니 맞네요~
      조선과는 참 인연이 깊어요.
      남편은 35년간 조선일을 했으니까요.

      거제도엔 자주 놀러갑니다.
      인사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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