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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엄마맘을 살피는... 아들.

by 그레이스 ~ 2011. 7. 29.

혹시나 서운해하실까?

어머니의 속마음이 어떤가~ 염려가 되어서 몇번씩 용건도 없는 전화를 한다.

왠일이니?

 그냥요~~~ 뭐하세요?

 

몇년전부터 아들의 취향에 대해서 싫은소리를 여러번 했었다.

"넌 어째 무용전공한 애들만 좋아하냐?"

그것도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

"개인의 됨됨이를 떠나서 나는 예능 전공한 애들은 싫다"

 

한가지에 집중해서 노력하느라 다양한 공부와 취미,두루 갖추어야 할 소양에 부족할 수 밖에 없는...그런 이유로

싫다고 분명히 엄마의 의견을 밝혔었다.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된다."

 

그랬는데, 세훈이가 좋아하는 아가씨는 발레를 전공했단다.

성품은 어떨지,됨됨이는 어떨지...그런 것에 상관없이 첫 관문에 부딪치니까,

무척 조심스레... 엄마를 살핀다.

 

내가 괜찮다고... 서운한 맘이 없다고... 앞으로 이뻐하겠다고... 말했는데도 말이지.

아들의 걱정을 풀어주지않으면,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소소한 의견차이에도

아들은 엄마에게 오해가 쌓일 여지가 충분히 있겠다.

 

어제 밤... 전화기를 들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했다.

어린시절의 사건을 예로 들기도 하고,

평소에 너희들이 봐 왔던  엄마의 결단력과 결심을 했으면 지켜내는 성격에 대해서도...

 

나는 뭔가를 결정하기 전에는 내가 싫은것에 대해서 분명하고 확실해서 원칙을 깨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내가 선택을 하든지,결정을 해놓고,

이저쿵 저러쿵 딴 말을 한다든지, 후회를 한다든지... 그런일은 아예 없다.

내가 산 물건에 대해서도 내 선택을 후회 안하는 성격인데,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겠느냐?

예능전공한 아가씨는 며느리감으로 싫다고 한 말 잊어버려라.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만나면 반가운 마음으로 대할 것이다.

 

술한잔을 했는지,

꽃분홍색으로 들떠있는 얘기 보따리를 엄마에게 펼쳐보인다.

전화를 끊기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보탰다.

 

여자는,

결혼 무렵의, 그리고 신혼시절에 남편이 보여준 그 사랑을 평생 자랑스레 간직한다.

남편이 밉게 보일 때,

또 살아가면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생길 때 마다  그 추억을 꺼내서 치료약으로 삼는다. 

엄마는 그렇게 살았다.

 

  • 빛과소금2011.07.29 21:20 신고

    이글을 읽으며 왜 제가 눈물이 나는지~~~....
    저도 아들만 둘인 엄마랍니다......
    저의 아들은 아직 결혼이 한참 멀었습니다만 ~~~~~왜 ~제가 눈물이 흐르는지...
    그레이스님의 강인한 깊은 맘을 사랑합니다.....
    눈물이 흘러 글을 쓸 수가 없네요~~~~~


    자녀교육의 장을 읽으며 참, 머리숙여 존경합니다...^^*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11.07.30 07:09

      새로운 인연이네요~
      반갑습니다~^^
      가끔은... 신생아 에서부터의 성장과정을 긴~ 필름으로 돌려 볼때가 있지요?
      사랑스럽고,뿌듯하고,설레이고,마음 졸이고,걱정으로 밤을 새고,안쓰러워 눈물 흘리고...
      나의 온갖 정성이 다 들었구나 하면서.
      자식은 그런 존재~
      글 뒷자락에 쓸쓸함도 묻어나나요?

      이렇게나 고마운 표현을 해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 해린엄마2011.07.29 23:23 신고

    세훈씨의 마음도, 그레이스님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가면서.
    그래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엄마에게 터놓고 이야기할수있는 모자지간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모녀관계에서는 쉬울수있으나 모자관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 같더라구요.
    해린아빠와 시어머니도 대화가 아주 많은 모자지간이라 그점이 참 마음에 들었거든요.

    저도 나중에 만약 아들을 낳으면 꼭 그렇게 키우고 싶어요.
    딸보다 아들은 보다 더 노력을 해야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것 같거든요.

    이제. 새식구가 생기시겠네요.
    그레이스님은 새식구에게도 분명 훌륭한 어머니가 되실거에요.

    답글
    • 그레이스2011.07.30 07:35

      예닐곱 어린 나이일때부터 그렇더라.
      사내아이인데도 엄마에게 거칠게 땡깡 부리는게 없었어.
      짜증 내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엄마의 무서운 표정 하나에 바로 기가죽는... 섬세하고 여린면이 있더라구.
      불같은 아버지의 성격을 닮았으면서도,상처도 잘 받는 편이어서,
      나는 더 조심스럽고,아들의 심중을 헤아리고 또 헤아리게 되더라.

      엄마의 입장에서 가끔은...서운하고 쓸쓸한 순간도 생기지만,
      자식도 또한 부모에게 그런 맘이 들때도 있을 터.
      내가 아플때는 아들도 아프다고 생각하면...
      터놓고 말하고 털어내어서 서로 앙금을 남기지 말아야지... 그렇게 산다.

      깊은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하고 존중해줘서 고마운 아들이야.

  • 장모양2011.07.31 03:20 신고

    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님~~

    답글
    • 그레이스2011.07.31 09:32

      예~ 고마워요~^^
      벌써부터 들떠서
      가지고있는 물품중에서 며느리 맞이하면 줄 선물을 챙겨 봅니다.ㅎㅎㅎ

  • hyesuk2011.07.31 20:48 신고

    마지막문단에 살짝 울컥하며 공감 500만배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08.01 07:46

      이해가 안되는 현상이더라.
      아들이 엄마의 생각과는 다른 선택을 하면 (드라마를 보거나,아니면 다른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화가 나거나 섭섭해야 정상일텐데,
      나는,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울컥하더라.
      아무 말없이 눈물이 핑~~~ 도는...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오해는 하지마~~~ 한순간만 그랬어.
      지금은 진짜 괜찮아.

      사실 세훈이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어서 "니 아내가 세상의 전부인양 잘해주어라" 라는 말이 필요없을텐데,
      명훈이는 사고방식과 성격상... 손발이 오글거리고 닭살 돋는다고 어이없어 하길래,
      여러번 저렇게 말해줬어.
      설령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행동이 아닐지라도,
      사랑을 표현하고,니 아내가 세상의 전부인양 잘해주어라.
      "내가 이남자에게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구나~" 그 하나를 평생 간직한다... 라고.

      사는게 참 힘들고,
      끝없는 시집 뒷바라지로 속이 답답할 때... 위로가 되더라.

    • 디오2011.08.01 11:50 신고

      저도 공감 500만배..^^

  • 디오2011.08.01 11:55 신고

    집으로 오고 일주일...
    엄마 일주일 더 있다가 왔다고 생각하라고 하고..
    걍 죽은듯이 지내고서 이제야 정신을 차려봅니다.
    맛있는 빵..잘 드셨다라는 감사말씀 드립니다.

    며눌 보시면 또 얼마나 자상하게 하실까...
    이쁘다고 너무 한꺼번에 다 주시지는 마세요.
    저도 즐거워지는 마음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08.01 19:52

      그래~ 잘했어. 너무 피곤하면 병난다.
      디오 만난다는 글을 썼더니 휴스톤의 정아님이 댓글을 썼더라 (간추린 일기)
      디오가 그렇게나 뽀얀 피부인지 몰랐다고 했어.

      남편에게,자식에게,혹은 누구에게... 잘하고싶어서 저절로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심하고 노력으로 잘하는 경우도 있잖아?
      내 생각에는 며느리나 사위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더라.
      이뿌다이뿌다 하면 더 이뻐 보이고,맛있다 맛있다 그러면 더 맛있게 느껴지듯이...

  • 깨몽깨몽2011.08.01 15:10 신고

    정말 여자는 어느 시절, 남편에게 전부였던 기억으로 힘든 상황이 생길 때 견디나봅니다.
    저역시 힘든 시간이 있었을 때, '남편이 (잘해줬던 일들,) 나에 저축해놓았구나, 나 힘들 때 쓰라고...'
    벌써부터 새 식구에게 잘해주고싶어하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
    다정다감한 아드님도 참 뭉클하구요... ^^

    답글
    • 그레이스2011.08.01 19:57

      아이들이 제법 컸을때 까지, 온동네가 다 알도록 마누라 챙기더니
      세월이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달라지기도 합디다.
      그래놓고도 날더러 사람이 변했다고... 자기한테 소홀하다고 푸념하더군요.
      육십이 넘어가면 말 안해도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서로 느낌으로 다 압니다.ㅎㅎㅎ

  • coco2011.08.07 11:07 신고

    신경이 많이 쓰였나봐요... 그래도 그 마음이 참 예쁘네요.

    답글
    •  
  • 하늘빛 향기2012.01.09 19:39 신고

    저도 제딸아이도 예능전공인데...ㅎㅎㅎ
    보통은 그런생각들을 하실수 있겠다 싶어요...^^
    글을 자꾸만 읽고 싶게..진솔하게 써 주셔서 감동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01.10 21:40

      처음 뵙는 이름이군요~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예체능 전공은 어린시절부터 한가지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다양한 취미생활... 많은 독서... 좀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며느리에게 요리도 배우고,꽃꽂이도 배우고, 아기를 낳기전에 여러가지를 배우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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