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들 모두 모여서 이야기할 때,
오빠는 언제나 아무런 말이 없이 듣기만 한다.(참으로 대단한 내공이다)
나와 바로 밑의 큰 남동생은 대화의 주도권 쟁탈이 치열하고...
어제의 화제는 단연 결혼이었다.
아들 딸 모두 결혼시킨 오빠네를 제외하고도, 여동생, 남동생 모두 딸 하나씩은 결혼시켜서,
이미 장인 혹은 장모가 된 상태.
모두들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시부모가 될 우리 부부에게 조언이 쏟아져 나온다.
남동생 왈;
자형은... 며느리에게 잘해주려는 맘이 너무 넘쳐서 나중에 실망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하고,
누나는... 맘에 들 때는 무한정 너그럽고 잘해주지만, 눈밖에 벗어난 사람에게는 단호하고 냉정해서
만약에 며느리가 맘에 안 들 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라고 한다.
사람의 성격이라는 게 형편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 융통성이 있는 거지
항상 자로 잰 듯이 그 모양 그대로 한 가지 성격만 있는 게 아니고 나도 유연하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주변에서 보고 들은 다양한 사례들도 늘어놓는다.
안 그런 척 웃고 있지만 은근히 속에서 열이 올라오는 나~
큰 남동생과 나는 성격은 아주 다른데, 딱하나 똑같은 것은 주도권을 잡으려는 보스 기질이 강한 것이다.
자연히... 전체 분위기를 장악하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
60이 다 된 교수를 기어이 내 손아래 남동생으로 보려는 나는 무슨 심사이며,
누나에게 대학생 제자에게 가르치듯 설명하려는 남동생은 또...
나중엔 둘 다 웃고 말았지만...
아이고 참~주책바가지~!!! 주책바가지~!!!주책 바가지~!!!
제발 쫌~~~ 양보하고 살아야 할 텐데... 나도 참~ 큰일이다.
은퇴 후의 취미생활을 위해서 올해부터 일주일에 3번 수채화 레슨을 받는다는 오빠
상당한 솜씨가 정말 부럽다.
"내가 유명해지기 전에 그림 좀 사라" 면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주신다.
어떤 경우에도 감정적이 되지 않는 저 조용한 카리스마는 어찌 닮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