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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입덧.

by 그레이스 ~ 2011. 12. 22.

지난주 세훈이에게서 찬주가 아프다는 말을 들었지만 남편에게는 비밀로 했었다.

얼마나 걱정하고 조바심할지 알기에.

 

어제 집에 도착한 후 좋은소식을 먼저 전하고,

사실은 며늘아이가 대상포진에 겹쳐서 입덧으로 일주일째 누워있는 상태더라고 했더니,

 

"아니~! 사부인은 딸을 돌봐주지도않으시냐고?" 억울한 사람 원망한다.

"직장 다니잖아요? 어떻게 올 수 있어요?"

오늘 도착한 날더러 곧바로 내일 또 서울 가라고 한다.

아주~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그럴 줄 알고 대상포진 말을 안했다니까~!!

 

내려오는 비행기속에서 계속 재채기가 나더니 감기의 시초인지 피로감도 심하고...

남편눈에는 그게 안보이는 듯.

 

목감기약을 먹고, 사전조치를 취했다.

약 때문이었는지 아침에 눈을 떠보니,9시가 되었네.

커피 한잔으로 정신을 차리고 남편 아침상을 차려주고는 곧장 2층으로 와서 이 글을 쓴다.

딸그락 딸그락 수저 소리가 끝나면 달려가야할...

 

어제 아침  명훈이 출근후

빨래바구니안의 옷들을 분리해서 와이셔츠종류, 청바지종류, 타올종류, 3번에 나누어 세탁기를 돌리고,

그사이 간단한 청소를 하고,샤워를 하고...

11시에 신촌으로 갈 준비

 

(전날밤에 세훈이에게 전화를 해뒀다. 아무리해도 안되겠다 내가 찬주 데리고 병원 가서 영양제라도 맞춰야겠다)

신촌에서 찬주를 데리고 영등포의 산부인과에 가서 입덧과 대상포진의 현재상태도 말씀드리고...

영양제를 맞는데, 3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입덧 진정시키는 약도 함께 넣어줬고.)

 

찬주가

어머니 어떻게 기다리시겠느냐며 집으로 먼저 가셔요 저는 택시 타고 갈께요 그런다.

이쁜녀석 말도 이쁘게 한다니까~

그사이 내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하고 나와서 점심도 사먹고,

커피전문점에 들러서 빵이랑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영양제를 맞고난 후 롯데백화점 식품코너에 가서 입맛에 맞는 게 있는지 먹꺼리를 사 줄려고 했는데,

비행기시간을 생각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가서,

내가 들고갔던 언양 꽃등심 불고기 양념으로 재워놓고,

삶은 사태 찢어서 다섯봉지로 나눠서 냉동시키고...큰냄비에 사태넣은 곰탕 끓여놓고,

 

토하더라도 계속 먹어야된다고,

"내가 보는 앞에서 조금만 먹어보아라" 불고기를 볶아 줬더니,고맙게도 그걸 다 먹는다.

내가 웃으면서 그랬다.

"뱃속 아기가 할머니에게 잘보일려고 참아주는구나"

 

서둘러서 택시를 탔는데, 마지막 비행기시간에는 넉넉했었다.

 

덧붙여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사진 정확하게 판독하니 딱 5주째란다.

사진을 가져와서 남편에게 보여줄려고 꺼내는데,

남편이 사진을 보기전에 먼저 묻는다.

 

"누구 닮았어?"

웃음이 팡~!! 터졌다.

겨우 콩 하나 만큼의 크기인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아이고 서방님~~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작은 사이즈인데 심장소리는 씩씩하더라.

 

  • 이든새2011.12.22 11:47 신고

    며느님이 너무 부럽네요... 하지만 전 댁의 며느리처럼 될려면 이혼하고 재혼해야하기 때문에...;;; 전 님같은 시모가 되려고 열심히~~ 글로나마 배우고 있답니다~~~ 대상포진... 많이 힘들텐데....

    답글
    • 그레이스2011.12.23 08:01

      이든새님이 상냥한 며느리가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요?
      훗날...따뜻하고 넉넉한 품을 지닌 멋진 엄마가 되기를 바랄께요~

  • 까만콩2011.12.22 17:45 신고

    저는 며느리 입장인데도 .. 왜 자꾸 시어머님 입장이신 그레이스님의
    말씀 한마디 ... 상대를 배려해 조심히 움직이시는 모습만 보이는 걸까요?
    아마도 ... 이제는 혼자 계신 시어머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헤아려 보려고 노력 중인가 봐요.

    "누구 닮았어?"
    빵 ~~~ 터졌어요 .... 행복이 묻어 나는 모습 .
    남편이나 저나 아이들은 자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정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면 ... 태어날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지 ... 제가 다 설레인답니다.

    어제는 작은 녀석이 ipod 를 켜면서 비밀번호를 누르기에 " 뭐야? ~~ " 하면서 슬쩍 물어 봤더니
    숫자판 밑에 찍혀 있는 영어 알파벳에서
    Rest In Peace Granpa 의 앞자를 따서 7474 라고 하더라구요 ~~~
    큰녀석은 며칠전 친구 만나러 나갔다가 갑자기 제게 전화를 해서는
    "엄마 ... 조금전에 할아버지랑 너무 닮으신 할아버지를 봤어 ~~~ 할아버지 보고 싶어 ~~~ " 그러더라구요.

    아직도 아이들 가슴에 따뜻하게 남아 계시는 시아버님이 많이 그리웠던 하루였어요.
    평생을 그리워 하고 추억해도 모자랄만큼 제게 주셨던 시아버님의 사랑이 너무 커서
    요즘도 가끔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 많답니다.

    그레이스님 ~~~
    감사합니다 ... 덕분에 ... 또 맘이 따뜻해져서 갑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 따뜻한 차 한잔 먼저 드세요 ....
    좋은 것 있으시면 먼저 드시구요 ...
    그래야 오래 오래 손주에게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 많이 주실 수 있으니까요 .....^^

    답글
    • 그레이스2011.12.23 08:12

      수진씨의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무매독자 외아들이니 딸도 없는 하나뿐인 며느리잖아.
      수진씨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그 어른들의 마음이 짐작이 되더라.
      그리고,서울이 아닌 먼곳에 사는 지혜,지원이를 그리워했을 그 마음도...
      예전부터 수진씨 글에서 묻어나는
      시어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존경심을 보고 수진씨가 더 이뿌더라구.
      나도
      수진씨 시어머니 같은 엄마가 되어야할텐데...
      마지막 독일생활 마무리 잘~ 하고,
      좋은 추억들 가득 담아가기를...

  • 달진맘2011.12.22 22:23 신고

    콩알만하게 생간 손주가 궁금해하시는 시부모님 손주 사랑이 철철 묻어납니다.
    손주는 복이 많은 아이인가 봅니다.
    며느님 사랑하시는 마음이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큰딸도 그레이스님같은 시모님을 만나스면 하는데 욕심이겟지요...

    답글
    • 그레이스2011.12.23 08:21

      달진맘님~
      간밤에는 아무래도 몸상태가 심상찮아서 일찍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렇게 조치를 취했는데도 밤새 기침을 하느라 몇번씩 깨어났었는지.
      지금, 약간 나아진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일년에 한번 감기하는 일도 드물거던요.
      이건 저에겐 참... 비상사태나 마찬가지예요.
      무리를 하지않으려해도 계속 바쁜일이 연속이어서 누워서 쉴 수도 없네요.
      오늘도 낮에 만남이 있고,저녁엔 친구딸 결혼식에 가야하고...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내용을 생각하다보니,
      꼭 쓰고싶은 글도 하나 있는데, 컴퓨터앞에 앉아 생각을 다듬을 시간도 여의치 않아요.
      남아도는게 시간이었는데,
      컨디션이 안좋으니 시간도 빡빡하네요.

  • 여름하늘2011.12.23 08:14 신고

    동안 바쁘셨군요.
    손주 맞이 하시려고 한발 한발 다가서는 그레이스님의 정성
    손주를 맞이하는 장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게 다가옵니다.

    감기는 괜찮으세요?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바이러스는 도망을 간다고 해요.
    따뜻한 국물, 뜨거운 차 많이 마시고 푹 쉬시고 얼른 가쁜해 지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님
    메리크리스마스

    답글
    • 그레이스2011.12.23 08:27

      달진맘님 글에 답글을 달다가 잠깐 딴짓을 하는 사이에 여름하늘님 오신 걸 몰랐네요.
      글을 등록을 누르고 보니까 밑에 여름하늘님의 글이 보입니다.
      동시에 이 공간에 함께하는 거 맞지요?

      어제 친구들과 놀다가 찬바람을 더 쐬인 모양이예요.
      약간 상태가 안좋아진 것 같은...
      그래도 차라리 콧물보다는 기침이 나아요.

      우리 남편의 정성은 참~~~ 항상 저를 앞서서 나갑니다.ㅎㅎㅎ.

  • 장모양2011.12.23 23:12 신고

    그레이스님은 참 그림같은 삶을 사시는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12.24 08:31

      세상사는 누구에게나 걱정꺼리와 고민은 있는거잖아요?
      기쁜일은 더 크게 받아들이고, 걱정꺼리는 체념으로 받아들이고...

    • 장모양2011.12.28 13:59 신고

      그렇죠~ 그래도 평균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복이라는 것이 갈 사람에게만 간다는 건 알고 있으니 오해는 마세요~ [비밀댓글]

  • 목련2011.12.25 20:22 신고

    그레이스님 넘훌륭하시네요..시며카페에서보구 도둑처럼 다녀갑니다
    뭔가 흔적을 남기고 싶었는데...재주가 없어서 망설이다가 더는 도둑고양이처럼
    다녀가기싫어 이렇게 제 발자욱도 추가합니다 저두 아들이있구 딸이있기에
    머지않아 남의 식구가들어오구 또 내딸도 남에집에 가겠지요 그런날이 오면
    저두 이렇게 현명하게 처신할수있게 많이 배우겠습니다
    인터넷이란 공간속에서 님을 알게되어 너무반갑고 고맙습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12.25 22:40

      목련님~ 반갑습니다.
      댓글 남겨주고 또 좋은 평가를 해주어서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지요.

      시어머니 의 여러가지를 배우고싶어서 카페에 가입을 하고보니...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아직은 어색하고 좀 생소한 느낌이 드는군요.
      앞으로 여러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하늘빛 향기2012.01.09 19:23 신고

    며느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셨네요..축하드립니다.
    주신 귀한 선물 만나는 날까지 얼마나 지극정성이실까 그려지는군요.
    행복한 시어머님과 며느님..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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