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온천욕을 하면서 설 잘쇠었느냐는 덕담을 나누고,
그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던중에 선희언니가,
"손주들은 와도 이쁘고, 가도 이쁘다" 라는 말과 함께
명절에 혼을 속 빼놓고 간 손주 얘기를 한다.
4살이라는데,
"할머니 우리 가고나면 할머니 혼자 심심해서 어떻게 해?"
"운동하러도 가고, 목욕도 하고, 할머니도 친구 많이 있다."
"그러믄~ 할머니, 친구들하고 잘~놀아~ 응?"
어린이집 가는 아이에게
'친구하고 사이좋게 잘 놀아라~ '하는식의 어른 흉내를 내더란다.
그리고는 못내 걱정이 되는지
서울에 같이 못가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할머니를 못데리고 가서 미안하다고
서울할머니집(외갓집)에 같이 가면 좋은데,
누구도 오고,누구도 오고...(그쪽 친척들 이름을 줄줄이 말하면서)
서울할머니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겠다고
할머니는 담에 서울 가자고 하더라는.
우습기도 하고,귀엽고... 만 4살도 안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아들가족이 하루 먼저 와서 이틀밤을 자고
설날 오후에 예약해둔 열차로 떠났다는 얘기를 한다.
어쩜 그리도 말을 잘하냐고 맞장구를 치고 같이 웃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평소에 아들과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명절이라고 내려오고 가면서 엄마가 짜증을 내거나,
싫은 내색을 했다면 어린아이가
할머니에게 그렇게 다정스레 행동하지는 않을테니까.
내생각에는 아마도...
손자가 부산할머니도 데리고 가자고 했을테고,
며느리가 서울할머니댁에 이모나,외삼촌의 가족도 오니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고 하지않았을까?
그렇게 대답했을 며느리도 예쁘다.
자라는 아이에게 사랑을 배우게 하고, 좋은 심성을 가지게 하는...
명절에 내려오는 길, 돌아가는 길, 긴~ 시간에
푸념하고, 짜증내고,젊은 부부끼리 다투는 걸 아이들이 보고 자란다면...?
즐겁고 따뜻한 기억들 보다, 명절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만 키워 가겠지.
자라서 어른이 되고난후에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손주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