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정기검진일이어서 산부인과에 함께 갔다.
담당여의사님 말씀이 며칠 더 걸릴 것 같으니 어머니께서는 부산집에 다녀오시라는...
불안해하는 나에게,"아무리 쉽게 낳는다 하더라도 첫애라서 한나절 진통은 할꺼에요." 한다.
지난주까지는 일주일 마다 체중이 늘더니, 이번주는 오히려 줄었나 싶게 뱃속의 아기가 그대로이다.
이제 정말 준비는 끝났다 싶은데...
일주일 집을 비웠으니, 빨래며,청소며,먹거리며... 그리고 칫과에도 가야하고,
누구나, 아무리 좋은곳에 여행을 갔더라도 집에 돌아오면 호텔보다 내집이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지.
서울에서도 편안하게 지냈는데, 침대가 아니어서 잠자리가 불편했던가?
잠부터 푹~~~ 자고 일어나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은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도 채우고, 청소도 하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처럼,함께 지냈던 일주일 동안 정이 들었나보다.
며느리와 포옹을 하고나서,"어머니 가신다니 허전하고 섭섭해요" 라는 말을 들으니 그 말이 고맙고,
나도 똑같은 마음이더라.
아들이 같이 있을테니...주말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같이 있는 시간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모두 작심하고 했던 얘기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다가 그 음식에 연관된 추억을, 혹은 처음 뭔가를 만들면서 실수했었던 새댁시절을,
젊은날에 멘토역활을 해주셨던 어느 부인에 대해서,
30대 초반에, 내가 몰랐던...대인관계의 미묘함을 알아가던 그 과정에 대해서...경험담을 풀어놨다.
한국에서는 그당시 사택에서 살았으니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이웃으로 살아서
보고 배우는 것들도 한계가 있었지만,영국에서 만나는 한국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다.
각 기관,기업체,온갖 종류의 직업으로 파견나온... 그러다보니, 서로 잘난사람이 많아서 시기하고,
말과 행동이 남의 표적이 되기도 쉽고,구설수에 말리기도 쉬운 사회였었다.
그때 어수룩한 나에게 조언을 해주신 남편의 학교선배 최교수님~
교양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직접 대놓고 남의 흉을 보지않는다고.
하지만 두가지 뜻이 포함된 말을 쓰니까,항상 겉으로 들어난 뜻보다 감춰진 의미를 헤아려 봐라고 조언해주셨다.
칭찬인 듯 하지만,말하는 표정과 뉘앙스로 속마음이 묻어난다는~
'세련되지못하다, 촌스럽다' 라고 하지않고, '순진하다,아직 때묻지않아서'라고 표현하고...
수다쟁이라서 싫다고 하지않고, 밝고 활달해서 좋은데 내취향은 아니라고 하고...
30세 전후엔 어찌 그리도 모르는게 많았던지~!!
며느리에게 여러가지 사례를 들면서, 좌충우돌~ 그렇게 세상을 알아갔노라고...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안목이라는게, 오랜 세월 실수를 거듭하면서, 반성하면서,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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