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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시어머니 노릇.

by 그레이스 ~ 2012. 8. 29.

엄마와 딸.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

애틋하고, 정겹고,아픔도 허물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나는 딸이 없어서 그 미묘하고,부드럽고,나긋나긋한 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 엄마와 딸 사이에도 마음 상할 일도 있고,서운한 일도 생기고,서로 상처 주기도 하는... 경우도 있지않은가

하물며 남남끼리 만난 고부사이에는,책임과 의무를 빼고나면 무엇이 남을까?

책임과 의무.

그것에 더해서 정이 생기게 하려면...서로에 대한 신뢰가 먼저이겠지.

조심하는 마음, 그리고 믿고 의지하는 것.

 

교육상담을 해오는 젊은 엄마들에게 언제나 '육아의 첫걸음은 좋은 습관 들이기' 라고 말한다.

그리고 습관은 머리로 이해하고 계획하는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그러면,새로운 관계맺음에는...?

쌩떽쥐베리가  '마음을 주는 것도 습관 들이기'라 했던가?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어떠신지 궁금하고 걱정된다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있다는 대답을 했었는데, 하루를 지나고 어제 아침에 별일 없었다는 전화를 했더니,

마침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다며, 안부인사 끝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13박 14일이었는데 날짜를 잘못 계산해서 14박인줄 알았었다며,

집으로 가는 날이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란다.

월요일 부터 도우미 아줌마가 오기로 했는데 어떡해요? 묻는다.

 

"알았다  일찍 갈께~" 하고는 "너랑 나랑 둘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고 웃었다.

다른 건 별로 신경 쓰이는게 없는데,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신생아 목욕이다.

대체 얼마만이냐?

하기사~ 둘째를 낳고는 당일로 집으로 와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도 했었던 일인데...

 

마트에 가서 물김치 재료를 사다가 담아놓고,

평소엔 비싼 한우를 사먹은 적이 없이 수입고기만 먹었는데,

이번엔 경우가 다르니까, 한우고기로 유명한 철마에 가서 국거리랑 갈비를 사다가 손질해서 끓인다.

식혀서 냉동으로 가져 갈 생각이다.

 

경부고속도로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나가서 시골길로 들어서야 하는데,그냥 쭉~ 울산쪽으로 갈 뻔 했다.

네비게이션을 보고도 나가는 길을 놓쳐버렸으니... 4km를 더 가서 유턴 해오는...참~~~  가지가지 한다.

 

결혼식 끝내놓고,

약간의 마음 쓰는 일이 있은 후,며느리가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라.

"내가 너에게 잘하는 것들은 훗날을 위한 저축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내가 너에게 잘하고~, 이다음에 내가 늙어지면 그땐 니가 잘해줘~ "

그렇게 말하고 둘이서 환~하게 미소지었다.

 

큰며느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내가 먼저 잘하고 싶다.

그애는 천성이 밝고 따뜻한 성품이어서 매사에 잘 하려는 의욕이 가득하다.

아랫동서가 아기 낳는데 필요한 준비과정에도, 뭐든 말씀만 하시라고... "제가 준비해서 갈께요~"

그렇게 기특한 말을 한다.

고맙고... 참으로 맏며느리구나~ 싶다.

 

친정어머니께서 가까이 사시니,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드물겠지만... 

그럼에도, 그래도... 내 성의를 표시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시어머니 노릇... 남에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고부관계는 먼저 베풀고 나중에 도움을 받는... 서로에게 의지해야 하는 공생관계라고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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