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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반가운 소식을 듣고...

by 그레이스 ~ 2012. 11. 5.

일곱살 여덟살 쯤 이었을까?

 

깨끗하게 옷을 갈아입고 어두워진 후 ,밤길을 나서는 엄마의 뒤를, 숨어서 따라간 적이 있었다.

성주사  아랫 마을에 살던 시절.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따라 나선... 엄마가 멈춰서면 나도 멈춰서고, 엄마가 걸으면 나도 걷고.

한참을 걷다가  엄마가 돌아 서서 큰소리로 누구냐고? (나중에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웠다고 하셨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이어서 담벼락뒤에 숨을 수도 없었다.

 

엄마~~~ 부르며 그자리에 섰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시며,가까이 오라고~손을 잡고는,

니가 있어서 든든하다며 같이가자~ 하셨다.

양초며... 몇가지를 챙겨서 산속으로 치성을 드리러 가는 길이었는데, 나는 왜 엄마와 함께 가고싶었는지...

엄마는 무슨 절실한 이유로 기도를 드리러 갔었는지 기억에는 없다.

 

또하나, 생각나는 기억은,

시골 할머니댁 장독대. (입학하기 전 할머니댁에 맡겨졌던 시기에)

장독대위 하얀 사발에 물 한그릇 떠놓고, 간절함을  정성에 담아 비시던 할머니 모습이다.

 

중학생 어느때, 잠이 들깬 내 머리맡에서 들리던,서걱서걱 무명옷 스치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의 나직한 기도소리가...  기억난다.

손자손녀의 생일을 맞이하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그 아이의 머리맡에서 무병장수와 앞날을 빌어주시던  할머니 모습.

 

할머니와 엄마의 영향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내내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정성을 모아 경건한 마음가짐을 하는 것은 

종교나 미신과는 관계없는 버릇이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시험 치는 날은, 동창회나 친목모임이 있어도  외출을 안하고, 집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그렇게 살았었다.

교육에 방해된다고 10년동안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한번도 안본것도 그런 정성이었겠지.

 

명훈이가 회사를 옮길 생각이라는 소식은 진즉에 들었었고...

해드헌터를 통해서, 몇몇 회사와 접촉이 있다는,

그 진척내용을 들을 때마다...아들이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지 가늠을 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와 엄마의 그 심정으로... 아침마다,  최상의 선택이 되기를 기도했었다.

 

최종결정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번의 변화와 승진에 기뻐하며, 앞날의 큰 발전을 기대해본다~

 

그레이스2012.11.08 11:16

축하의 말씀 감사합니다.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 내년에는 그 직책에 걸맞는 큰 성과를 올렸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그런 정성으로 자식을 키웠는데, 자식들은 그걸 모르겠지요?
나는 좀.. 유난을 떨었던 편이예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보는 날은 9시 부터 오후 시험이 끝나는 시간 까지는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도 안받았어요.
사택에서는, 꼭 필요하지않은 잡담을 하기위한 전화도 많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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