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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대청소.

by 그레이스 ~ 2013. 3. 19.

 

 

정리정돈과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젊은시절엔 수시로 지적을 당하고,

 

때로는 화가 폭발하여 집안을 뒤집어 엎어놓고 정리정돈의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눈물이 날만큼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만큼 정리를 하는 것도 거의 사십년을 남편에게 야단맞고 구박 받으면서

 

단련된 솜씨라고 해야겠다.

 

젊은시절의 남편은, 흐트러진 것을 못보는 성격만큼이나 가정적이고 행동이 빠른 남자였다.

 

고쳐야 하는 것이 생기면 미루는 법 없이 밤중에라도 부탁하는 일을 해주거나,

 

외출할때는, 화장하고 내몸 챙기기 바쁘다고 아이 둘 씻기고 옷 입히는 일은 항상 남편의 몫이었다.

 

설겆이하고,화장하고 옷 입고 나오면,아이들 씻기고 옷입히고 가방 챙겨서 현관앞에 서는 시간이 딱 맞는.

 

쉽게 폭발하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당하는 입장에서는 사는 게 고달프다고 푸념하는 날도 많았지만,

 

다정다감하고 헌신적이어서 감동을 주는 행동도 많았었다.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가 (내일 학교 갈 책가방을 챙기다가 )밤 10시 쯤에 준비물을 안샀다고 울상을 짓는

 

세훈이를 데리고 문방구를 돌아다니다가 다른 동네에 가서라도 기어이 사가지고 오는...그런 아버지.

 

큰아이 2개월쯤이었나? 밤중에 깬 아기를 살짝 안고 나가서 거실에서 귀저기 갈고,우유 타서 먹이고...

 

잠결에 눈을 떠 보니,곁에 아기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 했는데,

 

깊이 잠이 들었더라고... 내가 깰까봐 아기 안고  밖으로 나갔다는... 남편.

 

 

두 아들이 결혼하고...

 

아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 특히나 둘째는 아버지 판박이다.

 

저렇게 온갖 것들을 챙겨주는 만큼, 잔소리도 아버지 처럼 하려나?

 

이사하고 일주일후.

 

처음 맞이하는 일요일에 대대적인 작업을 했단다.

 

집주인이 베란다에 꽃밭을 만드느라 흙과 자갈을 깔아놨는데, 그냥 보고있자니 도저히 안되겠다며,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하고 그 흙을 전부 부대에 담아서 치웠는데,자그만치 열 개의 푸대를 채웠단다.

 

100 킬로가 넘는 흙을 3시간 걸려서 다 담아 냈다는...

 

미세한 먼지가 안방으로 들어와서... 안방은 또 완전히 들어내어 닦고 침구를 바꾸고...

 

탈진 상태로 기운이 빠져서 낮잠을 자더라는 며느리의 설명.

 

전송되어 온 사진을 보니, 반짝반짝 바닥에 빛이 나는 듯 하다.

 

물이 떨어지는 빨래를 널어도 되고... 여름엔 큰 통에 물 담아놓고 하윤이 물놀이도 하고...

 

 

 

 

지난번 이사하고 집안 곳곳을 찍었던 내 휴대폰 사진중에  베란다 모습도 하나 있어서 비교하려고...

 

 

 

화분을 버리지말라는 집주인 부탁으로 차곡차곡 쌓은 화분과 자갈들은 한곳으로 모아 뒀다는.

 

 

 

  • 키미2013.03.19 16:54 신고

    아, 깨끗하군요. ㅎㅎ
    아파트는 베란다에 화분을 많이 놔 두시던데, 어차피 겨울엔 추워서 못 쓰더라구요.
    난방을 따로 안 하는 이상 말입니다.
    겨울에 들이고, 여름엔 또 나가고..그 화분 옮기는 일도 보통이 아니던데..

    아파트엔 김칫거리 씻기도 마땅치 않고, 그냥 막 쓰는 곳으로 하는게 훨씬 낫겠네요.
    둘째 아드님이 부군을 닮았나 봅니다.
    남자가 몸이 부지런하면 잔소리는 많아도 좋던데요.
    남편도 어찌나 부지런한지 봄이 오기도 전에 벌써 마당이 훤합니다.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3.03.19 20:03

      물에 씻긴 흙이 배수구를 내려가면서 문제를 일으켰었나봐요.
      그래서 조심하라고 하더랍니다.(저렇게 두고 어찌 사용하라는 말이었는지...)
      집주인이 다시 사용하기를 원하면 쓸수있게 현관옆 창고에 화분과 흙푸대 10개를 쌓아뒀다고 하네요.
      들어내고 청소를 한 사진을 보니 속이 시원합니다.

      남자가 몸이 부지런하면... 느린 행동이나 일을 미루어 놓는 걸 용납을 못하더라구요.
      그 기대치에 맞춰가며 살려니 애들도~,나도~, 어찌나 고달펐는지...
      여행을 다녀오면 그자리에서 여행가방을 풀어서 씻을 옷은 내어놓고, 물품들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가방은 벽장에 갖다두고... 내일 아침에 정리하자~ 그러는 꼴을 못보는 남자에요.

    • 키미2013.03.20 06:34 신고

      ㅎㅎㅎ 그건 저도 그런데..어쨌든 세탁기에 넣든지, 가방을 제 자리에 갖다 놓고야 속이 시원합니다.
      몸은 고단해도 마음이 시원해서 그런가 봐요.ㅎㅎ

    • 그레이스2013.03.20 13:23

      고백하자면~
      나는 핸드백은 거실 테이블 위에 놓고, 자켓 벗어서 쇼파에 걸쳐놓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물도 마시고...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으면,거실에 벗어놓은 옷과 핸드백도 얼른 제자리에 챙겨 넣어야 하는데,
      그게 저녁에 퇴근한 남편의 눈에 뜨일 정도로 정돈을 안해서 주의를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늦게 들어와서 마음은 급하고...
      쌀씻어 밥하고 반찬꺼리 꺼내놓고,후다닥 눈에 거슬리는 거 정리하고, 그러다가 거실에 있는 건 그대로...
      오죽하면, 한번은...
      남편이 올 시간에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거 치울 시간이 없어서,
      거실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빨래 바구니에 담아서 다용도실에 갖다뒀는데,
      엄마~ 내 연습장 어쨌어요? (얼른 빨래통에서 찾아주고)
      엄마~ 내 잠바가 없어요~ ( 슬그머니 빨래통에서 찾아오고)
      여보~ 아침에 두고 간 서류철 치웠어? ( 빨래통 속에서...)
      그랬던 적이 있었어요.

    • 키미2013.03.21 08:05 신고

      ㅎㅎㅎㅎ 그 장면이 떠올라서 막 웃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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