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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엄마와 딸.

by 그레이스 ~ 2013. 4. 7.

며칠전 모임에서,늙으면 딸이 있어야 한다는...딸이 엄마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가 화제였다.

한참을 듣고 있다가 물었다.

 

혹시,딸에게 남편의 험담을 하거나 푸념을 하는적도 있냐고?

더러는 있다고 대답하고...

 

차마 하고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정말이지 왜 그럴까 나는 이해가 안되는...

 

몇년전에,40대 후배에게서 친정부모님이 싸우시는 것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심각한 일도 아닌 사소한 내용으로 그러신다는...

 

70대의 엄마는 딸에게서 위로를 받고싶어 하시지만, 딸에게는 엄청 스트레스라는 걸 모르시는 듯.

남편의 험담이 아니면 아픈 몸을 하소연 하시고...

한편으로는 나에게 딸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의 결혼이 결정되고나서 남편에게 다짐을 받은 게 있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생겨도 아들이나 며느리 앞에서 남편을(아내를) 흉보는 일은 절대로 하지말자고.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자는...

 

살면서 못마땅한 일이 어찌 없겠는가.

잔소리 하고싶은 순간도 있고,속상하고 짜증이 나는 순간도 있고... 그럴때는 심호흡을 하고,

말없이 잠깐 참는다.

 

나중에 남편에게 따져 볼 일인지, 그냥 넘어 갈 일인지, 다시 되집어보는 여유가 생기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순간만 참으면, 이해하고 넘어 갈 만한 일들이다.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단점을 숨기고 잘 포장하고싶은 엄마의 마음이 이상한건가?

심각하게 아픈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아픈것도 자식에게는 알리고 싶지않다

자식에게도 품위를 지키고 싶은...       

나는 딸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 딸이 엄마에게 위안이되고 친구가 되는 건 참 좋은 일인데,그렇지만 어느 정도 절제가 필요하다 싶더라구요.
      자식의 입장에서는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부모를 고칠 수도 없을테고...

      그런데,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친정엄마가 분노 조절이 안되어서 딸에게 남편 험담하고 일상사 푸념하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면 그 딸도
      막상 화가 났을 때 자기 남편에게나 자녀들에게 분노조절이 잘 안되는 행동을 하더라구요.
      욱~!! 해서 퍼 부어놓고는 몇시간도 안지나서 후회하면서.
      (친정엄마와 큰소리로 다퉜다고 하더니 대학생 딸 하고도 똑같은 다툼을 하더군요)
      모르는 사이에 엄마의 나쁜 습관도 배우게 되는구나 싶었어요.

  • 여름하늘2013.04.09 18:05 신고

    내 하소연을 들어주는 딸이 있어 늙은 엄마에겐 위안이 되지만
    딸에겐 늙은 엄마의 하소연이 스트레스가 될수도 있겠군요....

    예전에 나에게 아버지의 흉을 보시던 엄마의 소리가 참 듣기 싫었기에
    딸들에게 아빠에 대한 흉이 살짝살짝 나오다가 딸들 눈치를 보며 슬쩍 꼬리를 감추고는 있는데...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아빠의 딸이더군요.
    엄마의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아빠 편에서 이야기 해주는 딸이 있어서
    갈등에 대한 중재를 딸이 잘 하는것 같습니다.
    딸들 어릴때는 이야기 상대가 안되니 털어놓지 못하다가
    딸들이 커서 이야기 상대가 되니 같은 여자라는 심정으로 하소연이 흘러 나오는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2013.04.09 21:04

      이 글을 다른곳에서... 많은 댓글을 읽었습니다.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아오신 친정 어머니들.
      엄마의 하소연과 넉두리가 어린시절의 고생, 모진 시집살이, 한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라서,
      고통 받았던 세월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수십번을 되풀이 하셔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사연도 있고,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않을 꺼라는 다짐도 있고,
      본문의 내용 처럼 사소한 일로 다툼을 하시고 전화해서 험담하고 이혼하고싶다고 푸념하신다는 엄마도 있고...
      하루종일 그 생각이 머리속에 맴맴...
      딸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주고싶었어요.

      60대 70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딸과 며느리에게 감정조절을 해서 적당히 해야겠고,
      딸의 입장에서는 엄마에게 위로를 드리고 차분히 대처하면서, 자기자신은 닮지말아야 겠지요.

  • 키미2013.04.12 21:25 신고

    친정어머니 마지막 수발을 하면서 참으로 느낀 점이 많았는데요.
    우리 어머니는 무척 강건하신 분이라 여하한 일에도 잘 견디셨는데, 마지막 순간에도 품위가 있으셨어요.
    저는 맏이라 엄마의 친구였죠. 제가 엄마를 많이 닮았는데 한 마디로 말하면 혼자서 잘 지내는 스타일입니다.
    외롭다거나 남에게 기대는 걸 싫어해서, 친구도 많이 없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하고, 피해 받기도 싫어하고.
    그래서 아마 돌아가실 때에도 다른 형제들 수발은 불편하셨을 겁니다.

    딸에게 엄마는 거울 같은 존재.
    요즘도 가끔 꿈에서 뵈면 평상시와 똑 같아요.
    제가 자식이 없으니 저는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말입니다. ㅎㅎ

    • 그레이스2013.04.14 12:17

      딸에게 엄마는 거울 같은 존재... 대부분의 딸들이 그렇더라구요.
      좋은점을 닮아가는 것은 말 할것도 없고,닮지 말아야 할 나쁜점도 원망하고 흉 보면서도 닮아가고 있더라는...
      철들기전 어린시절, 10세 이전에 이미 많은 습관을 닮아가는 듯...
      엄마에게 쉽게 말대꾸하는 딸들을 보면, 그 엄마도 말조심을 안하는 스타일이시고...

      나도 딸이 없어서 같은 처지입니다~ ㅎㅎ

  • fish2013.04.13 14:53 신고

    딸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느낌니다.
    어렸을때 친정엄마의 호랑이 같은 교육이 그땐 싫었는데 지금은 다 이해가 갑니다.
    어디 딸 뿐이겠어요? 아들도 마찬가지겠죠..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

    • 그레이스2013.04.14 12:42

      아들에게 다정하고 헌신적인 엄마이기를 노력했지만, 올바른 습관을 위해서는 매우 철저하고 무서운 엄마였어요.
      직접 시범을 보이려고 말과 행동 부터 조심을 했었고...
      그래서 다른 집의 아이들이 엄마에게 말대꾸 하거나 반항하는 걸 도저히 못 보겠더라구
      엄마하고 싸웠다는 말을 들으면 (특히나 친정엄마하고) 기가 막히는...
      아무리 딸과 엄마 사이라도 지켜야 할 예의는 지키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 까만콩2013.07.08 13:00 신고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어머님도 딸도 ... 한 여자로써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해요.
    딸만 둘인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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