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코너에서...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읽고는
학교 입학하기 전에 시골 할머니댁에 맡겨졌던...
열무 삼십단을 이고(혹은 밭에서 수확한 온갖 채소를 이고) 오일장에 가셨던 할머니를 기다리던 그 시절이.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어린 마음에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되던지...
그시절 기억들이 오빠는 나보다 더 아련하겠지.
그가 종로의 3류극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때, 한창 그의 시가 회자되던 시기여서 깜짝 놀랐었죠.
80년대의 우리는 문학과 음악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이제 세월이 흐르고, 오십이 훌쩍 넘고보니
물질에 휩쓸려 표류하는 인생이 되어 있네요.
하지만 아직도 그 시절의 시와 음악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지요.
연일 무더운 날씨입니다.
잘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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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4.07.21 13:19스무일곱의 아까운 나이에 뇌졸증으로 쓰러져 죽다니 참...
처음 <엄마 걱정>을 읽었을 때,
여섯살의 어느 싯점으로 돌아간 듯 착각이 들더라구요.
또 읽어도... 예전의 느낌 그대로 되살아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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