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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어느 부인 이야기.

by 그레이스 ~ 2016. 2. 9.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쵸코렛 하나 입에 넣고, 머릿속에서는 짧은 소설을 쓰고 있다.

 

 

일본 공항 면세점에서 파는 초코렛이어서,그 맛은 익숙하나...

몇 달에 한 번씩 작은아들 병원에 피부관리를 받으러 일본에서 오시는 어느 부인의 선물이란다.

 

일본 청년과 연애를 해서, 일본으로 시집간 그녀는,

(시아버지께서도 의사라고 했던가~ 말하자면, 그 지역의 주류에 속하는 집안이 더란다.

시댁의 가풍에 주눅이 들었을 수도 있었겠다.)

오랫동안 친정과 연락도 안 하고 철저하게 일본 사람으로 살았던 모양이다.

그 사회에서 인정받으려 얼마나 노력했을까~

 

성공한 남편, 잘 키운 자식들...

남편은 의사로서 탄탄한 기반이 잡혔고,

몇 년 전에 아주 아주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했더란다.

그 이후로는 자주 친정을 방문한다고.

그 부인에게 조카딸이 피부과 소개를 했었나 보다.

 

친한 일본인 부인들과 다시 병원을 찾아오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술과 초코렛을 사 왔다는데,

이번에 서울 갔을 때,

작은며느리가 시어머니 드린다고 냉장고에 넣어 뒀다며 포장해서 주더라.

함께 온 부인들 모두 남편이 의사라는데(외과 내과 등등)

도쿄의 피부과가 비싸기도 하지만,

남들에게 소문 나는 게 싫어서 여행을 핑계 삼아 서울로 온 모양이다.

 

커피를 마시고,초코렛을 먹으면서,

노력과 인내와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어느 부인의 살아온 세월에 내 상상을 더해, 

머릿속에서 단편소설을 하나 쓰고 있다.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초코렛이 남은 이유는,

남편이 하나도 안 먹어서 이고, 아침 이후에는 허쉬 초콜릿을 먹기 때문이다.

 

 

  • 일본남편을 만나 사느라 고생을 했겠지만 삶이 성공적인거 갔네요
    한국에 나와서 피부관리를 할정도로 여유도 생기고 고진감래가는 단어가 맞는것 갔습니다.
    나마 초콜릿,,,맛 있지요..

    • 그레이스2016.02.09 18:18

      일본은 옛날 막부시대의 영향으로, 아직도 계급이 존재하는 듯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군요.
      특히 혼인에서는.
      시부모님 계시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일본사람으로 살았고,돌아가신 이후로 자유로워진 모양이에요.
      30년 넘게 그렇게 살았으니 도쿄에서 한국사람을 사귄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 루제르나2016.02.09 16:57 신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그 초콜렛이죠?..여기서도 파브 드 글라스 라고 똑같은걸 파는데 안그래도 일본공주가 좋아하는 거라고 누가 소개해주던데 일본에서도 고급 초콜렛이 맞나보네요

    • 그레이스2016.02.09 18:27

      일본의 어느 공항에서나 꼭 파는 초코렛이어서,시내 백화점에서 샀던 기억은 없네.
      백화점 식품코너에 가서 별별 먹거리 사다가 호텔방에서 나눠먹곤 했는데.
      저 초코렛은 꼭 아이스팩으로 포장해서 팔더라.
      일본공주가 좋아하는 초코렛이라면 판매에도 도움이 되겠네.
      영국도 보니까 왕자가 입은 옷,가방,소품들... 전부 매진이라고 뉴스에도 나왔잖아.

  • 키미2016.02.10 11:22 신고

    예전에 읽은 조동일교수의 사회사를 보니 일본은 계급이 아직 있다고 하더군요.
    중국은 인민으로 계급하향, 한국은 양반으로 계급상향, 일본은 유지, 그래서 일본의 상점이나 가게들이
    전통을 지킨다고 몇 백년 된 것이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요.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일본에 사는 지인이 몇 분 있는데, 민속적인 축체에 참여하고, 그걸 당연하게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2016.02.10 16:34

      명치 2년 새로운 신분제도에 의해 과거 막부시절의 다이묘(지방영주)들은 귀족이되고,
      무사들은 모두 평민이 되었다고 되어있습디다만,평민도 똑같은 평민이 아닌가봐요.
      물려받은 성에 따라 신분을 어느 정도 알 수있다고 합디다.
      신분이 높아지면,아버지의 성을 따르지않고,하사받은 새로운 성을 쓰는 경우도 있었지요.

  • 여름하늘2016.02.11 17:07 신고

    제가 친하게 지내는 분과 비숫한 상황이네요
    한국에 주재원으로 온 일본분과 사내결혼하여 일본으로 가서 살게 되었는데
    그분은 지금 63세
    그시절만 해도 한국이 못살던? 시대로 일본사람들이 한국을 아주 무시하던 시대였지요
    시댁식구들이 " 한국사람 만 아니였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소릴 듣고
    이를 꼭 물고 열심히 살았다고 해요
    복수 하는방법은 아이를 잘 키우는 수 밖에 없다며
    아들, 딸을 아주 독하게 키웠다며 그시절 이야기는 할때마다 눈물을 흘려요
    다행히 아이들이 다들 명문대 나와서 회계사와 외국계 회사에서 에리트로
    잘 나가고 있어요.
    요즘은 시댁식구들이 그런다네요
    역시 한국사람이야! 라구요
    참 다행이지요
    요즘은 그분 얼마나 멋쟁이이고 이쁜지 얼굴에 그늘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 외손주 보느라고 행복한 스트레스의 흔적이,,,,ㅎㅎ

    • 그레이스2016.02.11 20:18

      그분들 얼마나 열심히 살았을지 상상이 됩니다.
      친정부모님 명예뿐 아니라 나라의 명예도 생각했을테니까요.
      나는 엉뚱하게도,
      가문을 위해서 혼인을 하고는,죽는날까지 친정부모를 만나지 못하는...도쿠가와 막부시절의
      동맹을 위한 혼사도 생각나서, 과거로 여행을 한 듯 예전에 읽은 역사책 내용을 떠올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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