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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아버지와 아들.

by 그레이스 ~ 2017. 2. 1.

아이들 옷과 소품들이 들어있는 여행가방 두개와 아이스박스도 큰것과 작은 것 두개를 가져왔다.

아이스박스에는 아기들 며칠 먹일 밥 말고 반찬과 디저트는 다 만들어 왔더라.

그리고,술안주도 함께.

이태리 제품으로 살라미와 익히지않은 숙성 햄, 치즈 덩어리를,아버지 드린다면서 여러개 가져왔다.

 

일요일밤,아기들 재워놓고,

8시부터 맥주를 시작으로 건배와  덕담, 그리고 이야기 이야기들...

몇병의 맥주를 비우고는,위스키 21년산을 꺼내셨다.

이렇게 비싼 술은 아들이 왔을 때 마셔야 한다면서.

오랫만에 아들 며느리를 앞에 앉혀놓고 아버지는 신이 나셨다.

역사 지리 사회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이어지다가,아버지의 인생사를 며느리에게 털어놓으신다.

 

큰아들은 볼때마다 감동받는 이유는,

능력있고 자기 역활을 잘하는 점도 한 몫 하지만  

더 큰 이유는,아버지께서 뭘 원하시는지 심중을 알고,

적극적으로 이야기 상대가 되어 드리는 자세다.

8시부터 시작해서 1시 반까지

장장 5시간 반을 맥주 다섯캔과 위스키 한병을 다 비우면서 아버지와 얘기하는 아들.

1시 30분에,아들 좀 재워라고~ 내가 채근을 해서,술자리가 끝났다.

 

어느집 아들이,

그렇게 오래, 아버지의 기분을 맞춰 드리고,즐거워 하시는 화제에 동참할 수가 있을까~ 

그 것  하나만으로도 효자중에 효자라는 생각이 들더라.

 

(며느리는 11시에 아기들 곁으로 올라갔고,나는 허리가 아파서 수시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누워있으면 대화내용이 궁금하고,가서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며느리가 심성이 곱고,생각이 반듯한 것은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성격이 느긋하다고 생각해서 대충 싸서 올꺼라고 예상했더니,

세상에~ 놀래라.

변호사 업무에서 철저한 습관이,이번에 부산오는 짐에서도 그대로 보이더라.

(절대로 느긋한 성격이 아니라,철두철미하다는 아들의 표현)

 

아이스박스에 아기들 먹을 반찬 여러종류와 직접 만든 디저트에

요플레 치즈 바나나까지 가져왔다.(나도 유기농가게에 가서 사다놓고 음식도 준비해놨었다)

빨간 박스는 내려오면서 먹였던 밥과 반찬 간식과 음료들.

 갈아입힐 내복 한벌에 양말 하나씩 팩에 넣어서 12벌.

외출복 3벌씩 여섯벌.

옷에 맞춰 모자와 목도리들.

 

밥이나 간식이나 먹을 때 마다 필요한 거즈는 무려 60장.

우유병 여섯개,물마시는 병 여섯개,턱받이,밥먹는 쟁반과 숫가락과 포크 4개씩.

아기 씻기는 물비누와 우유병 씻는 솔 셑트와  아기용 세제.

기저귀 갈아줄 때 필요한 깔개 두 개,외출용 모포 두 장.

그러니 기저귀를 빼고도 여행용 큰가방에 가득이더라.

 

저렇게 다 챙겨서 다닐려면,가방이 두개라도 부족하지.

등에 매는 백팩 하나,손에 드는 큰가방 두개.

다음에는 며칠전에 택배로 짐을 부쳐놓고,당일에는 몸만 오는 방법으로 정했다.

 

며느리가 떠나기 전에 백만원을 줘서,

남편과 50만원씩 나눠 가졌다.

 

 

그레이스2017.02.02 08:09

명절에 한꺼번에 고향 가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싶더라구.
내자식만이라도 명절에는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
날씨 좋고 다니기 좋은 때,비행기 원하는 시간에 탈 수 있을 때,오라고 해야겠다~
나는 그렇게 마음 먹었어요.

    • christine2017.02.02 16:16 신고

      탁월한 생각이십니당~ ㅎㅎ 솔직히 전통도 가풍도 중요하지만 인쟈 시대가 달라졌기땜시 거기에 맞는 명절 문화가 필요하네용...

      길막혀 고생하고 또내려가서는 올라갈 걱정하고... 거기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부모 자식간에 누려야할 좋은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것같아용...
      꼭 그날이 아니더래도 앞뒤로 좀 flexible하게 시간잡아 부모님 찾아뵙고하면 훨씬 여유있는 만남을 가질수있어 꼭 그날에 와야한다 모 요런생각은 좀 변해야할것같아용~ ㅎㅎ

    •  
    • 그레이스2017.02.03 08:05

      나도 내년부터는 우리가 올라가서 큰아들 작은아들 다 만나고 올려구요.
      이제부터 명절에 차례 지내는 건 안할려고 결심했어요.
      기사제만 우리가 지내고요.
      며느리에게 명절차례와 제사를 물려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거던요.
      부모제사는 남편과 내가 지내는 거고,(시아버지께서 3형제중 막내여서 윗대 제사는 없어요)
      자식들은 훗날 우리부부 기일을 자기들 방식으로 추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며느리 신혼초부터 명절 부담은 안줬어요.
      이번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꼭 오겠다고 해서 내려오라 했더니,
      장장 아홉시간을 그렇게나 고생을 했네요.

  • sellad (세래드)2017.02.01 21:23 신고

    효자!!!!!!!!역시 장남은 장남^^

    답글
    • 그레이스2017.02.02 08:13

      아들의 말과 행동을 블로그에는 다 표현 못했어요.
      부모에게 기쁨과 뿌듯함을 주는 아들이에요.

  • 여름하늘2017.02.03 13:18 신고

    한번 이동하려면
    그야말로 이삿짐같네요
    꼼꼼 철두철미 멋진 아기엄마입니다
    설날 좋은 시간 보내셨겠지요?

    답글
    • 그레이스2017.02.04 07:33

      아기들 둘이서 정신없게 만듭디다만,북적거리는 그게 좋았어요.
      웃는소리,
      행동으로 보여주는 재롱,
      사랑스러운 표정들.
      부모를 기쁘게하는 아들과 며느리.
      가고나니까 허전해서, 둘이서 술을 마셨어요.

  • 달진맘2017.02.03 17:54 신고

    올라가시는게
    나으실듯 합니다
    한번은 아가들에게 친가를보여줄필요는 있지만
    매번 9시간의 가족이동은 무리다 싶네요
    부지지간에 대화 시간은 필요한 교류라 생각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7.02.04 07:49

      어느집에나,
      자식들이 오면 긴 시간 부모와 대화를 안하잖아요.
      안부 묻고 몇마디 이야기 하고나면 1시간도 안되어서 대화가 끝나 버린다고 합디다.
      아버지들은 자식이 왔다가도 외롭다는 말을 하더군요.
      우리집 아들은,
      부산에 내려와서도, 서울 아들집에 가서도,
      밤늦게 몇시간을 아버지 말씀 들어드리고,
      또,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좋아하시는 게 무엇인지,세세하게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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