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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목욕탕 풍경.

by 그레이스 ~ 2017. 3. 29.

 

아침에 일어나서 곧 재채기가 연거푸 나오더니,

오전에 마트를 다녀와서는 머리가 띵~ 한 느낌이 감기가 오는 신호였다.

컨디션은 괜찮았으나 사전에 예방하는 게 좋으니까,

점심식사후 감기약을 두알 먹고는 침대를 따뜻하게 맞춰놓고 푹 자고 있어났다.

시계를 보니 거의 다섯시가 다 되어 가네.

너무 늦어서 갈까말까 망서리다가 반신욕이라도 하자고 나섰다.

 

두시에 운동하러 가거나,세시에 운동하러 가거나,목욕하러 가는 시간은 거의 비슷한 네시 쯤 이어서,

그시간에 목욕탕에서 만나는 사람은 매일 똑같은 사람들이다.

운동을 마치고 가는 사람들은 30~40분이면 목욕이 끝나는데,

목욕만 하는 사람들은,

반신욕 건식사우나 냉탕,혹은 습식사우나 냉탕 온탕을 반복하면서 2시간씩 시간을 보내니까,

그동안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나도 운동하는 사람이라,반신욕을 20분도 못견디는데,이야기 듣는 것에 빠지면,

발만 뜨거운물에 담궈놓고,시간 가는 줄 모르고 30분도 넘긴다.

 

오늘은 늦게 갔으니,매일 만나는 언니들은 거의 목욕을 끝내고 마무리 중이었다.

가끔은 목욕이 끝났는데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새로 들어 온 사람을 위해서 탕속에 10분 20분 같이 있어주기도 한다.

그걸 우리는 접대목욕이라고 부른다.

샤워까지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다가,다시 온탕속으로 들어오려는 언니에게,

그냥 나가시라고 하고,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다.

 

그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오는 팀과 모임에 갔다가 늦게 끝나고 오는 사람들이다.

나혼자 있던 탕속에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온, 50대 중반의 4명이 들어왔다.

처음 봤을 때는 다들 30대였는데...

50대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화제가 우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자녀들도 20대여서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50대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반신욕이 좀 더 길어졌다.(10년~15년전의 내생활도 되돌려 보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50대,60대,70대,80대까지 다양해서,

어떤 문제를 이해하고 판단하는데,큰 도움이 된다.

 

 

  • christine2017.03.30 00:25 신고

    정말 한곳에서 오랫동안 인맥을 쌓으셨으니 돈독하시긌네용.. 연령대가 다양하면 대화의 주제도 다양하고 두루 접할수있어 좋을것같습니당~

    저도 요즘 딸아이땜시 10살어린 젊은맘들과 교류하면 대화자체가 신기할때도 많습니당~ 심지어 조리원동기중엔 저 14년 대학후배도 있고...ㅎㅎㅎ 어쩌다 제또래를 만나면 다들 중고딩학부형들이라 그녀들의 대화는 저와는 완전 딴세상이구용~ ㅎㅎ 해외시절부터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지인들은 또 50대 중후반이라 제가 많이 도움을 받구용~ 그라고보면 그레이스님과도 요렇게 online상으로 자주 야그하고 또 제가 상담도 할수있어 느무 좋습니당^^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7.03.30 08:32

      호텔이 생기면서부터 회원을 했던 사람은 30년이 넘었으니,
      서로 아이들의 성장과 결혼 손주들이 태어나는 거 모두 아는 사이가 됩디다.
      부산에서 왠만큼 유명한 가문은 다 여기 회원이어서 누구는 누구와 친척이고,누구는 누구의 딸 혹은 며느리이고...
      서로 얽혀있고요.
      다양한 직업의 많은 사람들을 사귀어 내가 모르던 분야도 알게되고,또 간접경험으로 배웁니다.

      블로그도 인연을 만들어주네요.
      이렇게 글로 대화하다가,직접 만나서 사귐을 이어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앞으로도 좋은 인연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

  • 여름하늘2017.03.30 10:25 신고

    '접대목욕'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네요
    그 문화에 접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단어들이 많은것 같아요.
    마지막에 50대중반의 4명의 이야기가 저도 솔깃해지네요
    저도 그팀에 끼였으면 한몫했을듯합니다 ㅎㅎ
    문득 옛날옛날의 우물가의 아낙네들의 모습이 떠올라요
    그때 그여인네들도 우물가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겠지요

    저는 휘트니스에 다니면서 일본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수다를 떠는 그모습들이 참 좋아보일때가 많아요
    나도 한국에 살았더라면 저럴텐데...하는
    일본에 오래살긴했지만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저는 언제나 이방인임을 느낌니다
    물에 기름이 뜨듯이 합해지지 못하는 그무엇 말이지요

    답글
    • 그레이스2017.03.30 11:07

      접대목욕이 좀 심할 때는,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가운을 입었는데,
      그때 단짝이 들어오면, 기어이 접대목욕 들어가자고,가운을 벗어라고 합니다.
      집에 가봐야 바쁠 것 없는 사정이니, 투덜대면서도 따라 들어갑니다.
      그런 행동에서 친밀함과 재미를 느끼는 것이지요.

      50대 중반 4명은 나이도 비슷하고,남편의 직업도 4명 다 의사이고,자녀들 나이도 비슷해서,
      같이 외국여행도 다니고,골프도 같이하고,호텔 밖에서도 자주 만나고... 그럽디다.
      옆에서 듣고있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내가 그녀들과 함께 에어로빅했던 게 15년이 지났네요.
      호텔 프로그램에 오전 10시 에어로빅이 있었어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남의나라는 좁혀지지않는 거리가 있지요.
      아주 친하게 되어도 스스럼없이 되지않는,예의랄까 지켜야 하는 뭔가가 있더라구요.
      무엇을 말하는지 그 느낌을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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