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이가 7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임대료와 월세가 너무 많이 올라서 장사를 접는다고 했던 게 2월이다.
젊은시절에는 큰 레스토랑을 운영했으나,40대에 남편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규모를 줄여서 몇번 옮겨가며 식당을 했던 게 20년이 넘는다.
나이도 많으니,이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들 둘 키워 결혼 시키느라 노후준비가 안돼서 마냥 놀수가 없다고 하더니,
새로 개업하는 식당에 주방장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차순이가 주방장으로 있는 식당에 가보자고,8월에 이야기가 나왔다가 시원해지면 가자고 했고,
오늘로 정해졌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조금 한가해진 즈음에 가는 게 좋겠다고,
인숙이와 1시에 장산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장산역은 집에서는 10분 거리니까,
12시에 샤워를 해도 되겠구나 생각하니 시간이 남아서,
곰국 끓이던 솥에, 마지막으로 대파를 잘라넣어 다시 한소큼 끓여 잡냄새를 없애고,
끈적한 그릇들 뜨거운물로 씻는 중에,물줄기가 약해진다.
그때서야,
오늘 물탱크 청소한다고,
오전 9시부터 단수 된다는 안내문을 출입구에 붙여놔서 매일 들어올때마다 봤고,
월요일에는 휴대폰으로 문자도 왔었는데,
오늘 아침에 깜박했다.
얼른 큰통에 마지막 방울까지 받으니 10리터 정도 되겠더라.
샤워는 포기하고,그 물로 머리만 감았다.
타올을 젖은 머리에 두르고,화장을 하기전에 커피를 마시고...
12시 반에 집을 나섰다.
약속시간 10분전에 도착했는데, 인숙이는 15분 전에 도착했단다.
연락도 없이 찾아 간 우리를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차순이 밥까지 3인분을 시켰으나,
자기는 직전에 먹었다면서 기어이 사양한다.
밀린 이야기를 하고, 듣고... 3시 반이 지나서 일어났다.
(우리가 나온 후 오래도록 문앞에서 쳐다보고 있더니,자동차로 지나면서 보니까 그제야 밥을 먹더라)
돌아오는 길에 인숙이와
고등학교 졸업이후 49년을,
친구들의 살아온 세월을,
70을 바라보면서 비워지는 마음가짐을,
이야기 했다.
-
그레이스님은 좋은 친구가 참 많은 것 같아
정말 좋아 보입니다
전 여러생활의 굴곡 속에서 친구를 하나씩 잃어버려서
가끔 서글퍼 질 때가 있답니다
그래도 매일 전화해주는 동생하나와 친구하나가 있어
위안을 받지만 그들이 바쁜 명절에는 쓸쓸함이 엄청나요 ㅎ
아이가 셋이라 바쁘지만 친구가 주는 위안은 또 틀리거든요
젊은 나이에 그레이스님을 알았더라면 삶을 더 유익하게 배웠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답글
명절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내시구요 건강도 조심하셔요^^ [비밀댓글] -
참 오랜 친분이며 관계네요.
답글
거의 50년이면 식구들과도 같습니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요.
부럽습니다.-
그레이스2018.09.20 09:40
차순이는 같은 반이 아니어서 학생때는 친하지 않았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그해 가을 거창에서 창원으로 옮겨온 아버지 근무학교의 교장사택이 차순이네 집 옆이어서
자주 부탁도 하고,신세도 많이 졌어요.
어제도 아버지 이야기를 합디다.
비만 오면 하염없이 걸으셨다고...
차순이가, 아버지 살아계시는 동안은 종종 아버지 잘 계신지 나에게 묻곤 했어요.
미자,재순,명순,영숙이는,
가난한 집의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 친구들이고,
인숙이와 나는,
아이들이 특별나게 공부를 잘해서 친구들이 부러워했어요.
자랑으로 생각할까봐 다른 친구들에게는 말 못하고,
둘이서만 통했던 적도 많았어요.
인숙이 아들은 전액장학금 유학생으로 공부 마치고 외국 연구소에서 근무합니다.
딸도 과학고 카이스트 조기졸업하고 유학 다녀와서 전문직으로 있고요.
인숙이는 등산을 좋아해서 전국 유명산은 물론이고 여러날 걸려서 태백산맥 종주도 합디다.
이 나이에도 허리와 무릎이 튼튼해서 10일씩 장거리 산행을 하는 게 많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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