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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주변 사람들.

by 그레이스 ~ 2018. 11. 20.

지난주에, 목욕탕에서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

온탕에서 이야기 하다가 나가서 씻으려고 작은 의자에 앉았다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는 듯 한 사람을, 주위에서 웅성웅성 바라만 보는 사이에,

내가 탕 안에서 급히 갔을 때는, 한 회원이 바로 눕히는 중이었다.

 

큰타올로 몸을 가려주고,샤워기 따뜻한 물줄기로 몸을 덥히면서 팔다리를 주무르고

달려 온 직원에게 따뜻한 설탕물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웅성웅성 둘러 서 있었던 사람들은 나중에,

간질 발작일까봐 가까이 갈 수가 없더라는 사람.

죽었을까봐 무서웠다는 사람도 있었다.

옆에 서서 비명만 지르는 소리에,

달려가서 의식이 없는 사람을 바로 눕힌 첫번째 사람이,

설령 죽었더라도 응급조치를 해야지요~ 한마디 한다.

 

얼굴에 약간 움직임이 있는 걸 보니,의식이 돌아오는 듯 해서

내 팔에 안고 설탕물을 먹이고,직원들이 가운으로 감싸서 수면실로 옮겼다.

그러고보니,응급조치를 하던 우리 둘은, 알몸 그대로였다.

 

나중에 수면실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환자에게

낮은 의자에서 의식을 잃어서 천만다행이었다고,

선채로 넘어졌으면 크게 다쳤을 꺼라고,

허리 수술후에 경험한 기립성 저혈압에 대해서 상세하게 얘기해줬다.

호텔측에서 병원에 갈것을 권했으나 사양했다고...

연락을 받은 남편이 와서 같이 집으로 갔다.

 

 

어제 목욕탕에서,81세 회원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주 오래된,목욕탕 터줏대감노릇을 하신 분이다.

친한 언니의 설명으로는 집에서 서 있는 상태에서 뒤로 넘어지셨단다.

과거에 허리 수술을 두 번 했었는데,그 부위가 망가졌다고...

앉을수도, 설 수도 없는 상태라서

병원에 입원한채로 몇개월 지내다가 몸이 약해져서 돌아가신 거란다.

아들도 사위도 정형외과 의사이고,큰 병원도 있다는데...

 

노인이 되면,

옷을 갈아입을 때도 앉아서 입고,

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건 기본이라고

70대 언니들은 다짐 또 다짐을 하더라.

 

70세가 넘으면,

누구나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서운했던 사람도, 다 풀고 화해하는 게 좋겠다고...

친한 언니가  

돌아가신분과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서

전화가 와도 안받고 얼굴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했는데,

직접 찾아와서 사과를 하셔서 풀었다면서,

그 때 화해하지 않았으면 오랫동안 마음에 짐이 될 뻔 했다고(입원해 있는동안 병문안 가서 풀었겠지만)

혹시나 주변에 나로 인해서 상처받은 사람이 없는지... 챙겨 본다고 하더라.

 

살아 온 마무리를 잘하는 것에,

사소한 인간관계 정리도 포함되는 일이다.

 

  • 달진맘2018.11.20 13:09 신고

    맞는말씀이십니다
    살아 맺은 인연 나로 인해 아팠다면
    안되지요
    다풀구 가벼이 가야겠지요

    답글
    • 그레이스2018.11.20 18:07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마음상했던 일이 있으면 해마다 연말에는 풀고 새해를 맞아야 되겠다고 했습니다.
      회원중에 서로 말 안하는 사람이 있어서
      심각한 일도 아닌데 그냥 화해하라고 했더니,
      서로 성격이 달라서 친해지기 싫다고 합디다

  • 키미2018.11.20 16:27 신고

    어제 욕심을 냈던 일이 무산되어서...속이 좀 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그걸 챙기게 되었네요. 그래서 아마 더 속이 상했겠지요.
    잠이 안 와서 밤에 좀 뒤척이다가..
    오늘 새벽에 일어나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잘 소화했습니다.
    오늘은 마음을 비웠다고 말은 하면서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참 잘 안됩니다. 이 마음 정리가 말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8.11.20 18:13

      곰곰히 생각해보니,
      똑같은 일이 생겼다면 나 역시도 마음을 비웠다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낄 것 같아요.
      혼자서 속으로 삭히는 일... 마음 정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압니다.
      마음속 흙탕물을 비워내고 맑은 물로 바뀔려면 며칠이 걸리겠지요.
      키미님~ 멀리서 응원합니다.

  • 여름하늘2018.11.21 07:59 신고

    사람과의 관계
    나이가 들어갈수록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무슨일이 있어도
    잘 소화시키고 내 마음을 잘 다독거리고
    한번 맺은 인연은 놓치지 말고
    잘 지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새삼 깨우치게 되네요
    늦철이 들어요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8.11.21 08:57

      실수가 있어도 감싸고 이해해주는 사이,
      급할 때 도움을 청하고,흔쾌히 도울 수 있는 사이,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 친하다는 표현을 쓸 수있겠지요.
      한번 맺은 인연은 잘 지켜 나가야 겠다는... 인연의 소중함을 아는 여름하늘님~^^

      만났다가 헤어진 후,
      즐거움과 고마움이 남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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