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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

미군부대와 보따리장수 아줌마.

by 그레이스 ~ 2019. 5. 17.

1970년대 울산 사택에 살때도,

주기적으로 미제물건 파는 아줌마가 사택에 왔었다.

치즈,영양제,바나나, 스펨과 깡통제품들...

한장씩 포장된 치즈와 스펨이 인기였고,바나나는 낱개로 하나씩 팔았다.

명훈이 세훈이 3세 4세 시절인데,

아줌마가 오면 바나나를 낱개로 딱 두개 샀었다

하나에 천원씩 주고.(그당시 천원이면 얼마나 비싸냐)

그당시 울산에는 자동차,조선,유공(나중에 선경사택),코오롱...

회사 사택에는,

대부분 젊은주부들이어서 유행도 빠르게 번지고 구매력도 높았다.

 

울산이 그 정도였으니...

부산은 미군 하야리아부대가 있고,

밀수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적은 보따리장수들이 일본을 드나들어서,

깡통시장에 가면 미제나 일제는 원하는 건 뭐든지 구할 수 있었다.

 

부잣집에서는 깡통시장에 갈 것도 없이,

가정방문하는 아줌마가 있어서, 전화만 하면 다음날 바로 가져왔단다.

친한 언니가 그때부터 30년 넘게 거래하는 아줌마가,

미군부대가 오산으로 옮겨 간 이후에도 꾸준히 물건을 가져온다고 하네.

(미군부대 소속 가족은 PX에서 한달에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한도 내에서 구입을 해서,일부를 보따리장수에게 되파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지금은 어디에서나 수입품을 살 수 있는데,

굳이 미군부대 PX 물건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은 군납품을 최고로 좋은 제품을 선별해서 구입해서,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군부대로 보내기 때문에

특히나 먹는 거는,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물품보다 품질이 좋단다.

 

부산항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여객선이 생긴 1970년 이후로,

아줌마들이 일본 가서 다양한 물건들을 사와 단골들에게 파는 보따리장수가 생겨서

즉석에서 뽑은 생면을 다음날 받을 수 있을만큼,

일본의 생필품도 뭐든지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부자들이라고 다 그렇게 사는 건 아니고,

유난히 먹거리에 민감한 사람은

건강을 생각해서 더 나은 제품을 사먹는다고 하더라

 

오늘,

오산 미군부대에서 가져 온 초코렛과

어제 도착했다는 일제 반찬과 생우동을 선물 받고,

거의 40년 전 사택에 살던 시절을 떠올렸다.

 

 

  • 여름하늘2019.05.18 10:04 신고

    1990년초에 처음 일본으로 나왔을때
    한국에는 바나나가 엄청 비쌀때라
    한국갈때 바나나를 잔뜩 사들고 갔던 생각이 나네요 ㅎㅎ
    일제반찬은 뭘 사셨나요?

    답글
    • 그레이스2019.05.18 10:40

      나는 1981년 영국가서,
      바나나가 제일 싼 과일이어서 쇼크를 받을 정도로 놀랐어요.
      한송이를 사면 검게 변할때까지 다 먹을 수가 없는데도 계속 한송이씩 사게 됩디다.
      오히려 사과가 많이 비쌌어요.
      그당시 일본 식료품가게에 가면 일제 새우깡이 있었는데,한봉지 천원 정도 했어요.
      한국에서는 큰 것 한봉지 200원 했던 걸 여기서 천원에 사먹는구나 하면서도
      아이들이 새우강을 너무 반가워하니 안사줄 수가 없었어요.

      우동을 먹을 때 뿌리는 일곱가지 맛이 섞인 작은 양념병과 (시찌미라네요)
      국물맛을 내는 재료들,
      함께 먹는 짠지 비슷한 반찬인데 이름은 모르겠어요.

  • christine2019.05.21 12:51 신고

    어릴때 옴마가 미군부대 물건사러갈때 몇번 따라간적있어용 가끔 얻어먹었던 사탕이 얼마나 맛있든지??? 엄마는 꼭 커피를 사서 집에 귀한손님이 오면 그 커피를 내놓았는데 저랑 온니가 숨겨놓은 커피를 몰래 마시기도했어용 ㅎㅎ

    미군부대에 들가는 제품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용 ~ 특히 치즈종류와 싸이즈도 다양해서 가끔 부대 패스가있는 칭구한테 부탁해서 사기도 해용~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9.05.21 15:08

      우리집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이 유럽으로 출장을 자주 가서
      신생아용품과 우유병 나중에는 아이들 영양제 치즈 그런 건 다 사다주셨어요.
      커피는 출장가는 나라마다 유명 브랜드로 사오고.
      바나나 같은 과일은 사올 수 없으니까 아줌마가 올때마다 두개씩 사면서
      기억은 안나지만 다른 것도 샀을 거예요.

  • style esther2019.05.21 21:43 신고

    귀한 바나나 처음 먹었을때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지만 그래도 껍질까지 갉아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
    저희도 어릴때 미제물건 그런식으로 많이 샀는데 오렌지쥬스가루랑 코코아가루, 커피, 프리마,
    커다란 허쉬초콜렛, 코티분이랑 레브롱 루즈, 미군용 씨레이션...그런 거 생각나네요. 덕분에 추억에 젖어요^^

    답글
    • 그레이스2019.05.22 07:10

      갑자기 내가 어렸을 때가 생각나네요.ㅎ
      1950년대 말인데,
      이모부께서 해군장교로 진해에서 근무하셨어요.
      해군은 배를 타고 장기간 출동하니까,
      신혼의 이모가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우리집 옆에 집을 구했더랬어요.
      덕분에 미군용 씨레이션을 많이 먹었어요.
      초코렛과 과자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쟁이 끝난지 오래 되지 않아서,미군 군수품이 흔했던 시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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