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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60년 전 기억들

by 그레이스 ~ 2020. 1. 3.

 

오늘 아침 오빠가 카톡방에 올려준 연필로 그린 할머니집 평면도 글을 읽고,

각자의 기억속 옛추억을 소환했다.

 

어제 앵두에 얽힌 추억이 먼저 올라 왔었다.

5월 모심기 때 짧은 방학이 있었고 그 즈음 앵두가 발갛게 익는 시기였다고.

용원역에 내려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다가 마을이 가까워졌을 때

오빠 혼자 달려서 먼저 집뒤의 장독대 옆 앵두나무에서 한 줌 앵두를 따서 먹고있었던...

오빠는 중학 1학년, 내가 5학년 봄에 있었던 사건이다.

 

조금 후 내가 씩씩거리면서 야차같은 표정으로 달려 오더라고 썼더라.

억울했던 내가,

나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고...

그 당시의 묘사가 좀 더 상세해 졌다.

 

서울 남동생은 집 뒤 장독과 앵두나무 사이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고 설명하네

집 뒤 대나무밭에는 일제시대 공습경보가 울리면 숨었던 방공호도 있었다.

 

 

 

오늘 아침, 할머니집 2탄으로

여름밤 멍석을 펴놓고 옆에 쌀겨와 보리북더기로 모캣불을 피웠는데,

매캐한 그 냄새와

하늘에 별이 총총한데 누워 있으면 할머니가 부채를 부쳐주어 그대로 잠들곤 했다고.

 

그당시 주로 먹었던 밥반찬은,

미더덕이 들어간 된장찌게, 콩잎절임,작은 게가 들어 간 된장, 홍합 들어 간 국,

장날에는 바삭 구운 갈치 토막,

재첩과 야채 건더기가 들어간 깨를 갈아서 넣은 뻑뻑하게 끓인 국이 있었는데

보름에 먹는 찜보다 좀 묽은 한 국이다.

이 걸 먹고싶어 어디에 파는 곳이 없는가 찾아봐도 없다.

 

헛간 천정에 능구렁이가 기어 가는 거며...

더 길게 이어지는 집 내부의 곳곳의 설명에

 

남동생이 더 보탠다.

세용이 집과 우리 집 사이에 낮은 돌담이 있었고,

화단에는 찔레꽃이 많이 심어져 잇었지요.

유월무렵에 찔레꽃이 만개했을 때 붉고 푸른 색의 화려한 능구렁이가 찔레꽃과 돌담에 자주 출몰했지요.

사랑채 측간 앞 바깥마당에는 제법 큰 가죽나무도 한 그루 있어서

그 잎을 따서 가죽나물 반찬도 해 먹었어요.

뒤 대밭에서 나는 죽순도 무침으로 늘 등장하던 반찬이고요.

 

그 밑으로 나의 기억도 길게 이어졌다.

바깥마당에 밀 타작후 그 밀짚으로 오빠가 지은 인디언 막사 비슷한 움막은

동생들의 환호를 받았었다.

(그당시 입학 전의 일곱살 여동생과 다섯살 여동생은 할머니댁에서 맡겨져 있었다)

굳이 저녁밥을 그 곳으로 가져와서 먹었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네.

..............................................................................................

그 해 가을걷이가 끝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골집을 팔고 마산으로 이사를 하셔서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은, 딱 그 즈음에서 멈춰 있다.

 

 

 

 

하야니2020.01.05 22:51 신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린시절 함께 자란 형제들이
서로의 기억을 꺼내 추억속으로 빠져들고
아직도 눈에 삼삼한 할머니집의 평면도와
앵두꽃,움막,능구렁이등

공유한 그시절 이야기만으로
얼마든지 행복에 젖는다
그리운 할머니도

답글
  • 수정/삭제
    • 그레이스2020.01.06 20:51

      그 후로도
      오빠의 옛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어요
      깜박 잊고 있었던 사건도 기억이 나고
      네살 다섯살에 감꽃을 한바가지 주워와서
      실에 끼어 목걸이 만들던 거며...
      오빠 덕분에 책이 한권 만들어 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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