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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오월의 마지막날에.+ 추가

by 그레이스 ~ 2020. 5. 31.

어제,

중간 솜의 이불은 빨아서 널고 홑 솜이 들어간 가장 얇은 이불로 바꿨다.(남편 꺼, 내 거)

오늘 아침에 다림질을 하면서

삶아 빠는 호청으로 빳빳하게 다림질해서 굵은 바늘로 꿰맸던 예전의 이불들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삶지 않아도 되는 천으로 바꿨고,

그다음에는 바느질하지 않아도 되는 지퍼가 달린 타입으로 바꿨는데,

모임에 가면 친구들이 

속통을 집어넣고 지퍼만 닫으면 되니 편리하다고 당장 바꾸라고 하는데도

나는 바늘로 꿰맨 이불이 좋아서 계속 구식을 고집하다가 상당히 늦게 바꾼 편이다.

요즘 천들은 다림질을 안 해도 괜찮을 정도로 구김이 많이 가진 않지만,

오랜 습관으로 다림질을 안 하면 찜찜해서 매끈하게 다려야 마음이 편하다.

다림질할 때마다 엄마 생각도 나고.

 

허리보호대를 차고 다림질을 하면서

소파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그동안 부엌일 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내일부터는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전담하겠으니 이제 손을 떼라는 뜻으로) 인수인계를 하자는 뜻이에요 했더니

그럴 필요가 있냐고~ 앞으로도 계속 돕겠다고 하시네.

고등어  3마리에 우거지를 한 봉지 다 넣고 큰 냄비 가득 비린내가 나는 찌개를 끓여놓고,

계란을 10개씩 삶아놓는 수고를,

그만하시라는 뜻인데 차마 솔직하게는 말 못 하겠다.

 

수고해주셔서 많이 고마우면서도

주부가 두 사람이어서 불편한 점도 많았는데, 6월부터는 좀 달라져야겠다.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였다.

아직 겨울옷 봄옷 정리도 안 했으니...

 

추가,

키미님 댓글을 읽고 눈대중이 안되는 남편의 솜씨를...차마 어제의 찌개냄비를 보여줄 수는 없고,

오늘 점심 때 샐러드 만들어 놓은 사진 하나 가져왔어요.

점심 때 두 사람이 먹고도 이렇게나 남았습니다.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 놓은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 키미2020.05.31 13:32 신고

    ㅎㅎㅎ
    대중이 잘 안되셔서 그러시죠. ㅎㅎ
    청소나 설거지 도와주시면 한결 도움이 되십니다.
    보호대를 하고 다림질을 하셔도 괜찮으신지..
    그렇다면 진짜 많이 나으셨네요.
    참말 좋은 일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완전 햇빛 쨍쨍입니다.
    빨래를 해서 옥상에 널러 갔더니 아침 8시인데도 햇빛이 따가울 정도입니다.
    모자를 썼습니다.
    찔레가 한창입니다.
    찔레는 묘하게 고향과 연관이 되면서 아련한데,
    향기가 또 대단해서 벌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이제 여름입니다.
    오월 마지막 날 잘 마무리하세요.

    답글
    • 그레이스2020.05.31 16:03

      오랫동안 살림을 해온 주부도 아니고 전문가가 아니니까
      양념을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쓰면 좋을텐데, 그냥 대충 넣는 겁니다.
      그래놓고 어찌 맛있기를 바라겠어요?
      잘못 만들었다고 타박할 수 없으니
      소심한 반항으로 비려서 못먹겠다 하고 숟가락도 안댔어요.
      그런 일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내한테 한번만 물어보면 될텐데 그 걸 안합니다.
      청소를 하는 건 큰 도움이 되는데,
      설겆이는 맘에 안들어서 요즘은 그냥 두라고 합니다.

      여기는 구름이 많아서 햇볕에 쨍쨍 말리려고 했던 이불속통은 며칠 더 널어놔야 되겠어요.

      나도 찔레꽃은 제일 먼저 할머니댁이 떠올라요.
      지난번 병원에 있을 때 오빠가 카톡으로 보내준 시골 할머니집 평면도에
      큰남동생이 덧붙여서
      오른쪽 담장을 따라 찔레꽃이 많이 폈다하고,
      가끔 붉고 푸른색 구렁이가 찔레꽃 밑에서 나와 흙담을 넘어 가기도 했다는 설명을 했어요.

    • 키미2020.05.31 16:58 신고

      화사...
      저도 외갓집에 있을 때
      돌담 사이 빈 곳에 화사가 있었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한참 보다가
      만질 뻔 했어요.
      그때는 어려서 뱀이 무서운 줄도, 징그러운 줄도 모르고..
      지금은 마당에 뱀이 있을까 늘 조심합니다.
      시골엔 뱀이 많아서..

    • 그레이스2020.05.31 17:56

      헛간 서까레에도 능구렁이가 보인 곤 했어요.
      헛간에 땔감도 쌓여있고 농기구도 있고
      그 안쪽에 변소도 있었거던요.
      변소에 쪼그리고 앉아서 능구렁이 지나가는 거 보고도 놀라지 않았으니 자주 봤겠구나 싶어요.

  • 키미2020.05.31 19:58 신고

    샐러드 사진보고 놀라서 ㅎㅎㅎㅎ
    진짜 많이 하셨네요.
    두 분이서 아무리 드셔도...

    답글
    • 그레이스2020.05.31 20:31

      뭘 만들었다 하면 10인분이니...
      4개월을 그러고 살았으니 내가 얼마나 속이 터졌겠어요?
      빨리 회복되어서 부엌 인수인계 받을 날만 기다렸다구요.
      샐러드를 한번 먹을만큼 만들어서 먹고,
      다음에 또 만들어야지
      대관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조금씩 넣었는데도 가짓수가 많아서 자꾸 늘어나더라나 뭐라나...

  • 하늘2020.05.31 20:41 신고

    샐러드 보는 순간 아이고....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해 주는 건 고마운데
    맘에 안들게 해주는 것도 문제군요

    저희 남편은 신혼때 딱 한번 오징어볶음을 해준 적이 있는데
    맵다고 타박을 했드니 두번도 안해줍디다
    아플땐 눈물나게 서러웠어요,,자기 있음 신경 쓰일거라고 그냥 나가버려서...아니 죽이라도 끓여줘야할 거 아닙니까..

    저도 요즘 날이 좋아 장마 지기 전에 부지런히 이불 빨래 하고 있어요

    답글
    • 그레이스2020.05.31 21:51

      남편의 봉사가
      절반은 감사하고 절반은 속터지고...
      내가 심하게 아플때는 그런 거 관심도 없었는데,
      차차 정신을 차려보니 거슬리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열심히 해주시는 거니 잔소리를할 수가 없잖아요.
      어쨌거나 남편도 4개월동안 고생이 많으셨어요.

  • 현서2020.05.31 23:56 신고

    어쨌거나 남편이 해주면 저는 무조건 감사해 할 거 같아요.
    아픈 것도 힘든데 최소한 남편 식사 챙기는 건 면하잖아요.
    가만 생각해보니
    일솜씨가 맘에 안들면 속터지는 것도 있을 수 있겠네요~
    ㅎ~
    그런데 그게 다 사는 맛이고 나눔이고 정이고, 배려겠죠?
    몸이 아프면 다 귀찮고 힘든거 알고
    그렇게라도 도움이 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6.01 07:55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그런 행동을 한 마음이 더 소중할 때가 있잖아요?
      어이없는 음식이 만들어졌더라도 진심을 다해서 잘해주려던 마음이 느껴졌을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죠.
      가끔은 하지말라고 당부를 했는데도
      고집을 피워서 기어이 일을 벌렸을 때는 속으로 아이구~밉상아~! 합니다.

    • 현서2020.06.01 09:42 신고

      전 아직까지 남편한테 그런 배려 받아본 적이 단 한번도 기억에 없거든요
      ㅎ~
      아파도 대충이라도 남편식사 준비해야만 하거든요
      ㅋㅋ..

    • 그레이스2020.06.01 10:28

      그런 면에서,
      우리부부는 요즘 젊은부부처럼 살았어요.
      서로 위해주고 챙겨주는 행동이 습관이 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만이 생기는 이유는,
      남편은 자기 위주로 판단해서 잘해주는데
      나한테는 싫은 경우가 생기니까 그럴땐 속으로 짜증이 나지요.
      젊은시절에도 휴일에는 남편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차려주기도 했어요.
      그런 생활을 했으니 두 아들도 결혼해서 부엌일을 잘 합디다.
      큰아들은 집에 일하는 아줌마가 있는데도 늦게 들어와서 자기밥을 직접 차려먹는 행동으로 아줌마가 많이 당황했었다고 하더군요.
      작은아들은 음식 만드는 솜씨가 좋아서 직접 만들어서 써빙도 합디다.
      그런 건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습관 같아요.

    • 현서2020.06.01 10:47 신고

      역시 실천하는 교육이 효과적이군요.
      집안 분위기가 참 좋아 보여요.

  • Rowdymom2020.06.01 06:30 신고

    안녕하세요, 처음인사드려요. 1975에이민온 61세의두아들의 엄마이고요....아시다시피, 이곳 미국엔 코로나때문에 shut down 하고, 전 당뇨가있어서, high risk라고 분류가되어....2달반을 집에서 62세의 남편과 집 콕 하고 있었는데요~~~힘들다, 아~짜증!을 입에달고 살았어요. 둘이서 이토록 같이 붙어있기는 처음이라....물론 부엌도 후집으시고 어질르고....
    그래서, i kind understand what your are going through. 뒷치닥거리가 엄청나죠? 다행히도, 전 6/1일부터 일터인 은행으로 복귀랍니다!!!!너무~기뻐요.
    그래도, 옆에있어서 감사한 남편!

    답글
    • 그레이스2020.06.01 07:43

      ㅎㅎㅎ~
      애칭을 라우디맘으로 정해서 웃음이 나왔어요.
      외출도 못하고 남편과 두달 넘게 한 공간에서 지냈으니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얼마나 불편했을지...상상이 됩니다.
      드디어 출근하게 되어 축하드려요~!!
      1975년도에 이민을 갔으면,나의 결혼생활과 거의 비슷하네요.
      10대 나이에 적응하느라... 애썼겠어요.
      어린시절의 당신에게 따뜻한 포옹을 보냅니다.

      이렇게 인사글 남겨주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앞으로 자주 소식 들려주세요.

  • 여름하늘2020.06.01 11:43 신고

    아~ 우리도 이불 교체 해야하는데,,,
    겨울옷 정리해야하는데
    봄옷은 한번도 못입어보고 여름옷으로 건너뛰게 생겼네...
    식구들이 다들 함께 집콕하고 지내니 집안일을 뒤집어서 일벌리기도
    선뜻 내키지가 않네요
    저희집은 6월에도 재택근무가 될것 같아요
    집에서 일하게 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 재택근무가 연장 시키네요
    저는 식구들이 함께 있는것이 이젠 익숙해져서
    며칠전 남편이 하루 출근하니 점심을 지수와 둘이먹게되니 허전하더라구요 ㅎㅎ
    다들 출근하고 나면 후련하다기 보다는 허전할것 같아요
    그때 나도 내일을 재개해야 겠지만요 ㅎ

    ㅎㅎ 큰통에 만들어 놓으신 사라다를 보니 뷔폐음식 같아요
    집안에 주부 두사람! 불편한 일이지요
    동안 그레이스님께서 몸이 불편하셨으니 그냥저냥 지나갔지만
    웬만하면 직접 주부일을 하시고 싶으실것 같아요
    그런데 하윤할아버지께서 이제는 주부일에 재미 붙이신것 아닐까요? ㅎ
    큰일!

    답글
    • 그레이스2020.06.01 12:24

      6월도 재택근무라면,일 벌리기 쉽지않지요.
      두꺼운 이불 옷들... 아예 쌓아 뒀다가 가족들 정상출근후에 시작하세요.

      나는 6월 첫날이라고 방청소했고,
      점심후에는 재활치료 갑니다
      재활치료없는 수요일에 옷장 정리할 계획입니다.
      하루만에 다 할 수 없겠지만요.
      일단 겨울옷 세탁해 둔 것들 박스에 넣고 제습제와 향비누를 몇개 같이 넣어 둘 꺼에요.
      쉐터 종류는 안입었으니 드라이 안하고 그냥 박스에 넣어도 되겠어요.
      여기는 6월부터 여름내내 습도가 높아서 옷 보관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에요.
      조금만 소홀하면 곰팡이가 생기거던요.
      세탁소에 드라이 맡겼던 옷도 곰팡이가 생기더라구요.
      햇볕 좋은날은 전부 꺼내서 거풍 시키고 말려야 합니다

      한 부엌에 주부 두사람...
      경험 안해본 사람은 말도 하지마라~ 해야 겠어요 ㅎㅎ
      절충하고 타협도 하겠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비슷한 일이 생길 꺼에요.


  • 문정희2020.06.01 22:35 신고

    안녕하세요~웃으면 안되는데 만들어놓으신 샐러드를 보고 빵터졌어요...저희집에도 그런 일이 가끔 있습니다...계란을 삶더라도 5개만 삶아도 되는데 먹을 사람은 부부뿐인데20,30개를 삶아 전시해놔서 상도동 이일화라는 별명이 있는 남편이 음식을 할 때면 가끔 겁나요...감사하기도 하지만 내가 계획한 요리재료를 엉뚱한곳에 써버려 화날때가 있어서 화를 냈더니 자존심상해해서...요즘은 미리 내가사온 이재료로 무엇을 만들 예정이고 내가 주말 아침을 만들겠다라고 못을 박아두지요....주말만 아침을 먹는 아이들도 대량으로 하는 국적불명의 아빠요리보다는 정석대로 하는 엄마요리가 먹기 편한 눈치인데... 그래서 샐러드 양을 보니 웃음이 나오고 그레이스님의 심정 백분의 일은 이해(?)가 되요^^그래도 행복해보이세요...두분 건강조심하시길 바랍니다~재미있는글 감사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6.02 06:44

      ㅎㅎㅎ 손이 커도 너무 큰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이일화가 생각납니다.
      정희님댁도 비슷하다고 하시니,동지애가 느껴지네요~^^
      너무 많다고 하면,
      이게 뭐가 많냐,몇번 먹지도 못하겠구만~ 해서 어이가 없었어요.

      어제는 또 새싹 채소를 키우겠다고
      무순 비타민채소 브로콜리 씨앗을 사왔어요.
      며칠 지나면 제가 새싹 사진을 올리게 생겼습니다.
      스트레스 안받을려고 마인드컨터롤을 합니다.
      남편의 취미생활이다~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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