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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병원에서.

by 그레이스 ~ 2020. 6. 16.

약속된 재활운동 시간보다 일찍 가서 10분 자전거 타기로 몸풀기를 하고,

지도받았던 동작을 혼자서 연습한다.

둥근 공을 절반 잘라놓은 듯한 운동기구 위에 서서 균형을 잡는 동작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

다른 아줌마가 올라서서 재미삼아 놀고 있다.

운동을 하는중인데요~ 했더니, 저 뒤에 가서 다른 거 하란다.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다가,

댁은 보호자 잖아요?

했더니... 그제서야 치료받는 환자구나 싶어서 얼른 비켜준다.

환자를 따라 온 간병인이 심심해서 흔들흔들하고 있었던 거다.

그 사람 보기에는 나도 환자가 아니라 간병인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기사 혼자 걸을 수 있는 사람은 환자로 안 보일 정도로 중환자가 많다

오늘도 다리가 잘린 환자, 뇌수술을 한 중환자,마비되어 팔다리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

침대에 누운 채로 발목 다리 허리를 묶어서 침대를 바로 세워, 강제로 서 있는 환자들이

같은 시간에 재활치료를 받았다.

2~3세 아기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린다.

 

다른 사람이 환자가 아니라고 착각을 했다고 하면, 내가 상당히 좋아졌는 줄 상상하겠다.

한심하게도... 한 발을 들고 한 발로 서는 동작을 다섯을 셀 때까지 못 버틴다.

걸을 때 옆에서 보면 허리가 완전히 안 펴지는 것도 여전하다.

강사의 지도를 받는 시간은 15 분인데

사전 준비운동까지 더하면 35~40분 되는 셈이다.

마치고 나면 피곤해서 기운이 하나도 없다.

 

 

재활치료 후 재래시장에 가서  미역국 끓일 쇠고기, 민어 조기와 가자미를 샀다.

다음 주 23일이 하준이 생일이다.

내일 끓이고 생선 구워서 목요일 택배로 보내면 금요일에는 받을 수 있겠지.

아직 그런 거 하시면 안 된다고 펄쩍 뛰듯이 놀라는 며느리에게

아무것도 안 하고 미역국만 보내겠다고 했다.

 

  • 현서2020.06.16 19:53 신고

    며느리도 아들도 걱정이지요.
    아직 완쾌 되신 것이 아니니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한 발로 서봤더니 처음에는 잘 안되다가
    다시 하니까 되네요.
    생각보다 어려운 동작이에요.

    답글
    • 그레이스2020.06.17 06:16

      6월 3일이 작은며느리 생일이었어요.
      2011년에 결혼해서
      2012년 첫생일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미역국과 반찬을 보냈는데
      올해는 그 걸 못했어요
      아쉽고 서운하고...
      하준이 생일때는 상태가 조금 나아질테니
      다른 건 못하고 미역국만 보내겠다고 했어요.

  • 키미2020.06.16 20:11 신고

    무거운 거 들고 다니시지는 않으시지요?
    조심조심해서 다니시길요.

    답글
    • 그레이스2020.06.17 06:21

      시장바구니는 남편이 들고 다닙니다.
      뭘 사는지 참견도 하면서요.
      재래시장에서도,
      꽃밭에 필요한 물품이 있다고 그것부터 먼저 사겠다고 합디다.

  • 여름하늘2020.06.16 21:35 신고

    그러게요 아직 그런거 하시면 안되는데....
    그런데 하시고 싶으신거지요?
    하준이를 위해..
    그저 조심조심 살살 하셔요.

    답글
    • 그레이스2020.06.17 06:30

      잡채나 다른 반찬처럼 손질이 많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잠깐만 서 있으면 되니까 괜찮았어요.
      허리보호대를 꼭 하고 움직입니다.
      어제 목욕 다녀와서 미역국은 끓여놨어요.
      아침에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을 거에요.
      생선 굽는 거는 뒷베란다에 나가서 구울거고
      한마리씩 포장해서 함께 보내면 됩니다.

    • 현서2020.06.17 09:10 신고

      정성이 대단하셔요.
      그러니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나봐요.

      여름철에 국물 음식이랑 생선이랑 고기들을 어떻게 포장해서 보내시는지
      상하고 변질되지 않게 특별한 방법이 있으시나요?

    • 그레이스2020.06.17 09:42

      작은며느리는 일하는 아줌마 없이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하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음식을 만들어 보냈어요.
      국 종류는 하루 이상 냉동 시켜서 꽝꽝 얼리고,
      생선도 구워서 한마리씩 포장해서 얼려요.
      물김치라든가 얼리면 안되는 종류는 냉동식품 사이에 넣고 아이스팩으로 덮어요.
      우체국 택배로 보내면 다음날 받을 수 있는데,
      요즘 날씨라도 냉동된 채로 도착한대요.

  • 하늘2020.06.17 22:32 신고

    참으로 거울이 되시는 분이세요
    저도 나중에 그리 흉내내어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 말입니다

    옆에서 보면 완전히 펴지지 않으신다는 허리로
    손주 생일까지 챙기신다니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꼿꼿한 자세로 또,활짝 웃는 모습으로 포옹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해 맘이 애잔해집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6.18 07:10

      칭찬 들을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하윤이가 아기때부터 내가 보내준 음식을 잘 먹으니까...
      아이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생일이 아니어도 자주 보내게 된 겁니다.
      이번에는 생일인데 그냥 지나치는 건 너무 섭섭하잖아요.

      선생님들이 수업중 자세가 바르다고 칭찬하셔서 그 말이 자극이 되어
      더욱 바른자세에 신경을 쓰는 학생이었어요.
      몸에 완전히 베인거라서
      재활운동이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걸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코어에 힘이 없어서 허리가 안펴진다고 하대요.

  • christine2020.06.19 07:50 신고

    큰사고 당하시고 지금은 자녀분들한테 음식을 공수 받으셔야할 상황이신데 ㅠㅠ 정말 대단하세용^^
    하준이가 벌써 세돌이 된건가용??? 그러고보니 제가 블로거 팬이 된지도 제법 되었네용~

    전 딸아이 100일이후부터는 엄마음식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네용 ㅠㅠ 미역국 글을 보니 가자미넣고 끓인 엄마 미역국이 생각나네용 미역도 시중에파는 그런 미역이 아니였고 비린내없이 아주 담백했어요~ 사랑과 정성가득한 부모님의 음식을 먹을수있는건 축복입니당^^

    답글
    • 그레이스2020.06.19 08:17

      윤정씨는 워낙 음식솜씨가 좋으니까
      누구의 도움도 안받았다는 게 이해가 된다.
      외국 부인들에게 한국요리 강습도 했던 솜씨이니...

      어제 저녁에 작은며느리와 길게 통화를 했다.
      오후에 우체국에서 보냈으니 내일 저녁에는 받을 꺼라고.
      8월에 부산 오면
      이번에는 우리집이 아니라 호텔에서 있을 계획이라고 해서
      내가 고생할까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파라다이스 옆에 리모델링해서 새로 개업하는 호텔이,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다양하게 만들었다니까 알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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