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소재가 생겨서 간단하게 메모만 해놓고 이틀이 지났다.
낮에는 느긋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을 여유가 없어서 저녁에 쓰려고 했으나
그제 밤에는 10번도 넘게 통화하느라 시간이 없었고,
어젯밤에는 팬텀 싱어를 보느라 거의 11시가 되어 버렸다.
낮시간에 남편이 꽃밭 나무 테두리를 치우고 타일로 교체한다고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을 빼고는 작업하셨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빤히 보이는 거실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는 건 밉상이겠다 싶어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3시 반에 목욕탕 갔다가 돌아와서는 곧바로 저녁 준비를 하고...
그 와중에 남편은 또 작업한다고 꽃밭으로 나가셨다.
아침에 꽃밭 마무리를 해놓고,
밤새 귀 뒤편 머릿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며 조금 전에 이비인후과에 가셨다.
혈관에 피 흐르는 소리가 그렇게나 크게 들린다는 건 이상이 생긴 것일 테니
곧바로 체크를 하는 게 좋겠다고.
(예전에 매일 수영하던 시절에 나도 그런 적이 있어서 병원 갔더니
귓속에 염증이 생겨서 혈관이 부었다고 했었다)
남편이 나간 후 바뀐 꽃밭의 사진도 몇 장 찍어서... 포스팅할 글 재료가 더 늘었는데
그 보다
지금은 오늘 아침의 마음 변화를 기록해야겠다.
6개월 동안 환자로 살고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엄청 게으른 사람이 되어버렸더라.
그 걸 인식 못하고 하루하루를 그냥 지나왔다.
청소나 정리정돈은 체력이 달려서 못한다고 치자.
가장 놀랄 일은 사십몇 년 주부로 살아왔으면서 음식 만드는 일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안나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목욕 갔다 오는 길에 동네 작은 마트에서 대파와 양파를 산다고 들어갔던 남편이
큰 호박을 3 덩이와 단호박도 함께 사 왔는데 차 안에서 기다리던 나는
이 걸 왜 샀냐고... 싫은 내색을 했다.
반찬으로 호박을 볶아달라고 하는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 호박을 볶으려면 양념을 어떻게 해야 하지? 아~ 귀찮네~~~
내가 그러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한 나를... 이게 무슨 짓이냐 싶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투병생활을 하는 주부들.
혹은 다른 지병으로 진통제를 먹으면서 생활하는 주부들...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기의 일을 잘 해내더라.
나는 이제 회복기에 들었는데 집안일에서 손을 뗀 듯이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다니
이 게 말이 되냐고?
일단 밑반찬 몇 가지라도 만들어 봐야겠다.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
에구~
답글
몸이 아프면 다 귀찮죠.
내 목안에 넘기는 것도 귀찮은 법입니다.
그래도 무리하지는 마시고
조금만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답글
몸이 안 아프면 음식이니 청소니 아무렇지도 않은데
조금 이상이 있으면 무력증 같은 게 있더라구요.
그레이스님이 게으르다 이런 말씀은 아닌 것 같고,
제 생각엔 몸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큰 수술하고 나면 건망증이 좀 있다고 합니다.
제 여동생이 유방암 수술한 지 꽤 오래 되었는데
어떤 순간의 기억이 싹 없어졌다네요.
그 당시 친구들도 모르겠고,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구요.
수술 마취약이 그렇다고 해요. -
6개월이면 엄청 긴시간 으로
답글
그동안 집안일에 손을 놓고 계셨었기에 그런가봅니다.
서두르지 마셔요.
몸이 가는데로 몸한테 맡기시고 천천히 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자책 않하셔도되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님보다 나이도 적고, 아픈데도 없는 저도
답글
나이가 드니 귀차니즘이 생겨 집안일이나 식사챙기는것이 예전같지가 않네요.
그리고 여행갔다와도 밥하기 귀찮은데,
6개월동안 치료 받으셨고, 또 아직 완치 되지 않으셨으니 저도 그레이스님 같을듯.
무리하진 마시고, 그래도 한번씩 기분전환겸 자극은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레이스2020.07.06 17:07
이번 주말에 작은아들네가 올 건데,
올해에는 집에서 음식 차리는 걸 안하기로 했어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신이 없어서요.
아침식사를 빼고는, 전부 외식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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