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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들

초가을의 아침.

by 그레이스 ~ 2020. 9. 17.

아침 일찍 부엌에서 창문을 열고

약간은 싸늘한 공기에 가을 기운을 느꼈다.

비슷한 느낌의 어느 날이 떠오르고,

생각은 런던의 가을날 아침으로 나를 데려가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나혼자 식빵을 토스트해서 버터를 바르고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내모습을 쳐다보는 남편에게

런던에서 살 때 즐겨 먹었던 아침 빵과

여행중에 가정집에서 먹었던 갓 구운 빵냄새가 그립다는 얘기를 했다.

여행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유럽 여행으로 이어지고...

 

재활운동을 다녀와서

아침의 그 기분을 계속하고 싶어서

집안에 냄새가 번지도록 냉동고에 있는 커피콩을 꺼내서 갈고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여덟 잔 쯤 뽑아야 겠다.

 

  • 키미2020.09.17 11:47 신고

    오~~!! 저도 쮜리히에서 먹던 빵과 커피 생각이 막 나네요.
    시내의 빵 가게들, 초콜릿 팔던 가게들이 생각납니다.
    나중에도 늘 그런 풍경들이 그리워요.
    그레이스님 댁 커피 냄새 여기도 날아와요.

    답글
    • 그레이스2020.09.17 12:20

      요즘은 봉지커피를 마시니까
      커피콩을 갈고 또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뽑는 일이 없었어요.
      한 잔 마시자고 최소한 4잔은 뽑아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요.
      한잔씩 뽑을 수 있는 기계는 우리집에 없어요.
      여기는 비가 옵니다.
      이런 날은 커피향이 퍼지고
      멋진 음악을 씨디 말고 음반으로 듣는 게 잘 어울리는 날이예요.
      집을 팔려고 내놨을 때,
      집보러 오는 시간 직전에 커피를 뽑고 식빵을 버터 발라 구우면
      집안에 퍼진 맛있는 냄새에 호감을 가진다고 하길래
      나도 그렇게 했던 예전 생각도 납니다.

  • 데이지2020.09.17 23:03 신고

    갓 구운 빵에 버터, 그쪽 우유는 또 왜 그렇게 맛있던지요! 이탈리아에서는 수퍼에서 스파게티 국수를 사왔는데 집에 와서 요리해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어요. 행복한 기억들이 커피향처럼 가득 풍겨 오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09.18 08:38

      비오는 가을날이 영국 같아서 그시절이 생각났어요.
      일반적으로는 비오는 가을날이면 뜨거운 국물이 생각날텐데 말이예요.
      날씨탓에,
      또 여행을 할 수없는 지금의 상황에,
      요즘은 자주 추억여행을 합니다.

      오늘은 수영장에 가는데,
      가랑비 내리는 수영장을 생각하니
      모자를 쓰고 물속을 걸어야 겠어요.

  • 젼젼2020.09.18 22:39 신고

    저도 학생때 영국에서 잠깐 살았는데 이맘때 해가 짧아지면서 패딩을 입어야할까? 고민하게 되던 날씨와 아침마다 마시던 페퍼민트 티가 생각나요ㅎㅎㅎ

    답글
    • 그레이스2020.09.19 07:36

      영국은 82,83,84년 주재원으로 살았고,
      2006,2007,2008년에는 한달씩 있다가 왔어요.
      추억이 많아서 나에겐 그리운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예요.
      2006년에는 8월에 기온이 18도로 내려가서
      가져간 옷이 전부 여름옷이라 패딩을 사 입었던 적도 있어요.

      어제 아침엔 비가 약간 오더니,
      수영장에 갔던 시간에는 비는 안오고 흐리기만 해서 햇볕 쨍쨍한 날보다 오히려 좋았어요.

  • christine2020.09.20 07:12 신고

    커피향과 함께 본격적으로 그레이스님의 가을앓이가 시작된건가용??? ㅎㅎ 그리움이 가지고 사는건 행복한일인것 같아용~ 여긴 봄이라 봄꽃구경하는게 요즘 제 일상입니당~

    답글
    • 그레이스2020.09.20 07:29

      앗~!
      그러고보니 가을만 되면 여행 가고싶었던 가을앓이구나
      젊은시절에는 빨래를 널려고 베란다 나갔다가
      너무나 푸르고 높은 하늘에 어린시절의 운동회날 아침이 생각나고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고...
      청명한 가을하늘만 봐도 그리움 가득해지고 마음이 흔들렸는데
      이제는 그런 감성이 무뎌졌더라.

      봄꽃 구경다니다가
      예쁜 풍경들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 줘~
      가을에 봄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 앤드류 엄마2020.09.20 12:39 신고

    전 냄새치라 냄새도 향기도 잘 모르는데,
    사람들이 갖 구운 빵냄새가 좋다고 하면
    전 그게 어떤 냄새인지 궁금하곤합니다.
    전 한국에서 먹었던 국밥과 칼국수, 호떡이 가끔씩 그립곤 하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09.20 14:18

      아~~ 우리는 냄새로 기억하는 사연이 참 많은데...
      경란씨는 맛으로 기억하겠군요.

      아들이 대학 4학년 의사고시 시험 두달 전 즈음에
      혹시 서울 오셔서 밥을 해주실 수 있냐고 묻습디다
      학교식당에서 사 먹으니 굶는 때가 많다면서요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올라갔지요.
      아침에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으나
      눈을 감은채로 침대에서 밥냄새와 보글보글 끓는 음식냄새를 맡는 게
      참 포근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냄새로 기억하는 따뜻한 추억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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