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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예전 편지글의 주인공에게

by 그레이스 ~ 2020. 8. 29.

 

블로그 개편이 있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열고 블로그에 들어와서

밤사이에 내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고 간 흔적을 찾아본다.

조회수가 많은 순서대로 20편이 표시되는데,

제목만 보고는 어떤 글인지 기억이 안나는 글도 많아서 클릭해서 다시 읽어 본다.

본문의 내용보다

댓글과 그 댓글에 답글로 쓴 내용을 읽고

내가 이런 답글을 썼었구나 하고 새삼스레 놀라기도 했다

 

이런 글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한 내용 중에,

방명록에 비밀글로 남겨 준 편지가 고마워서 블로그에 공개했었던 글이다.

 

2011년 8월 31일에 방명록에 남겨 준

아래의 편지 주인공이

지금도 내 블로그를 방문한다면,

댓글로 안부를 남겨 주세요~

잘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궁금해요.

 

....................................................

 

 

꽤 오랫동안,
마치 지나가는 길가에 예쁜 이층 집 담장을 넘겨다 보듯
몰래몰래 들어와 글만 읽고 돌아갔었습니다.

추측하건대, 전.. 그레이스 님의 자제분들과 비슷한 나이가 아닐까 싶어요.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요.
3년 전쯤, 7080 세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맡게 되어
도움이 될만한 이런저런 자료를 찾던 끝에, 이곳을 알게 되었고
그레이스님의 글들을 통해
미처 다 알지 못한 어머니 세대의 감성들, 관심들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청소년 프로, 오락프로 등을 거치면서도
즐겨찾기에 담아둔 "햇살 가득한 오후"는
종종 클릭을 하게 만드는, 제목처럼 따스한 공간으로 자리해 버렸네요.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저희 엄마가 생각이 나요.
'아, 저런 상황에선 우리 엄마도 같은 심정이겠구나'하는 공감도 있구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포스팅 내용에는
'우리엄마도 저렇게 지내면 좋을텐데...'하는, 질투(?)섞인 안쓰러움도 생기구요.
자랑스런 자제분들 관련 얘기엔
'나도 저런 딸이 되고 있을까?'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죠.

이곳에서 살을 키운 감정들이 너무 많기에
진작부터 인사를 드리고는 싶었지만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함부로 이렇게 들락거림이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감히 내가?' 하는 생각도 들어.... 주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인사를 드리고 싶어졌어요.
실은, 친정 어머님에 대한 글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거든요.
아니, 어쩜 '괜히'는 아니겠네요.

저희집엔 저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 이렇게 3대 모녀가 함께 있어요.
예의를 중시하시는 그레이스님이 보시기엔 좀 버릇없이 보일순 있겠지만,
올해 연세 아흔하나의 외할머니와,
예순 일곱의 엄마와,
서른 다섯의 전,
마치 친구처럼.. 가끔은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재미지게.. 시트콤의 장면들처럼 지내오고 있었죠.
물론 그레이스님 말씀대로, 집집마다 우환 없는 곳은 없겠지만,
그동안 힘겨운 일들도 같이 이겨내면서
대대로 물려오는 낙천적 성격을 무기삼아, 그렇게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같은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세요.
사실 2년전, 위험한 상황이 한번 있었고.. 지금까지 잘 버텨오셨는데..
어쩌면 헤어질 날이 머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통보를, 엊그제 받았네요.
머리로는, 더이상의 고통보다는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고는 하지만
가슴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먹먹하던 찰나,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게 되었고
마치 감정이입이 된 듯... 자꾸만 노트북 화면이 흐려지는게
덧없이 마우스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네요.

엄마 앞에서 약해보일 순 없어 맘놓고 울지도 못했는데..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마음이 허할때면
햇살이 가득한 이곳에 들러.. 광합성 좀 하고 가도 되겠지요?

 

   

 

 

 

 

 

답신;

 

서성거리다가~ 살포시 문 두드리며 찾아와 준 손님에게~

많이 고맙고, 반가워요~
64세에 갑자기 며느리 잃고, 손주들을 자식인양 맡으신 우리 할머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어린 손주들 돌보시고, 정성을 쏟으셨던 친정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새장가를 든 아들 내외는 사택에서 따로 살게 하셨어요.
한집에서 살게 되면 혹시나 불화가 생기거나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그 할머니~!
우리들의 생활, 우리들의 모든 것을 다 지켜보시고...(막내의 결혼생활까지)
91세에 보름 정도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장례 나가는 날이 둘째 아들 수능시험날이어서 나는 인사만 하고 그 전날 집으로 돌아왔었지요.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해서 , 또 아들을 위해서

집에서 가까운 능인선원에 가서 하루 종일 울면서 기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친정아버지 카테고리를 보면 아버지 먼길 떠나시던 그때의 글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위안받을 수 있으려나?

자주 놀러 와서
소식 남겨주세요~

...........................................................

 

참~!

"햇살 가득한 오후"의 의미는

지금 내 나이를 하루의 그 시간쯤으로 표현했어요.

해 질 무렵은 아직 남았지만... 이미 늦은 오후

그래도 이왕이면 햇살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20.08.29 15:56 신고

    선생님...편지글 쓰신 분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이 갑니다.
    즐겨찾기 해놓고, 꾸준히 보면서도 글을 남기기에 선뜻~복잡한 마음이 들어 그냥 나가다가...
    그 어느 날~그 어느 글에서는 감정이 더 강하게 이끌리어 메세지를 드렸던~^^;;

    선생님의 할머니...여러 손주들을 어머니처럼 딱 맡으시고, 새장가 드신 아들 내외는 사택으로 내보내신..
    그 할머니의 깊은 마음, 지혜에 마음이 찡합니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사람들의 대처는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혜롭게 행하시는 분들의 특성들에 마음이 끌려요.
    사람이 사람에게 받는 감동~선생님의 블로그엔 그러한 감동이 있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08.29 20:06

      오랫만에 읽으니까 잘 지내겠지 하면서 안부가 궁금했어요.
      맨 밑에 본인의 이름을 남겼는데,
      보호차원에서 내가 지웠더라구요.

      그 즈음에 엄마 기일이 가까워져서
      42세 젊은 나이에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 생각하면서
      마음 아파했던 글을 썼더니... 감정이입이 되었다는 사연이예요.
      내 나이 열아홉에 엄마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아픈 사연이 많겠어요?
      지난 시절에 희노애락을 찐하게 겪고 살았던 사람이라서
      글을 읽는 분들이 공감을 많이 하는 가봐요.

  • 키미2020.08.29 17:41 신고

    하루 종일 햇살이 들었다가 어두웠다가 비가 쏟아지다가 딱 동남아 우기네요.
    새벽부터 뒤켠에 쌓아둔 큰조카가 여기 떠나면서 놔 둔 그릇이랑 짐들을 정리했습니다.
    그 애가 서울 간지 벌써 3년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뒤적거립니다.
    혼자 사는 살림이 우찌 그리 많은지..
    대충 안의 그릇들과 정리를 하고는 낮잠을 푸지게 잤습니다.

    요즘은 제 블로그보다 그레이스님 블로그 방문이 더 잦아요. ㅎㅎ
    글도 더 많이 쓰고요. 하하하..
    언제나 저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는 그레이스님..
    후딱 건강 회복하시고 햇살이 널브러진 오후 해운대 바다 바라보면서 따스한 커피 한 잔 하십시다.

    답글
    • 그레이스2020.08.29 20:22

      작은아버지댁에 맡겨놓고 가져 갈 생각도 안하는 걸 보니
      조카는 그 짐들을 잊어버렸나 봅니다.
      집안 정리와 청소는 며칠만 안해도 먼지가 하얗게 쌓이고 곳곳에 얼룩이 져서 한숨이 나오네요.
      다음주에 아줌마가 오기로 했으니 같이 대청소를 해야 되겠어요.
      여기는 다음주에 온다는 태풍이
      부산 가까운 곳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습니다

      나도 키미님 댓글이 없으면 많이 바쁜가 궁금하고 기다려 집니다.ㅎㅎ
      척추의 하나 남은 4~5번뼈 연골이 얼마나 버텨 줄 것인가
      퇴행성 협착증이 더 진행되어
      통증이 심해져서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시기가 언제부터 일까~?
      지금은 그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다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서 걱정 안하고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부산 오세요~~~

  • 앤드류 엄마2020.08.30 11:41 신고

    방명록에 긴 편지글을 남긴 주인공께서
    그레이스님 블로그를 통해 많이 공감하고, 또 배웠던것 같습니다.
    아마 할머니와 함께 했던 분들의 정서가 좀 비슷한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장남이시라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제 친할머니는 제가 4살때 돌아가시고, 언제부턴가 작은 할머니가 저희집에서 함께 사셨는데,
    제 친정엄마보다 할머니와 더 가까왔던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께서 친정어머니를 일찍 여의셨군요.
    다음에 그레이스님 지난 글들 읽을 시간이 있었슴.

    답글
    • 그레이스2020.08.30 13:44

      본문의 글을 쓴 날짜가 2011년 8월 31일 이니 만 9년 전이네요.
      10년 전에는 육아와 교육에 관한 상담을 하던 시기여서
      감정절제라든가 엄마가 행동으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을 자주 썼어요.
      가끔은 내가 경험했던 힘든 시절의 경험담도 털어놓고요.
      그래서 젊은 엄마들의 방문이 많은 편이었어요.
      편지글의 주인공이 읽었던 하루 전의 글은,
      친정의 경제사정이 가장 안좋을 때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를
      애달픈 마음으로 그리워한 글이었어요
      할머니 이야기는
      편지글의 주인공이 할머니 사연으로 맘 아파해서
      나도 할머니가 계셨고 우리들의 위해서 많은 희생을 하셨다고 답글에 썼어요
      할머니는,
      내 인생을 통털어 많은 것을 본받고 싶은 가장 훌륭한 스승이십니다.

  • style esther2020.08.31 17:38 신고

    개편블로그 싫어요 ㅠ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코로나시대에 일상이 극단순해진 탓도 있지만 불편해서 블로그에 더
    안들어오게 되는데...
    그레이스님은 재활중이신데도 여전히 성실하게 블로그를 하고 계시네요.
    스스로를 주변을 돌아보는 일에 요즘 넘 대충아니었나, 반성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의 그분이 다시 방문하시어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으시기를 바래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8.31 19:15

      개편이후 불편한 점은
      사진을 한꺼번에 여러장 올리지 못하고 한장씩만 올려야 하는 것과
      글 작성을 하는중에 순조롭게 글자가 안 찍혀서 한 문장을 쓰면서 시간을 오래 끄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가 정지 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점차 적응이 되니요.
      나는 몸이 불편하고 아픈 걸 잊으려고 더 블로그에 매달렸어요.
      사고 이후에는 거의 매일 글을 쓰다시피 했거던요.
      가만히 누워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우울감에 빠져서 괴로웠어요.
      여기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덕분에 마음을 추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christine2020.09.01 08:31 신고

    사연을 보내신 분의 글과 그레이스님의 답글을 읽으니 뭉클해지네용~

    저에게 그레이스님의 블로그는 ~~ 걍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켜야할 기본을 차분하게 상기시켜주는 공간인것 같아용~ 가끔 저도 그 기본을 잊고살때가 있는데 그럴땐 그레이스님의 글을 읽으면 정리가 되고~

    이곳에 온지 9개월이되었고 아이도 학교에 잘 적응하고 건강히 자라고있어요 학교생활에 익숙하니 친구들간에 사소한 conflicts가 생기더라구용~ 엄마로써 어떻게 처신을할까 고민을 하다가 늘 그레이스님이면 어떤방식으로 푸셨을까?? 요런께 한발짝 뒤에서서 생각을 하면 답이 나오더라구용 ㅎ
    몇번 가벼운일은 잘 넘겼는데 최근에 좀 복잡한 일이 생겼어용ㅠㅠㅠ그레이스님의 wisdom이 필요할것같아서 조만간 상담요청 드릴께용^^

    답글
    • 그레이스2020.09.01 09:06

      자기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만큼 영어에 익숙해지면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는 오기가 생기지
      무슨 일일지 궁금하다.
      이쪽 시간에 상관없이 아무때나 니가 편한 시간에 방명록에 써 놓으면 읽어보고 답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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