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는... 아니다, 50대까지만 해도
남편과 의견 대립이 있거나 감정이 상했을 때는 다음 날도 표정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었다.
"나~ 기분 나쁘니까 알아서 하세요" 시위하듯이
나이가 많아지니까 그런 게 없어진다.
감정이 상한 상태로 한나절을 보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아직 화가 안 풀린 상태에서 되도록이면 빨리 정리를 하려고 애쓴다
한두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적인 질문을 하거나
새로운 뉴스를 화제 삼아 분위기를 바꾼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대꾸하고.
아마도 가슴속 깊은 곳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설혹 언쟁을 했더라도
그 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게 생겼다 보다.
속으로는 아직도 기분 나쁜 게 남아 있어도 말이지.
좋게 표현하면 싸움이 안 되는 부부다.
-
그렇습니다.
답글
늦게 결혼한 저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는데, 젊었으면 분명히 싸웠을 그런 사항들입니다.
감정적인 면은 될 수 있으면 서로 간섭 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항상 가족들과 집안의 대소사 이런 사항들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 간병 문제, 병원 입원했을 때, 입원비..이런 문제가 수시로 발생을 할 때
제가 양보하고, 나서서 솔선수범하면 다 해결이 되는 걸 깨달았고..
그렇게 해서 트러블 없이 다 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식구들은 입으로만 일하면 되니까요.
저만 이해하고, 열심히 일하고, 생색내지 않고 조용하면 에브리바디 해피합니다. ㅎㅎ
지금 다 지나고 나니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애석하지만. 남편은 조금 알긴 하더라구요. ㅎㅎ-
그레이스2020.10.29 13:34
1974년 결혼해서 2012년 시어머니 돌아가실때까지
긴긴 세월을 시어머니 생활비와 시동생 셋 뒷바라지와
결혼비용 전세자금까지 다 우리가 부담했으니,
나는 뭐... 큰소리 팡팡 치고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안되네요.ㅎㅎ
남편에게는 고등학생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가난한 생활에 가정교사 해서 동생들 책임지고 사느라
얼마나 등에 진 짐이 무거웠겠나 싶어서 연민이 많아요.
그래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고집을 피우더라도 참아주는 겁니다.
호텔에서 파우더룸에서 머리를 말리는 중에 집보러 온다는 연락을 받아서
후다닥 집으로 와서 10분 후, 11시 30분에 손님맞이를 했어요.
오늘 두번째 집보러 왔네요.
결과야 어찌 되든지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고 난 후에 곧장 마트에 가서 간단한 장보기를 하고,
지난주에 주문했던 구두가 도착했다고 연락이 와서 찾아 왔습니다.
사진 찍어서 보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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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분 나쁘니까 알아서 하세요" 시위하듯이
답글
ㅎㅎ 제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아웅다웅 잘 잘못을 가려내는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어요
남편도 그러한것 같구요.
과도기에 들어서는것 같아요
저희도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울남편
답글
가끔 자기가 욱 해놓고
사랑하면서 살아도 짧은 시간에 왜 싸우고 사냐고
뭐든 내가 다 잘못했다고 하니....
밉상이다가도 그냥 풀어야지 어쩌겠어요&&&&ㅎㅎㅎ-
그레이스2020.10.30 08:58
우리집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고 내 눈치만 봅니다
시동생이 사고쳐서 몇 천만원 보내고 나서도,
자기가 운전부주의로 사고 내서 차가 망가졌을 때도
판단 잘못으로 크게 손해를 본 일이 있었을 때도
네비게이션이 없었던 시절에
내 말을 무시하고 다른 길로 가서 한시간이나 헤매다가 되돌아 왔을 때도...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면서도 말로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못하더라구요.
그러니... 항상 내가 먼저 말하고 상황정리를 합니다
말로써 팍팍 구박을 해도 그냥 듣고 있는 것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아요
-
-
혹시라도 스트레스 받아서 잘못될까봐 참아주고 넘어가니, 본인이 좋은 남편인줄 착각해
답글
한번씩 쏘아주곤 합니다. 제가 잘못했을땐 제빨리 사과하는데, 남편은 사과를 잘 하질 않으네요.
저희 남편이 말주변이 없다보니 표현에 서툴어서 상대방 배려없이 말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다음부턴 이런식으로 표현하라고 말을 해 주곤 합니다.-
그레이스2020.10.30 13:05
내가 남편에게 많이 양보하고 화가 나도 참는 이유가 있어요.
젊은시절부터 수십년간
남편은 아내에게 자식에게 참으로 헌신적이었어요.
본인은 쇼파에 앉아 있으면서
물 가져오라거나 신문 가져오라고 시킨 적이 없고,
언제나 먼저 행동하고 뭐든지 도와줄 거 없냐고 묻고
밤중에라도 부탁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옷 갈아입고 시내 나갔다 오는 사람이었어요.
요즘 손자손녀에게 잘해주는 그 행동을
옛날에는 아내에게 아들에게 그렇게 했습니다.
남편에게 감동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요즘 속상한 일을 자꾸 저질러도...
예전에 받았던 것을 갚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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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무조건 아들하나 기른다고 생각해라는
답글
시어머니 말씀이 생각나네요.
ㅎ~
지나고 보면 저도 물론 화를 참지 못하는 일도 있고
남편의 든든함을 허투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
아들 하나 키운다라 라는 표현이 어쩜 그리 맞는지
인생 선배로서의 시어머니 말씀에 크게 공감한답니다.-
그레이스2020.10.30 13:40
우리집은 반대였어요.
결혼해서 보니
오히려 시어머니는 아들의 보호를 받고 사셨고
남편은
시동생들은 물론이고 어머니와 누나도 어려워하는 집안의 가장이고
대소사 모든 결정을 하는 어른이더라고요.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자연스럽게 쫄병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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