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는 다른 삶을 사는 부류에 대해서 함부로 부정적인 말을 한다
내 남편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지인 중에 아들과 며느리 둘 다 의사라서
며느리가 출산휴가가 끝나고 병원에 출근하는 그때부터 부부가 손녀를 돌봤다
물론 집안일을 하는 아줌마가 계시고 한동안은 아기 돌보는 도우미의 도움도 받았다
손녀가 세 살이 되었을 때 며느리가 둘째를 낳고 싶다고...
시부모님께 도움을 주십사고 부탁했으나
하나 돌봐주는 것으로도 힘에 부친다고,
둘째를 낳으려면 병원에 사표를 내고 직접 키워라
나는 더 이상은 할 수가 없다며 거절했다고 하더라
그 집 일에 남편은 두고두고 시부모 잘못이라고 화를 내신다
그 걸 왜 못하겠다 해서 손녀 하나로 끝내냐고...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말씀이다
나는, 더 이상 손주를 돌봐줄 수가 없다는 시엄마도 이해가 된다고
그러니 이기적이다, 고 비난하지 말라고 한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내 가치관과 다르다고 남을 비난하는 건 편협하고도 무례한 일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큰아들 네 아파트 주민 한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는 남편이,
손주들과 아파트 안 마당에 있는 걸 여러 번 봤다며 아들 집에 오셨냐는 말에
남편은 신이 나서 손자 손녀 이야기를 하셨고
자기도 76세라는 그 부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손주를 돌봐 준 적이 없을뿐더러
아들 집에 가서 1박을 한 적도 없다고 하더란다
자기네는 철저하게 부부 위주로 산다고 하면서.
(주말에 아들 집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딱하다는 뜻도 있었을 거다)
남편은 그런 평가가 너무나 황당했을 테고
부산에서 20년 살면서
호텔 회원으로 만나 친했던 부인들 중에는
서울 가서 아들 집이나 딸 집에 들렀다가도 잠은 꼭 호텔에서 잔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박 언니, 김 언니, 선미씨, 수자 언니도...
아들 부부 딸 부부가 부산으로 와도 꼭 호텔방을 예약해서 따로 잠자게 하더라
딸이 혼자 친정 오면 손님용 방에서 잠을 자지만.
그건 그 사람들 생활방식이라서 옳고 그르고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을 부자로 살아왔으니 경제적으로 전혀 부담이 안 되어 그렇게 하는 거고
한편으로는
자식들 집에 가거나 혹은 자식이 부모 집에 방문했을 때
뭐 하러 호텔 예약해서 헛돈을 쓰냐고 펄쩍 뛰는,
부자 중에도 우리 부부와 생각이 같은 사람도 있다
각자의 형편과 가치관에 맞춰서 사는 거지
어느 쪽이 어떻다고...
자신과 다른 쪽을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너무나 좁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람이라고,
나는 말한다.
70대 후반의 어느 부인이,
10년 이상 아들집에서 손주도 키워주고 살림도 맡아주고 하셨는데
이제는 지쳐서 그만두고 싶다는 푸념을 남에게는 하면서도
아들과 며느리에게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불만이 쌓여 간다고 하소연이다.
(내색은 안 하지만) 며느리도 시어머니와 한집에서 사는 게 싫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만두고 싶다는 표현을 정확하게 하고
따로 사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컸으니
며느리도 시어머니 없는 상황에서 가정을 꾸려 갈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아무리 좋은 뜻에서 시작한 일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몸도 마음도 바뀌는 거니까
고부간에 갈등이 쌓이기 전에 상황에 따라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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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집 부모 자식관의 관계를 본인 기준에 맞춰서 단정짓는게 참 그래요... 각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각자 상황에 맞게 하믄되는 거잖아요 ... ㅠㅠ
전 그레이스님 좋아보여요!! 아들 두집 다 다자녀에 주말에 출장서비스하시듯 ㅎㅎ 손주들과 임팩드있게 놀다오시고..아이들이 자라는건 보면서 아들부부에게 좋은 조언도 많이 해주실거고~ 사실 그렇게 하실수있는건 그동안 부모자식관계가 서로 신뢰할 수 있으니 가능하잖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SOS를 칠때 달려올수있는 부모가 계신건 자식입장에서 정말 큰 축복입니당~-
그레이스2021.11.09 18:04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고
얼마 남지않은 노년의 삶이 더 중요하다며
손주 돌봐 줄 마음이 전혀 없다는 부모를 이기적이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다 싶다
우리는 자식과의 관계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도움을 요청하는 아들에게 흔쾌히 좋다고 하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이사를 했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내가 너희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덕분에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하고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아들과 며느리는 도와주셔서 오히려 우리가 감사합니다 하더라
남보기에 고생스럽겠다 싶어도
본인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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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지 결정하는 일이 가치관이나 철학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요인에 의거하여 좌지우지되니 역지사지로 다른 사람의 결정도 힘써 존중해야겠죠. 저도 때때로 선을 넘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충고를 하곤 하죠. 가까운 사람에게... 딸보고 왜 하나만 낳냐며 더 낳으라고 한다든지. 이내 반성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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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1.11.11 08:56
맞아요~
삶을 어떻게 살 지 결정하는 일에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그래서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고된 일을 떠 맡기도 하고요
자식에게는 종종 원치않는 충고를 하고
그 일로 서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어느 집에나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아이를 하나만 낳는 경우가 많습디다
도와줄 사람이 없기도 하거니와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으니 점점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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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쓴 글이 없어졌네요ㅠㅠ
가장 모범적으로 행복한 가정이 그레이스님댁 입니다...
가족이란 도와 줄수 있으면 감사한거고
만나면 행복한게 가족이련만~~~
제 주변에도 보면 별의 별 가정이 다 있더라구요
저도 엊그제 큰 아들네 손녀딸 봐주고 내려오면서
제가 직장을 안 갖고 있으면 서울을 수도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할텐데 ㅎㅎㅎ
매일 동동거리는 자식들 보면 부모 입장에서 짠하니
어쩔수 없잖아요~~~&&
그래도 될수 있으면 부모에게 의지 안하고 잘 버티고 있으니
그것도 감사하답니다
가장 예쁠때 손주들 재롱 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힘들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드님댁
모두 모두 축복입니다
저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그레이스2021.11.12 09:21
그렇찮아도 산세베리아님이 댓글을 남겼다는 기록은 있는데 확인하니 없어서
썼다가 삭제했구나 ~ 생각했어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서 회의가 있는 아들 대신 손녀 돌봐주러 서울 간다고 하셨지요
직장이 있으니 하루만에 돌아오셨군요
우리 부부가 주말마다 손주들 돌봐주러 아들집에 가는 건
무엇보다 아들 며느리와 사이가 좋아서 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압니다
며느리와 갈등이 있으면
아무리 손주가 보고싶어도 아들집에 못 가는 시엄마 사연도 여러번 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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