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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들

성격유형검사

by 그레이스 ~ 2021. 12. 17.

지난 토요일에 큰아들이 주는 설문지로 성격유형검사를 했다

마치고 나서 

그대로 아들에게 넘겨주었고,

아들은 좀 더 상세한 해석을 보기 위해서 영어로 된 분석판을 읽어보고 

자기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성격 그대로 나왔다며 신기하다고 했었다

나는 집으로 와서 다시 읽어 볼 심산으로 메모를 해 두지 않았더니

막상 집에 와서 휴대폰을 보니 다 없어져서 내가 어떤 유형인지 모르겠다 

엄격한 관리자라고 했던가?

아들이 장점과 단점을 얘기하면서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고

남에게 칭찬받으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그 점을 지적하더라

 

맞아 그런 점이 있지 

남에게가 아니라 가족에게도 그러했으니.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들에게 어떤 엄마로 평가될까? 남편에게 어떤 아내로 기억될까? 

그 두 가지였을 거다 

 

기억의 끄트머리로 내려가 보면 

할머니를 도우려고 대신 보따리를 들고 가는 여섯 살의 내가 보이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엄마가 모임이 있어서 외출한 어느 날 돌아와서 보시고 깜짝 놀라시라고

방과 마루를 깨끗이 닦아 놓고

마당에 물 뿌려서 빗자루 지나간 자국이 나도록 쓸고

축담에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는 

칭찬 들을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던...

 

중학생 때 아주 더웠던 여름 어느 날은,

아버지 퇴근시간에 맞춰 (그때는 냉장고가 없었으므로) 얼음가게에 가서 

얼음 한 덩어리를 사 와서 

아버지 들어오시는 때맞춰 우물물에 얼음을 띄워 찬 물수건을 해 드리고 

그 물에 발 담그고 씻으시라고 했더니, 딸이 있어서 참 좋다고 흐뭇해하셨다 

 

어른들에게 칭찬 듣는 걸 큰 기쁨으로 생각했던 아이였으니 

훗날 사회생활에도 그 영향이 컸으리라고 본다 

 

이제야 뭐...

아들이 나에게 잘못했다고 지적하거나 

남편이 나에게 화내고 비난하거나  

잘못할 수도 있지 하고는 놀라지도 않는다 

 

 

  • 데이지2021.12.17 19:24 신고

    그레이스님!
    좀더 잘하려고 애쓰는 어린 시절의 그레이스님 모습에 윤지가 오버랩되네요. 하루하루를 늘 최선을 다하셨겠지요? 이런 간절한 노력이 쌓여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보다 나은 삶과 역사가 지속되는 것이겠지요.

    답글
    • 그레이스2021.12.17 20:58

      꼬마 때부터 그렇게 버릇이 들어서
      중고등학생 시절에 엄마에게 꾸중을 들어도 말대꾸 한번 안했어요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지요
      어른이 되어 되돌아 보니
      너무 FM 으로 보이려고 애썼구나 싶어서
      그 시절의 내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ㅎㅎ

      하루하루가 모여서 습관이 되고
      생활습관이 성격을 만들고... 그렇게 삶이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 여름하늘2021.12.17 22:39 신고

    성격유형검사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지네요
    내안에 내가 모르는 내가 또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말이지요.
    6살 부터 중학생까지의 리틀 그레이스님이 보이셨군요
    언제나 늘 그렇게 최선을 다하시는 그레이스님

    답글
    • 그레이스2021.12.17 23:20

      나도 성격유형검사에 대해서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직접 해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혈액형을 검사하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성격유형 검사를 한다네요
      우리 형제자매들은 세살이 되면 할머니댁으로 가서
      학교에 입학하는 일곱살에 우리집으로 왔어요
      다섯살이 되면 오빠는 우리집으로 가고 세살짜리 동생이 또 할머니댁으로 오는...
      밭으로 논으로 일하러 나가시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동생과 놀고
      할머니가 밭에서 가져오신 채소나 콩을 까서 담기도 하고
      할머니께서 기특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예쁨 받고 칭찬 받는 게 좋아서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 키미2021.12.18 14:21 신고

    유년의 그레이스님의 모습에서 야무지면서 예쁜 소녀를 봅니다.
    콧날이 시큰하네요.
    성격 검사를 저도 해봤는데, 결과가 생각이 안 나네요.
    대답해야 할 문제가 좀 많았던 건 기억이 납니다. 지겨웠어요.
    성적 처리해 놓고는...내년에도 대면 수업하기 힘들겠다...생각했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12.18 15:46

      지금 서울에는 엄청나게 눈이 옵니다
      윤호 유라는 아빠와 아이스하키 가고
      윤지는 눈을 만져 보겠다고 엄마랑 내려 갔어요

      옛생각을 떠올리다보니
      딸이 없었던 할머니에게 예쁨을 많이 받았구나 싶은 여러 사연들로 마음이 따뜻했어요
      엄마에게는 의지가 되는 큰딸이었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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