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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숙박손님.2

by 그레이스 ~ 2022. 3. 30.

아들이 오기 전

급하게 김치찌개를 한 냄비 끓여놓고

냉동실에 있던 슬라이스 된 연어는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고  

아들은 따로 차려서 11시 지나 점심을 줬다

우리는 12시 30분에 출발해서 서울 다녀와야 하니까 

12시 전에 점심을 먹었고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전화해서 쭈꾸미 볶음이 어떤지 물어보고 

저녁 메뉴로 갈비탕과 삼겹살 구워 쭈꾸미 볶음과 섞어 먹는 걸로 정했다 

 

저녁 늦게 아들이 하는 말이,

부모님집에 와서 빈둥빈둥 놀고 있으니 

40 넘은 아들이 결혼도 못하고 직업도 없는 백수로 

부모님께 붙어사는... 그런 기분이 든다네 ㅎㅎㅎ

그러게 상상만 해봐도 얼마나 속이 터질지 그 부모 맘을 알 것 같다고 했다  

 

하룻밤을 잘 자고 아침에 하는 말이 

자기네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아이들에게 옮을까봐 피신 왔는데 하윤이가 양성으로 나왔다네

그러면 부모님댁에 있을 의미가 없어진다고 

돌아가서 하윤이를 돌보는 게 맞을 것 같단다 

 

일단 아침밥을 먹고,

며느리와 의논해보라고 했다 

나는 재활운동(도수치료)하러 세브란스 갔다 와야 하니까 

10시 반에 돌아와서 듣겠다고 했다.

 

전화를 하니 

며느리는 하윤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라 하고  

남편이 집에 와 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하더란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는 

"그러면 하윤이도 우리 집에 데리고 오자" 

"여기서 아빠랑 있다가 좋아져서 가면 되잖아" 하신다 

우리가 하윤이를 보내라고 해도 

며느리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일을 벌이지 마시라고 했다 

 

남편은 작은아들이 집에 와 있는 중에 

직접 시중 들고싶어서 안달을 하신다

약을 먹어라 

따뜻한 물 마셔라 

현미녹차를 마셔라 

용각산 과립을 수시로 입에 털어 넣고 천천히 넘겨라

(45세에 그것도 의사 직업인 아들에게) 어린아이 챙기듯이 지나치게 설명하고 

먹는 것도 일일이 참견하신다 

제발~~~ 말씀을 줄이시라고 내가 잔소리 했더니 

아들이 하는 말이,

괜찮아요~ 아버지 하시고 싶은데로 다 말씀하세요~ 

저는 그냥 예~~ 하면 됩니다 

그러니 엄마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하네 

 

 

  • 키미2022.03.30 11:22 신고

    어찌 보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해서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있겠네요.
    백수 아들이란 말에 웃습니다.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22.03.30 13:02

      아버지는 아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걸 즐기십니다
      서울 가서 큰아들과도 꼭 한시간 이상 이야기하시고요
      어제 저녁에도 오늘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우리집은 아들과 토론이 아니고...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를 해야 되거던요
      조금 전에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 대해서 아버지의 의견을 물었다가...
      아들이 죄송해요~ 이야기를 스톱할게요~ 로 끝났어요
      아버지는 막무가네로
      러시아가 크리미아 반도도 내 놔야 되고
      돈파스 지방에서도 철수하고 전쟁이 끝나야 된다고 하시는데
      아들은 현실적으로 그렇게는 안된다고 했다가
      열이 난 아버지의 말씀을 계속 들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어요
      정치인 문제,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안보문제,
      무슨 의제를 놓고도 아버지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끝나야지 반대 의견으로 소신을 밝혔다가는...
      그래도 아버지가 역사 지리 기후 각국의 입장에 대해 워낙 상식이 풍부하셔서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해요

      오늘도 부모님 신세지는 백수 2일차를 잘 넘기고 있어요 ㅎㅎ

    • 키미2022.03.30 13:12 신고

      정치문제, 종교문제, 전쟁문제, 그러다가 다시 정치로 인한 종교문제, 종교로 인한 전쟁문제 등등 이렇게 흘러갑니다. ㅎㅎ 예전에 과대표가 이야기하길.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3위가 군대이야기, 2위가 축구이야기 1위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네요. ㅎㅎ 그걸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요즘은 세대가 바뀌어서 많이 변했지만 말입니다.

    • 그레이스2022.03.30 13:26

      작은아들은 전쟁사에 관해서는
      20년 넘게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상세하게 또 깊이있게 찾아보고 연구하고 해서
      큰 전쟁이 아니라 나라간의 분쟁에 대해서도 수백년 전 그 시작부터 설명을 합니다
      그러니 아버지와 토론 상대가 되고
      아버지의 잘못된 평가에 대해서는 반론을 내 놓지만 그게 통할리가 있나요

      전쟁을 겪은 세대와 번영기의 세대가 시각이 같을 수는 없는 일이고,
      어떤 문제를 비판하려면
      그 시대 그 사회환경에서 얼마나 나빴는가 평가해야지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문제를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 그레이스2022.03.30 20:42

      아들은 자기 집으로 갔어요
      하윤이가 양성이라서 동생과 방을 못쓰고 밤에 혼자 자야한다고
      아빠가 같이 자야한다면서 저녁 먹고 7시 반 지나서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출근한다 하고요

      중년의 아들을 어린아이 돌보듯이 챙기던 남편의 과잉친절도 이틀만에 끝났네요

  • 데이지2022.03.30 23:08 신고

    이틀 있어 보니 그래도 내 집에 가서 지내야겠다 싶었나 봐요.하윤이가 할아버지한테서 아빠 해방시켜 주었네요.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22.03.31 07:26

      부모님집에 혼자 와서 있으니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은 기분이라고 합디다
      남들은 다 일하는데 혼자만 밖에서 노는 기분...
      자기네 집에 가서
      뭔가를 돕거나 아픈 아이를 챙기거나
      가장 역활을 해야 마음이 편하겠다는 뜻이었어요

  • christine2022.03.31 06:23 신고

    이틀간 VVIP 숙박손님 치루셨네요~ 그래도 가까운데 사시니 가능한일이네요^^ 하윤이도 빨리 완치되길 바랍니당~ 저희딸 학교에 확진된애들보니 하루나 이틀정도 목아프고 열나고 괘한아지더라구요^^

    답글
    • 그레이스2022.03.31 07:39

      결혼한 이후 가족을 떠나서 혼자만 떨어져 지내는 게 처음이라서
      더구나 아버지가 환자 돌보듯이 챙겨주시니 적응이 안된다 하더라구
      하룻밤 사용한 이불 침대시트 모포 ... 전부 세탁하라고 다용도실에 갖다놨다(남편이)

      하윤이 하준이는 증세가 있고
      하영이와 며느리는 아직 괜찮다는데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지만 결국에는 한 가족이 다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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