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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어느 시어머니의 사연에 쓴 답글

by 그레이스 ~ 2022. 7. 15.

2014 년 12월에 쓴 글이니 거의 8 년 전이다 

오래된 글을

다음 블로그가 없어진다는 공지가 아니었으면 읽어보기나 했을까?

 

내가 가입된 카페에서

어느 시어머니의 사연을 읽고  답글을 썼었는데 

내 답글이 다음 카페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어 하루 사이에 조회수가 34000 을 넘었었다 

젊은 엄마들이 활동하는 맘 카페에서 많이 다녀 간 듯 

8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유용할 것 같아서 복사해서 가져 왔다  

........................................................

어느 시어머니의 사연.

 

아들이 내일 단풍놀이 가자고 해서 너희들끼리 잘 놀다 오라고 했더니,

6개월, 5살 두 아이 데리고 힘들어서 못 간다고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하더란다.

 

손주 봐 달라고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단풍구경 가면서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하는 게 고맙다고 생각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져갈 간식이랑 커피도 끓여서 담고 기다리니,

아들은 8시에  며느리는 9시에 일어나 준비해서 출발했다는데,

운전하는 아들이 옆자리는 며느리 앉히고, 엄마는 뒷좌석에 타서 두 아이를 돌보라고 하더라는.

 

6개월 아기와 5살 손자를 챙기면서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불더라는... 많이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둘째 아들 집에서 의견을 물었었다.

 

세훈이는,

그댁 어머니가 어떤 식으로든 싫다는 표현을 했어야 아들이 알아차렸을 거라고 한다.

섭섭하고 언짢아도 내색을 안하셔서 아들은 엄마의 감정을 몰랐을 거라고.

 

비유를 하자면,

길거리에서 교통법규를 지키는 일에 대해서 충분히 배웠고,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안 지키고 교통위반을 하는 이유는,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행동으로는 습관이 안되었으니

무의식 중에 위반을 하거나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죄의식 없이 위반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란다.

 

아들의 말을 듣고 보니, 내 머릿속에서 답변이 정리가 된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야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잘못을 보고도 지적을 못하고,

싫어도 싫다는 내색을 못하고 넘어가고는, 그게 쌓여서 속앓이를 하다가

자식에 대한 서운함이 깊어져 실망하고 상처받고 점점 사이가 나빠지는...

그런 사연이 시어머니 카페에 많이 올라온다.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아버지는 7시에 출근하시는데 아들도 나와보지 않는 게 서운했을테고,

8시에 일어난 아들이 며느리가 늦게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밉상인데,

9시에 일어난 며느리에게

엄마가 다 준비해놓을 텐데 뭐하러 지금 일어났냐고 좀 더 자라고 하는 아들이

못나고 한심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 몇 가지로 기분이 약간 상해 있는 중에, 엄마는 아이들 돌보게 뒷자리에 타시라고 했으니...

 

그러면 이제,

그 주인공이 내 아들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평소에 아침밥은 엄마가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면, 그건 문제 삼지 않을 것 같고,


아침 7시에 아버지 출근하시는 데 아들 며느리가 일어나지도 않고 나와보지도 않는 건,

어쩌다 그날만 그랬는지 평소에도 항상 그랬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겠다.

아들이 8시에 일어나서,

며느리는 늦게 잤으니 깨우지 말라고 엄마에게 말했다는 건,

아들에게 "엄마에게 말할 때는 이렇게 하라~"라고,

기분 나쁘지 않게 고쳐 줘야 하는 첫 번째 문제점이다.


엄마에게,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하고,

(거짓말이라도) 밤에 아기가 서너 번 깨서 아내가  잠을 못 잤으니,

조금만 더 자게 하면 어떨까요?라고,어머니에게 양해를 구했다면,

엄마는 기분 좋게 며느리를 더 자게 했을 거다 (어느 엄마가 안된다고 하겠냐?)

 

아들이 엄마에게 말할 때는항상 엄마가  듣기 편하게 말을 돌려서 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아들을 가르쳐야 한다.(완전히 익숙해서 습관이 될 때까지)

 

두 번째,

아무리 사이가 좋은 아들과 엄마라도, 서운할 일도 생기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는 경우도 있더라.

나는 결혼 전에도 그런 경우에는 무엇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었다.

 

엄마가 화를 내지 않아도,

잠깐 얼굴이 굳어지거나, 말이 없이 조용히 있거나... 약간 내색을 하면,

자기가 무슨 실수했냐고 아들이 묻는다.

 

나중에 아들의 해명을 먼저 듣고 이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주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아들에게는 엄마의 어떤 말과 행동이 불편하고 상처가 되는지도 알게 되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엄마가 계실 때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말은 어떻게 조심해야 되는지 그 경계를 알게 되더라고.

 

세 번째,

손주를 돌보는 문제는,

며느리가 없는 상태에서는 시어머니가 아기를 맡아서 돌봐주시겠지만, 

만약에 며느리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주 양육자는 며느리이니 아기를 돌보는 건 며느리가 맡아야 한다고,

그건 집에서나 밖에서나 언제나 명심하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할 문제다.

 

그러니 나였으면, 아들이 어머니 뒤에 타세요~ 했더라도,

내가 앞에 탈 테니 며느리가 뒤에 타서 아이들 돌보라고 했을 거다.

 

시어머니인지 친정어머니인지 나이 많은 분이 아기를 업고,

딸인지 며느리인지는 잘 차려입고 가방 들고 같이 가는 모습을 보면,

아기 업은 하인과 젊은 아씨를 보는 것 같아서 아주~~~ 불편하더라는 말도 했다

 

비슷한 사연의 다른 분들 의견도 읽어보니,

'그럴 경우에 우리 엄마가 화가 나는구나~ '그 자체를 모르고 행동하는 아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아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몰라서 불효자가 되지 않도록,

부모의 서운한 심사를 부드럽게 얘기해서 아들의 행동을 고치게 하는 것도,

엄마의 몫이구나~ 싶다.

 

 

눈꽃2022.07.17 07:47 신고

그레이스님의 블로그에는 주옥같은 삶의 지혜와,사소한 듯 하지만 나를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글들이 많은데,
다음블로그가 없어진다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도 다시 보면서 잊지않고 싶은 글귀는 저장 해야 할까봐요.

그레이스님,더운 주말 지치지 마시고 보내세요!

답글
  • 그레이스2022.07.17 08:42

    육아와 교육에 관한 글은 전부 옮기고
    차 마시는 시간 코너에서는
    내생각과 의견을 제시하는 글은 다 가져 가고
    일상 잡담은 버리려고 해요
    이전 신청을 하면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다 옮겨 주는데
    본문만 옮기고 댓글 답글은 없어진다고 해서
    댓글 답글을 다 읽어보고
    필요한 내용은 가져 가려고 정리하는 중이에요
    이왕 읽는 중이니 본문의 맞춤법 체크도 하고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오늘은 점심시간 전에 집으로 갈 예정이라서
    집에 가서
    아이들 소식 포스팅하고
    다른 글도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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