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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끌레어와 휘낭시에

by 그레이스 ~ 2022. 9. 2.

지난 토요일 저녁 친구 만나러 나간 며느리가 에끌레어 두 상자를 받았다고

한 상자는 어머님 드세요 해서 가져왔다

 

에끌레어는 먹을 때 파삭해야 하니까 아이스팩을 넣어서 포장해준다

한 상자에 여섯 개가 들었는데 집에 올 때 두 개만 가져왔다

하나는 속에 흰 크림이 들었고 하나는 초코크림이 들었더라

 

사람들에게 에끌레어의 가장 익숙한 모양은 아래 사진일 거다 

찾아보면 이렇게나 다양한 장식도 있고 

 

남겨 두었던 하나를 잘라 커피를 마시면서

새댁 때로 거슬러 올라가

처음 카스테라를 굽고 컵 케이크를 만들던 시절을 떠올렸다

 

78 년도인지 79 년도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누군가의 소개로 사택에 휴대용 전기오븐을 팔러 온 사람이 있었다 

동그랗고 높이가 있어서 제법 큰 (전기밥솥보다는 훨씬 큰 사이즈)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생닭으로 전기통닭을 만드는 시범을 보여 줬는데 

10 명이 사면 하나 값을 할인해주겠다 해서 단체로 샀었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생닭을 사 와서 버터로 마사지시켜 전기통닭 만들기에 열심이었으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오븐 사용에 시들해졌을 무렵

 

나는 안내서에 있는 카스테라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서 

만들고 또 만들고... 나중에는 거의 전문가가 되었다

실력이 늘어서 마들렌 반죽으로 컵케이크도 만들고 

 

명훈이 세훈이는 두세 살부터 엄마가 만들어 주는 빵을 먹고 자란 셈이다 

아이들 먹이는데 지극정성이어서

울산 시내 중앙시장에 가서 우뭇가사리를 사 와서 푹 고와

팥 삶아 으갠 거 넣고 요깡도 만들어 먹였다

간식을 새우깡 말고는 거의 만들어 먹였던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출부 도움도 없이 남자아이 연년생으로 둘 키우면서 

밥 먹고 청소 빨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무슨 기운이 넘쳐나서 과자까지 만들어 먹였는지...

 

그러다가 영국 주재원 발령받아 런던으로 가서

마들렌 휘낭시에 에끌레어 마카롱을 친구들보다 일찍 알았던 셈이다 

 

84 년 12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우리 집은 이웃들의 부탁으로 과자 굽고 빵 만드는 공장이 되었다 

무수히 많은 카스테라, 파운드케이크, 쿠키들이

지인들, 친구들에게 선물용으로 포장되어 나가고

10 년 넘게 빵공장을 하다가

95 년 서울로 이사 가면서 뜸 해졌었다.

 

가끔은 옛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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