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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일기)

심기일전

by 그레이스 ~ 2023. 2. 6.

남편과 통화하니

수요일 오후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했단다

그러니 이틀 더 늦어지는 셈이다

오시면 빨래꺼리가 많을 거라서

혹시나 오늘 오면 함께 세탁기 돌리려고 미루었던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었다

면 빨래를 먼저 하고 색깔 있는 옷과 양말은 한번 더 돌리려고 분류해 놓고 

이왕에 마음먹었으니 침대 시트도 교체하고 빨자 

 

거의 일주일을 대충 살았다 

내가 이렇게나 게으른 줄 몰랐다고 놀라면서...

나를 어떻게 볼까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퍼져서 있었던 게 얼마만인지는 기억도 안 난다

그러니까 남편에게도 반듯한 아내로 보이고 싶어서 항상 긴장하고 살았던 거다

몸이 불편한데도 낮에 침대에 눕는 걸 미안해하면서 

 

돌이켜보면 

두 아들이 학생이었던 시절에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를 통틀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일요일과 여름 겨울 방학동안에

아무리 고단해도 낮에 자리에 누웠던 적이 거의 없다

부엌에서 일하거나 빨래 다림질을 하고 꿰매거나 집안 정리를 하거나

부엌 식탁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혹시나 아이가 공부하다가 나와서 엄마를 보고, 엄마가 놀고 있으면 같이 놀고 싶을까봐

집에서 그랬으니 밖에 나가서는 오죽했을까

 

누군가를 의식해서 나를 긴장시키는 버릇은 수십 년 몸에 베여서

해운대에서 둘이서 살면서도

비스듬히 눕거나 하지 않고 반듯한 자세로 앉아서 티비를 보는 모습에 

말 잘 듣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 같다고 남편이 우스워했었다 

 

이렇게나 편한 걸 뭐 하러 그리도 애쓰면서 살았을꼬~ 

이제는 늙고 병들었으니 그냥 되는대로 살자~~~ 했었는데...

며칠간 퍼져 살아보니 그것도 시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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