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우체국에 소포 부치러 나갔다가
길거리에서 샀는지 검정 봉지에 갈치를 사 오셨다
보나 마나 새끼일 거라고 짐작하고 받았더니 그나마 싱싱해서 다행이다
자기가 낚시로 잡았다면 이 정도는 큰 축에 들어간다나?
만 오천 원에 여덟 마리라면
눈으로 안 보고도 크기가 짐작이 될 거다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토막을 치면서 할머니 생각이 났다
1995 년 5 월에 울산에서 서울 대치동으로 이사를 갔다
그 해 여름이 되기 전에
할머니께서 손녀가 사는 집을 구경하러 창원에서 서울로 오셨는데
나에게는 엄마 같은 할머니가 오셨으니 맛있는 반찬으로 대접하고 싶어서
미도 아파트 상가에서 크고 싱싱한 갈치를 샀었다
크고 실한 생선을 보시고 얼마 하더냐고 물으시는데
눈치 없이 3 만원 줬다고 사실대로 말을 해서 꾸중을 한 바가지 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갈치 먹고 싶다고 유언하더냐?"
마지막 소원이라고 부탁한 게 아니믄 우찌 저렇게나 비싼 걸 살 수 있냐고?
니가 평소에도 이리 헤푸게 살림을 하냐고...
결혼 이후 얼마 만에 듣는 꾸중이었는지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1997 년 늦가을에 돌아가셨으니
꾸중을 들었더라도
생선이며 불고기며 해드리고 싶은 음식으로 상을 차렸던 그때의 내가 기특하다
그러고 보니 큰 갈치는 요즘보다 그때가 더 비쌌네
28 년 전에 3 만원이었으니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다가 남은 음식들 (4) | 2023.08.02 |
---|---|
뜻밖의 발견 (4) | 2023.07.27 |
닭백숙 (6) | 2023.03.20 |
쿠키 세트와 파운드 케이크 (4) | 2023.03.05 |
찐빵과 국화빵 (19) | 2023.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