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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일기)

내가 선택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by 그레이스 ~ 2023. 5. 31.

20년 넘는 기간 동안 몇 번이나 요청을 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한 일을 

오늘 아침에 또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 봤다

 

우리가 앞으로 10 년 정도 이 식탁을 쓰고 나면 

아무리 깨끗해도 중고품 가게나 재활용품으로 나갈 텐데

그전에 제발... 식탁 위에 덮어놓은 유리를 치우고 쓰고 싶다고 하니

안된다고 한마디로 자르네 

원목이 아니라서 유리를 없애면 금방 자국이 생기고 문양이 망가질 거란다 

(아이구 답답해라 앞으로 얼마나 더 쓸 거라고 자국 생기는 거 문양이 망가지는 걸 우려하냐?)

 

 

더 말해봐야 소용도 없으니

넋두리처럼 푸념을 했다 

우리 집에 있는 모든 가구는 내가 선택한 게 하나도 없다 

식탁이나 장식장, 소파, 옷장, 침대, 내 화장대까지 전부

당신이 사고 싶은 걸로 선택해서 마지막 결제만 내가 하게 했었다고

 

집을 리모델링한다고 3 개월 전에 부산으로 내려가서 감독하면서 

가구점 다니면서 혼자서 비교하고 결정해 놓고 

내려와서 보라고 하더니

가구점 사장에게

"결제할 사모님이 서울에서 왔습니다" 말로만 붕 띄워서 

다른 가구점을 둘러볼 기회도 없이

당신이 정해놓은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소파는 서울의 수입품 매장에 의논도 없이 정해놨었고 

나는 다니면서 형식적으로 마지막 싸인만 하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분통이 터졌는지 

이미 결정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느라 힘들었다고 하니 

다음 생에는 자기와 결혼하지 말란다 

자기도 다음 생에는 찾아가서 매달리지 않겠다면서

 

그러고는 덧붙여서 

당신 옷은 고가품도 당신 맘대로 다 샀잖아~ 한다 

어이구 그걸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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