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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일기)

할아버지는...

by 그레이스 ~ 2023. 10. 9.

며칠째 집이 너무 더럽다고 푸념을 해도 꿈쩍도 안 하던 남편이
오늘 저녁에 작은며느리와 아이들이 온다는 연락에 아침부터 청소하겠다고 정리를 하신다 
현관 앞 전실에 캠핑카 내부 바꾼다고 잘라놓고 치우지 않았던 철제 선반 조각들을 이제야 고물상에 갖다 줄 거란다.  쌓여있는 재활용품들도 분류해서 치우고  
손주들이 온다고 하면 없던 에너지도 저절로 올라오는 할아버지다 
 
겨우 첫돌 지난 때부터 아이 기분을 다 맞춰주는 할아버지를 하윤이가 그리도 좋아했다 
작은아들 집에 먼저 갔다가 큰아들 집에 간다고 양복 윗옷을 입으니
할아버지 못 가시게 옷을 벗기더니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할아버지 앞에 쏟아놓던 손녀다 
가지 말고 자기와 놀자고 
'울컥 목이 메이는'제목의 글을 찾아보니 하윤이 두 돌 지난 10월에 
이제 할아버지는 물고기 밥도 줘야 되고 집에 가야 된다고 열심히 설명을 하고 바이바이하고 출발했는데
앉아있던 하윤이가 갑자기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할아버지는 이제 가셨다고 해도 밖에 나가보자고 막무가내여서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할아버지 차도 없고 할아버지도 없다고 확인을 시키고 집으로 올라갔다는, 휴게소에서 통화한 며느리의 설명에 
할아버지는 울컥 목이 메어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차 밖에서 한 참을 서 있었던 사연이 있다 
 
시아버지께 부탁을 드려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며느리는 
부산 시댁에 오는 날부터 포기하고 손녀가 하고 싶다는 데로 다 따라주는 시아버지 방식에 그냥 웃는다 
사탕도 한 주먹 아이스크림도 원하는 데로
아이도 영리하게 파악하고 부산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김포공항에 내려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제는 욕심부리믄 안되지~~~? 사탕 많이 먹으믄 안되지~~? 하면서 애교를 부리더란다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통제를 풀어주는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해주셨다 
만났다가 헤어질 때는 하룻밤만 더 자고 가시라면서 펑펑 울던 손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윤호 유라도 마찬가지다 
윤지가 태어나서 조리원에 있던 시기에 서울 올라와서 윤호 유라와 3 주를 같이 지냈는데 
그 시기의 에피소드들도 참으로 감동적이고 애틋한 내용이 많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서 도와줄 생각도 안 하다가도  
손주들이 온다고 하면 신나셔서 청소를 하고 난리가 나는 이유다 
 
어제는 친정부모님과 언니네 가족과 다 같이 팔당 근처의 조부모님 산소에 다녀왔다고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라는 작은며느리의 전화를 받았다 
모처럼 사촌들과 만났으니 하윤이 하영이가 밤에 같이 놀고 싶어서 이모집에서 자고 오늘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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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상황을 표현하다가 예전 사진을 찾아봤어요 

 

누워서 치카하기 2015 년 6 월

할머니 앞치마를 드레스처럼 입고 곤충 잡으러 가는 중 (할아버지 가방에는 하윤이 우유랑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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