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열심이었던 낚시가 뒷전으로 밀렸다
지금은 골프에 온 정신을 다 쏟아서 밥 먹는 시간도 들쑥날쑥이다
식탁에 밥 먹으러 와서도 골프 레슨 동영상 계속 보느라
국이 다 식고 찌개가 다 식도록 수저를 들지 않는 건 예사로 있는 일이라서
앞에 앉아 혼자서 먹고 치우는 방법도 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1982년도 런던에서
병원에서 수술한 나를 한 시간 후에 집에 데려다 놓고 물 한 컵도 떠 줄 사람이 없는데
골프 하러 갔었던 남편의 사연을 예전에 썼던 적이 있다
몸살이 와서 덜덜 떨면서도 목이 말라서 명훈이에게 물 한 컵 가져올 수 있겠냐고 했더니
컵에 물을 가득 채워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왔다고 했던 아이의 표정이 기억나네
아무튼 뭔가에 미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며칠 밤샘도 예사로 하는 성격이어서
그렇게 몰두하는 성격 덕분에 공부도 잘했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을 테니
남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은 속이 터지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봄부터 아파트 주민센터의 골프연습장에서 매일 연습을 했었다
그러다가 지난번 부산에 가서 필드에 나가서 라운딩을 하고는 완전히 빠져버렸네
3 일 전에 골프채 하나를 또 중고로 구매하는 전화를 옆에서 듣고
나는 만 원짜리 딸기 한 팩도 비싸다고 못 사게 하더니 당신은 참... 잘도 씁니다
내 말에 찔리는지 그때는 생활비 말고 여윳돈이 없었다고 엉뚱한 말을 한다
그래서 여름에 상가 하나를 팔았잖아 하고는
자기에게는 앞으로 3 년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고 한 달에 백만 원 정도는 계속 쓸 거란다
지금 만 77 세이니 80 세까지는 골프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뭔가에 몰두하지 않고 느슨하게 사는 게 안 되는 사람이다
이사 와서 그 해에는 거제도로 남해로 낚시를 못 가니까 미국 주식에 입문하더니
처음에 몇 천만 원 벌고는 곧 주식에 빠져서 시황 보느라 밤샘을 하고
낮에 잠을 자는 생활을 계속하다가 나중에는 거금을 날리고 그만뒀다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자기도 멋쩍은지 이번에는 어디 한 군데가 부러져야 골프를 중단할 거라고 우스개를 한다
오늘 오전에는 딱 한 시간만 연습하고 점심 먹으러 오겠다고 했는데
과연~~ 지켜질까 궁금하네